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 잇 비” 선율, 맴돌아 나오는 차 향기가 휘날리는 선비의 도포자락을 떠올린다. 
  추월산,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과 금성산, 서석산, 옹암산이 빙 둘러서 지긋한 눈빛으로 바라다보는 봉산 제월봉, 그 기슭에, 선인들의 청백 어린 면앙정이 오백성상을 굽어보고 있다.
 면앙 송순선생은 41세이던 1533년에 2칸 띳집 정자를 짓고, “ 땅을 굽어보아(면) 부끄러움 없고, 하늘을 우러러(앙) 부끄럼 없는 마음”을 간직하자는 뜻으로 “면앙정”이라 하였다. 선생은 인근 서민들이 열매로 배를 채우고, 나무를 염료와 땔감으로 사용하도록, 면앙정 주위에 향나무나 동백나무가 아닌, 향기나 품위와 무관한 굴참나무들을 조성하였다.

이 정자에서 선생과 이황·김인후·소세양·윤두수·고경명·임억령·기대승·노진·박순·임제·양산보·정홍명 등, 후일 호남가단이라 일컬어지는 명현들이 정수를 남겼는데, 이를 편철하여 “면앙정제영해동명현록”으로 보전되어 있다. 이 정자에서 선생의 급제 60년을 기념하는 회방연이 열렸는데, 정철·고경명·임제 등과 고을 수령들이 참석했었다. 선조 임금이 하사한 꽃과 술을 곁들여 선비들의 시회가 끝나, 구순을 앞둔 선생이 집으로 가려고하자, 하인들이 아닌 기라성들과 수령들이 자청하여 선생의 가마를 직접 메고 모셔다드렸다는 기록이 있다. 이는 임금도 누려보지 못한 일로서, ‘청백면앙‘한 삶에 대한 선비들의 공경행위의 극치였다.

 면앙정은 1553년 보수했으나, 정유재란 때 불타 없어졌었고, 1654년 후손들이 출력 중건하여 현재에 이른다. 1972년 전라남도는 호남가단의 산실 정신문화유산의 상징인 면앙정을 지방문화재 제6호로 지정했다. 1977년 한국문학비건립동우회는 전국문학비 제1호로 면앙정가비를 세웠다. 2012년부터 담양군은 면앙송순문학성을 제정하여 창작 및 문화에 일조하고 있다. 또한 송씨종중은 사유지인 면앙정과 제월봉을 누구나 비용 없이 탐방할 수 있도록, 동남쪽으로 회방연 가마길, 북쪽은 서봉마을 뒷길, 국도 887번에 연접한 서북쪽엔 돌계단 길을 열어놓았다.
그런데 근래에 면앙정 아래의 대지와 수목들이 문화재청·군청·송씨종중의 허가 없이, 수차례 변형되었다. 즉 2005년 제월리405번지에 가건물 조성, 2008년 제월리407번지 및 산65-1번지 벌목·절토되고, 5미터 넓이의 도로가 만들어졌다. 제월리 408번지 신축건물의 처마가 산65-1번지를 침범한 사실이 확인되었는데도, 건물등기가 되어있다.

2011년에는 문화재보호구역인 돌계단 길 주변 산자락의 수목이 벌채되고, 트럭 몇 대 분 흙이 없어지고 100미터 길이의 새 도로가 만들어졌다. 2015년에는 제월리 414번지와 821번 도로에 대문이 달린 적이 있고, 제월리 405번지에 건평 195평방미터의 건물이 나타났다. 송씨종중은 상식에 맞게 하자고 여러 차례 권면했으나, 개선되지 않고 있다.

면앙은 하늘과 땅에 한 점 부끄럼 없는 청백한 마음 즉 진리추구이다. 진리추구는 허위를 밝혀 경계하는 것이다. 면앙정과 제월봉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이를 위하여 “ 본래 그대로 존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 렛 잇 비” (이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