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무더위가 한풀 꺾이던 가을 초입의 어느날, 장래가 촉망되던 담양군청 젊은 한 공무원이 세상을 등졌다.
그는 작달막한 키에 머리도 약간 벗겨져 외모상으론 그리 호감형은 아니었지만 서글서글한 인상에 항상 웃는 얼굴, 무엇보다 일에 있어서만큼은 누구 못지않게 합리적이고 열정적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 공무원이었다. 담양의 관광정책을 좌지우지할 크고 중요한 업무를 앞에 놓고도 절대 겁을 내거나, 마다하거나, 뒤로 물러서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자신 앞에 주어진 막중한 업무를 실타래 풀 듯 차근차근 풀어나가던 참 의욕적이고 성실한 일꾼이었다.

대내외적으로 담양의 관광정책과 마인드를 고스란히 평가받는 ‘대나무축제’를 준비하면서 사무실과 축제현장을 오가며 검게 탄 얼굴에 구슬땀을 흘리며 고생하던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한류 관광객이 넘쳐나는 담양을 만드는데 초석을 다지겠다며 그가 야심차게 기획한 SBS드라마 ‘가면’을 유치한 뒤, 한 컷 이라도 더 담양을 돋보이게 하려고 촬영현장을 오가며 즐거워하던 바로 얼마전의 모습도 눈에 선하다.

그가 죽기 전, 관광담양의 획기적 전환점을 만들고자 그렇게 애착을 가졌던 이 드라마는 시종일관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면서 인기리에 막을 내려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지만 결국 그의 유작처럼 되어 버렸다.
하지만 메타 길과 프로방스, 죽녹원, 관방제림 등 그가 스탭들과 함께 땡볕 무더위속에서 땀 흘리며 촬영장을 누비던 그 장소들은 드라마 촬영명소로 영원히 남게 될 것이고, 또한 함께 한 이들의 기억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대나무축제를 비롯한 남도음식축제, 슬로시티축제 등 산적한 축제 업무와 이에 동반된 세미나, 워크숍, 벤치마킹 등 잦은 관내외 출장이 심신을 힘들게 했을까. 코앞에 다가온 세계대나무박람회와 남도음식축제를 준비하던 시점에서 갑작스런 그의 죽음은 많은 공무원들과 그를 아는 지인들에게 큰 슬픔을 안겼다.

그의 죽음이 더욱 애처로운 것은 비단 46살이 되도록 미혼으로 살다 조만간 결혼을 앞둔 시점에서 갑작스레 뇌출혈로 사망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3주간의 짧은 투병 끝에 그가 세상을 떠난 뒤, 가족들로부터 전해지는 그의 일생이 너무도 쓸쓸하고 고독했을 것 같아서이다.

출생 9개월 만에 조실부모, 누나들 손에 젖동냥으로 자란데다 자신을 키워준 누나도 일찍 세상을 등져 마치 천애고아(天涯孤兒) 처럼 살아온 생애도 구구절절 짠한데, 노총각으로 46년을 살다 올해 들어서야 비로소 결혼의 희망을 갖고 연애 중에 죽음을 맞이한 것도 그렇고, 한창 일할 나이에 직장에서도 성실함과 능력을 인정받아 이제 막 일로서도 꽃을 피울 전도양양한 인재가 갑작스럽게 절명한 것이 너무도 허망하고 애처롭기 때문이다. 

가수 조용필 덕분에 누구나 쉽게 기억하는 이름이 됐다던 공무원 김용필 씨.
공직사회에서 기획력과 추진력 등 업무능력뿐 아니라 화합과 리더십, 인간성 등 여러면에서 보기 드물게 좋은 평을 들었던 유능한 공무원 이던 그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등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애석해 하고 있다. 한동안은 그의 사연과 이야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무척 아프게 할 것 같다.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홀연히 빈손으로 떠난 공무원 김용필 씨, 저승에서 만큼은 고독하고 외로운 처지가 아니길 빌어본다. 삼가 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