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이끄는 청와대 지지율이 뚝 떨어지는 데는 아마도 작년 말 청와대 행정관들의 비밀누출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국가 최고 통치자의 생각을 읽어 낸다는 것은 다른 나라는 물론이거니와 정치하는 사람들이나 기업을 하는 사람들이나 모두에게 관심거리일 수밖에 없다. 남보다 앞선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청와대 행정관들과 인맥을 유지하고 자료를 받아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자료가 어느 날 언론에 공개되고 세상에 알려졌을 때는 그야말로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아찔했을 것이다. 이완구총리도 총리 지명 청문회 전에 막역하게 지내던 언론 기자들과 저녁을 먹으면서 기분 좋게 그들만의 회포를 푸는 자리를 가졌을 것이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 그 자리에서 있었던 이야기가 그대로 방송을 탔다. 첩보와 정보를 찾아다니는 기자들의 세상이지만 기사 거리가 되는 당사자는 치명타를 입게 되는 것이고 피가 마르는 고통을 견뎌야 하는 것이다.

손자병법에서는 5종류의 간첩이 나온다. 적의 국민들과 관리들을 꾀어 간첩 활동을 시키고, 적의 간첩을 포섭해 아군의 간첩으로 활용하는 일종의 이중간첩을 만들기도 하고, 아군을 정탐하러 온 간첩에게 거짓 정보를 흘려 적을 혼란시키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삼국지 100년 전쟁의 이야기는 손자병법에서 예를 든 간첩과 첩보를 이용하여 벌이는 두뇌싸움이 많이 나온다. 우리가 잘 아는 전쟁의 귀재였던 제갈량도 이 두뇌싸움에서 실력을 발휘했던 것이었지만 그에게는 항상 사마의라는 어려운 두뇌싸움 상대가 있었다. 제갈량이 촉나라 군사로 재직하고 있을 때 그는 사마의를 무던히도 괴롭혔다. 아니 죽어서 까지도 괴롭혔다. 오죽하면 ‘죽은 공명이 산 사마의를 쫓다(死諸葛走生仲達)’는 말까지 생겼겠는가. 물론 사마의도 일방적으로 당하지만은 않았다. 사마의와 제갈공명은 간첩들을 이용하여 생사를 건 계책을 쓰고 일진일퇴(一進一退)하였다.

남쪽을 정벌한 제갈량이 이제 서서히 천하통일을 위해 위나라 북벌로 눈을 돌리는 시점의 이야기다. 그런데 북벌 상대의 위나라 군사(軍師)는 사마의였다. 제갈량은 반간계로 사마의 제거에 선수를 쳤다. 사마의가 쿠데타를 꾸미고 있다는 유언비어를 위나라 전역에 퍼뜨렸다. 크게 놀란 조조의 손자 명제(明帝)는 사마의를 의심해 삭탈관직하고 귀향시켜 버렸다. 사마의가 제거되자 마음을 놓고 북벌을 윤허해 달라면서 제갈량이 올린 상소문이 바로 유명한 출사표(出師表)다. 
그러나 위나라에는 사마의를 대신할 만큼 탁월한 리더가 없는지라 명제는 곧 사마의를 재기용했다. 복권된 사마의도 제갈량이 모반을 획책하고 있다는 루머를 퍼뜨렸다. 군율을 어긴 죄로 제갈량에게 곤장을 맞자 앙심을 품고 위나라에 투항한 군량미 수송 책임자 구안을 반간계로 이용한 것이다. 놀란 촉나라 황제 유선이 북벌에 나선 공명을 당장 불러들였다. 공명은 구안에게 뇌물을 받고 유언비어 유포에 동참한 환관을 찾아내 목을 벴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역사에서 증명하듯 나라의 중요한 인재들은 항상 반간계의 위험 속에 노출되어 있다. 적절한 인재를 구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사소한 허점을 파고들며 당장 해임 조치를 하지 않는다고 다그치기도 한다. 위나라의 사마의, 촉나라의 제갈량, 분명 이 두 사람은 난세의 영웅이고 전쟁을 승리를 이끌 수 있는 탁월한 전략가이며, 나라를 위기에서 구할 인재이지만 이들도 스파이들의 농간에는 당할 재주가 없었던 모양이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스파이들은 겉보기에는 스파이라고 짐작할만한 특별한 징후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스파이가 된 동기도 금전, 이념, 개인적인 복수심 등 복잡하고 심층적인 요인들이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스파이가 된 계기도 타인의 설득이나 유혹,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이며 본인도 모르게 스파이의 길에 들어선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떤 소설가 한분이 기자에 대해 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좋은 언론 기자는 문장가가 아니고 스파이다. 남을 염탐하고 정보를 수집해 그것을 논리적으로 배열하는 기자가 좋은 기자다. 그렇지 못한 나쁜 기자는 나쁜 스파이와 같아서 결국에는 자신이 속한 사회나 조국을 배신한다.’ 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