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읍 삼다리에서 남편 국근섭 씨와 함께 명가혜 찻집과 민박을 운영하는 김가혜 씨가 국내 대표문예지인 문학춘추의 신인작품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김가혜 시인은 유년시절부터 글쓰기와 함께 음악과 차를 좋아하고 고향인 담양에 살면서 가까이에 있는 문화유적과 아름다운 풍경들을 글로 표현하며 습작을 해오다 본격적으로 방통대 국문과에서 수학했고 조선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시공부를 계속하며 담양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했다.

김 시인의 ‘작품 민들레Ⅰ, Ⅱ’와 담양을 소재로 한 ‘대숲소리’, ‘소쇄원의 가을’, ‘담양 남산에 해가 떠오를 때’는 시인이 보고 듣고 느낀 마음의 움직임을 소박하고 아름답게 스토리텔링화한 수작으로 심사위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김 시인은 명가혜 대표(제다원·찻집·펜션)로 있으면서 다인으로도 널이 알려져 죽로차, 죽신황금차를 전문적으로 제다하며 ‘찾아가는 다도교실’, ‘삼다리 죽로차 꾸러미 사업단’을 이끌고 있다. 
김 시인은 등단 소감을 통해 “앞으로도 고향인 담양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좋은 글을 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숲소리>

목백일홍 가지 사이로
우뚝 서 있는 대나무
바람에 서걱거린다

낯익은 바람 소리
콧등과 귓가 간질이고
살갗에 닿을 듯
들판의 연노랑 빛 가을 풍경들

가슴 속 바람 소리로
들판의 바람 소리로
온 마을의 대숲 소리로

가을이
바람이 되어 불어온다

<민들레Ⅰ>

대숲마당 한적한 곳에
앉은뱅이 소녀가
수줍은 듯
노오란 저고리 입고서

댓바람 부는 날
소녀는
가슴이 시리고 외로워
저고리 여미며

비가 몰아치는 날에는
옷이 다 젖어 찢어져도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그러던 어느 따사로운 날
솜털 부비적거리며
비와 바람이 없는 곳에
시집 보내달라며

노오란 저고리 벗어버리고
은빛 부케 머리 위에 얹고
하얀 실타래
풀어 헤쳐버리며

소슬한 바람 부는 날
달과 별이 있는 곳으로
앉은뱅이 소녀는
그렇게 시집을 가버렸다

계절이 바뀌고 바람 부는 날
마당 한 쪽을 보니
어디서 본 듯한
노오란 저고리 그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