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人도 이제 문화재로 대접받아야 합니다”
담양, 대나무명인·공예명인 있지만 ‘음식명인’ 없어 아쉬워
‘남도음식축제’ 주관 담양군 위상 걸맞게 음식명인 대접해야

# 전라남도 지정 이순자 남도음식명인

“담양은 산에 들에 먹을거리가 지천으로 널려있어 정말로 아름답고 살기좋은 곳이요. 예로부터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이런 좋은 재료가 풍부허니 음식도 맛있고 인심도 좋을 수 밖에 더 있겄소”
 

다소 투박하지만 정감 있는 남도사투리로 여전히 확고한 자연식 예찬론을 펼치는 ‘추월산약다식 체험전수관’ 이순자 명인(74)을 실로 오랜만에 기자가 다시 만났다.
지난 21일, 10여년 만에 찾은 ‘추월산약다식 체험전수관’은 외형상 예전과 별반 다름없는 모습이었지만 체험전수관 내부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낡고 빛바랜 사진들과 이순자 명인의 손을 거쳤을 수백가지의 자연식 절임과 장아찌, 효소, 식물의 열매와 씨앗 등 자연식품들이 변함없이 빼곡이 진열돼 있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담양에서 열리는 ‘남도음식문화 큰잔치’가 며칠 앞으로 다가온 탓에 누구보다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찾은 이순자 남도음식 명인은 의외로 한가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기자가 “낼모레가 남도음식축제인데 이렇게 한가하셔도 되느냐?”고 묻자, 특유의 언변으로 많은 얘기들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담양에서 남도음식축제를 허니까 얼마나 좋은 일이요. 예로부터 우리 담양은 지천으로 먹을거리가 널려있어 전통음식이 발달허고 손맛이 좋은 사람들도 많은 곳이니께 진짜로 반갑고 축하할 일이제, 헌디 정작 담양군은 음식하는 사람 대접 헐 줄을 모르는 것 같습디다.”

# 기자와 인터뷰중인 이순자 남도음식명인

기자가 무슨 말이냐고 되묻자, “명색이 남도음식축젠데 道지정 음식명인 작품이나 일반인이 출품하는 음식이나 똑같이 대접허면 쓴다요. 들어보니께 요번 음식축제에 명인이 출품하는 전시작품이나 일반인이 출품하는 경쟁작품이나 지원금을 똑같이 준다는디, 그것이 말이 된다요. 최소한 道지정 음식명인들은 격에 맞게 지원해줘야 제대로 만든 작품을 내놓을 것 아니요.”

내친김에 한마디 더 하겠다며 이순자 명인은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둔 서운함을 토로했다.
“뭔가 거꾸로 됐어. 전라남도에서 나를 남도음식 명인으로 지정한지가 벌써 3년이나 됐는디, 담양군에서는 여지껏 담양군 음식명인으로 지정도 않고 있어. 이것이 될 말이다요. 대나무명인 이다, 공예명인 이다 해서 벌써 몇 명씩이나 다 지정하고 지원도 해주고 있는디, 정작에 남도를 대표하는 음식명인은 고향에서 푸대접 받고 있는 것이여. 그리고 지금 따져보지만 담양에 음식명인으로 지정된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는가 말이여. 명색이 남도음식축제를 주관하는 고장에서 음식명인을 소홀이 허면 된다요. 늦었지만 인자라도 담양군이 음식명인들 대접을 제대로 해줘야 헐 것이요”

이후로도 많은 이야기들이 이어졌지만 핵심은 바로 ‘음식명인’을 대하는 담양군의 소홀함과 서운함 이었다.
듣고 보니 결코 틀린 얘기는 아니었다. 담양군은 몇 년전부터 문화예술분야 명인·준명인 제도를 시행하면서 ‘담양군 대나무공예 명인’과 더불어 ‘담양군 공예명인’을 지정해 담양의 전통과 문화예술을 보존하고 전수하는 정책에 나름대로 공을 들이고 있다. 이에 그동안 열악한 환경속에서 어렵게 명맥을 유지해오던 적지않은 대나무 장인들과 공예 장인들이 담양군의 관심과 지원속에 전통계승과 활발한 창작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그동안 순천 낙안읍성에서 20년 넘게 열리던 ‘남도음식축제’를 이제 담양으로 가져왔으니 응당 지역내 음식명인들에 대한 관리와 지원도 뒤따라야 할 것은 보다 명확해 보인다. 

# 이순자 명인의 '추월산 약다식'

이순자 남도음식 명인은 추월산 등 담양의 자연에서 채취한 순수 자연재료로 약다식과 장아찌, 효소, 약술을 만들면서 우리의 자연과 전통을 보존하는 일에 평생을 바쳐온 음식의 장인이다. 40여년째 담양만이 가진 특산물인 ‘추월산 약다식’은 물론 이 고장에서 나는 수백가지 야생초와 식물, 곡식 등을 재료로 자연식품을 만들며 전국에 그 명성을 알리며 고장을 빛내온 전통음식분야 우리나라의 독보적인 명인이다.
이순자 명인이 만드는 ‘추월산 약다식 한상차림’은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품격 높은 작품으로 탄생한다. 또한 그녀가 손수 담가 온 수백가지 자연발효식품은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맛 볼 수 없는 건강식이자 특별음식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예나 지금이나 이순자 명인의 ‘추월산약다식 체험전수관’을 찾는 발길이 전국에서 끊이질 않는다. 초중학생부터 대학생, 교수, 식품학자, 한의사, 부녀회와 여성단체, 공직자 등 배움과 전문적 지식을 알고자 하는 다양한 계층은 물론이고 신문,방송에서도 숱하게 찾아온다. 최근에도 아리랑TV에서 취재를 왔었고 오는 12월 5일쯤 ‘사진속의 사진’ 이라는 테마로 전 세계에 방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 이순자 명인의 '추월산 약다식 체험전수관' 에 진열된 수백가지 절임식품, 장아찌,효소

한나절 남짓 이어진 취재를 마치고 기자가 자리를 일어서자, 이순자 명인은 “담양에서 음식축제를 하니까 인자 음식에 대한 생각도 차원이 달라져야 되요. 예전에 우리 전수관을 찾은 어떤 한의사가 ‘이 여사님 음식은 우주식품이고 미래식품 인데 30년 앞을 보는 식품전문가를 사람들이 몰라보는군요’ 라고 헌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면서 “우리네 자연식품과 음식에 대한 자긍심이 곧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될 수 있으니께, 이제라도 오래 보존되고 계승되도록 담양군이 지역의 음식명인을 대접하고, 기록물로 남기는 작업과 지원에 나서면 더 바랄것이 없겄소”라고 주문했다.

# 대통령 표창장을 비롯  헤아릴 수 없는  음식관련 표창장

이순자 명인은 1993년 농촌진흥원으로 부터 쌀요리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래 1994년 향토음식 전시 최우수상, 1998년 제5회 남도음식대축제 대상, 1999년 김대중 대통령 취임 1주년 표창, 2000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선정, 2001년 지식강국전진대회 대통령훈장 표창, 2005년 전남여성단체협의회 동백상 수상, 2005년 전남도민의 날 기념 ‘자랑스런 전남인 상’ 수상, 2013년 전라남도 ‘남도음식명인’ 지정, 전남신지식인연합회 공동대표, 전국의 신문·방송 수십회 보도 등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는 대단한 음식관련 프로필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어느 곳에 가서 물어보든 ‘음식 하면 남도, 남도 하면 음식’ 으로 유명한 곳이 바로 남도(南道) 아니던가. 그래서 20년이 넘도록 음식축제가 열리면서 명성을 쌓아온 ‘남도음식문화큰잔치’ 라는 큰 행사가 이어질 수 있었고 이제 그 큰 문화행사를 순천에서 담양으로 유치, 올해로 2번째 음식축제를 담양에서 치르는 마당에 정작 지역의 대표적 음식명인들에 대한 대접과 예우에 소홀함이 없는 지 다시한번 생각해 봐야할 일이다. / 장광호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