▲ 자우대사 선시와 여행기록을 담은 설담집(동국대학교출판부 刊)

▲ 자우대사가 모은화사을 스승으로 출가한 순창 강천사(옛 복천사)

▲ 백담사 사적에 기록된 자우대사 설담당 부도

조선후기 소요문파(逍遙門派)의 정맥 계승
선시(禪詩)와 여행 기록 담은 설담집(雪潭集) 남겨

15년 전통의 담양人신문과 담양의 바른 뉴스와 불교계의 빠른 소식을 지향하며 지난해 3월 창간한 담양BM뉴스(대표이사 정보스님)가 최근 신속하고 정확한 뉴스전달 및 경영 공유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이에 본지는 ‘우리고장 名僧을 찾아서’ 코너를 마련, 담양에서 배출한 역대 고승의 행적을 발굴해 담양군민과 지역 불자 등 인연있는 독자들의 교양과 정서에 도움이 되도록 그 여섯 번 째 순서로 조선 중기의 명승 자우대사(自優大師) 편을 마련했다./편집자 주

담양 태생인 대사의 휘(諱)는 자우(自優)요 자(字)는 우재(優哉)이며 호(號)는 설담(雪潭)이다. 아버지는 김해(金海) 계통 출신으로 휘(諱)는 원삼(元三)이며 어머니는 대방(帶方) 양(梁) 씨이다.

어머니가 대사를 잉태했을 때 꿈에 한 예쁘장한 사미승(沙彌僧)이 찾아와 묵어가기를 청하였다 한다. 또 어릴적 꿈에 지체 높은 사람이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 징표를 남겨두었는데, 깨어나 보니 정말 팔에 콩알크기의 푸른 점하나가 있었다고 한다.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순창군 옥천(玉川)의 복천사(福泉寺, 現 강천사)의 서곡장노(瑞谷長老)에게서 머리를 깍고 모은화상(暮隱和尙)에게서 계를 받았다. 타고난 자질이 순수하고 재주와 식견이 높아 무리들 중에서 뛰어나, 나이 20이 채 되지 않아 모은화상이 그 그릇 크기를 높이 평가하여 가사(袈裟)와 발우(鉢盂)를 전해 주었다.

그 후 여러 곳을 유람하면서 식견을 넓혔으며, 스승 모은화상이 입적한 후 도갑(道岬)의 동쪽 숲 속에 명패(名牌)를 걸고 정통 전법(傳法)제자가 되었다.

이는 바로 청허(淸虛), 소요(逍遙), 제월(霽月), 화월(華月), 모은(暮隱)으로 계승되는 법통인 것이다.
대사는 내전(內典)인 삼장(三藏)에 뿐 아니라, 외전(外典)인 육경(六經) 및 도덕경(道德經)과 남화경(南華經), 좌전(左傳) 및 여러 대가들의 자집(子集)류에 이르기까지 두루 통하여 학승(學僧)들이 앞 다투어 몰려 들었다.

대사는 항상 계(戒)를 배우는데 겸손과 공경을 중시하였고 또 그 겸손함에 스스로 만족하여 안주하지 않으면서도 일정한 틀에 구애되지도 않았다.

대사가 어느 날 모은화상에게 고하여 말하기를, “옛부터 현인(賢人)과 철인(哲人)들은 스승으로 삼은 대상이 비단 한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여러 곳을 유람하면서 식견을 넓히고자 합니다”라고 하니, 모은화상이 바로 기꺼이 허락하였다.

그 때 호암대사(虎巖大師)가 방장지산(方丈之山)에서 막 당(堂)을 열었는데, 마침내 참가하여 강의를 받았으며 곧이어 가야산(伽倻山)에 머물면서 여름 몇 해 동안 몰두하여 학식이 더욱 높아지고 명성도 더욱 자자해져서 사람들이 모두 불문(佛門)의 동량(棟樑)으로 생각하였다.

1796년 가을에 모은화상이 죽자 승려들이 강석(講席)을 주재할 것을 청했지만 자신의 어린 나이와 부족함을 이유로 그것을 사양하였다. 그러나 1798년 가을에 영암 월출산 도갑사 동림암에서 소요문파의 정맥을 계승하여 강석을 열었다. 그의 학문은 불경은 물론이거니와 유가의 육경(六經)과 도덕경, 장자 및 한유와 소동파 등 제가들의 자집(子集)에까지 두루 미쳤다.

대사는 호남(湖南)과 영남(嶺南)은 물론 멀리 강원도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이름난 산과 사찰을 두루 유람하며 교화를 행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만년에 복천사의 연대(蓮臺)인 옛 거처에 돌아와 기거하였는데, 모두 대사가 처음그 자취를 알린 곳이었으며 말년에 돌아가 생을 마칠 장소로 미리 준비해 둔 거처였다.

항상 계(戒)를 배우는데 거만하고 오만한 사람들을 겸손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갖게끔 무리에게 힘썼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 항상 겸손하였지만 그 겸손함에 스스로 만족하여 안주하지 않았다. 또 사람을 접함에 항상 성실과 믿음으로써 대하면서도 일정한 틀에 구애되지 않았다.

1830년 경인(庚寅) 정월(正月) 29일 작은 병에 갑자기 입적(入寂)하니 세수(世壽) 62년이요 법랍(法臘) 47년이었다. 대사의 법(法)을 이은 사람은 20여명이었는데 상족(上足)으로는 나암(懶菴)과 승제(勝濟)가 그 지역에서 명성을 드날렸으며, 그 다음으로 한 방면의 영수(領袖)가 될만한 인물로 후학들의 스승이 될만한 사람들도 45인 이상이었으니, 훌룡한 인물들로 번성했다고 할만하다.

대사의 다비를 거행하는 날 저녁 상서로운 빛이 하늘에 빛나니 대중들이 모두 우러러 올려다 보고 합장 예배하였다. 문인(門人)들이 서로 암자 앞 기슭에 탑을 세워 그 덕을 기리고 공경을 표하는 장소로 삼았다.

저서로는 설담집(雪潭集) 2권이 있으며 자우대사가 여러 대덕과 문도, 관찰사와 수령, 선비들과 교유하며 주고받은 시와 간찰 등을 모은 문집이다. 수록한 글 중 전라도와 충청도 일대 명승지를 여행한 기록인 몽행록은 이동경로, 옛 지명, 풍광에 대한 묘사와 시적 감상은 물론 대면한 사람들의 인적 사항과 대화 내용까지 상세하게 기록한 것이 특징이다./자료발굴·정리=김관석 부국장

자우대사 禪詩 
 多病親藥爐 다병친약로(잔병 많아 친한 건 약탕관과 숯불이니)
無心對疊 ?  무심대첩장(무심히 첩첩산과 마주 앉았네.)
平生封上人 평생봉상인(평생이 걸망 하나 누더기여서)
風雨遠相訪 풍우원상방(바람과 비만이 번갈아 찾아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