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록위마(指鹿爲馬)

세월호사건, 4대강의혹, 공무원연금, 정윤회 문건, 담뱃값 인상, 땅콩리턴, 진보당해산 등 연초부터 연말까지 끊임없이 이어진 국정혼란속에 교수신문이 2014년 한해를 특정짓는 사자성어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일컫는다”는 뜻의 ‘지록위마(指鹿爲馬)’를 선정했다.
해마다 연말이면 지난 한해동안 국정과 사회현상을 사자성어 한마디로 표현함으로써 국민의 정서를 대변해 온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지록위마’를 선정한 것인데, 전국의 대학교수 72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27.8%인 201명이 선택했다고 한다.
선정이유로, “2014년은 수많은 사슴들이 말(馬)로 바뀐 해였으며 온갖 거짓이 진실인양 우리사회를 강타해 사회 어느 구석에도 말(馬)의 진짜 모습은 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지록위마(指鹿爲馬)’는 중국의 <史記> ‘진시황본기’에서 환관 조고가 진시황의 2세 황제 호해에게 사슴을 말이라고 우김으로써 진실과 거짓을 제멋대로 조작하고 속이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는 데서 유래하고 있다. 윗사람을 농락하면서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거나 위압적으로 남에게 잘못을 밀어붙여 끝까지 속이려하는 모습을 빗대어 표현한 고사성어 이다.

교수신문은 지난해엔 “도리에 어긋나고 순리에 거스르는 행동을 한다”는 ‘도행역시(倒行逆施)’를 2013년의 사자성어로 선정한 바 있다.
당시 교수신문은 선정이유로 "현 정부 들어 역사를 후퇴시키는 정책과 인사가 고집되는 것을 염려하고 경계한다" 면서 “국가권력이 국민의 기대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과거 회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교수들의 비판적 시각을 담아냈었다. 그리고는 2014년 희망의 사자성어로 '전미개오'(轉迷開悟=속임과 거짓에서 벗어나 진실을 깨닫고 새로운 한 해를 열어가자는 의미)를 추천하면서 “미망에서 돌아나와 깨달음을 얻고 진짜와 진실이 승리하는 한 해를 열어갔으면 한다” 는 소망을 피력했었다. 하지만 그런 기대와는 달리 2014년은 결국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우기는 ‘갑질’이 판을 치는 한해가 되고 말았다.
갑오년 말(馬)의 해였던 탓일까? 2014년은 숱한 ‘갑을관계’ 속에서 ‘사슴을 말이라 우기는’ 혼탁한 한 해로 점철됐다.

2014년 한해를 돌이켜보면 지역사회도 ‘갑의 세상’ 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월적 지위와 권력, 재력을 무기 삼아 약자를 무시하고 괴롭히는 ‘갑의 문화’와 ‘갑질’이 도처에서 목격되었던 한 해였다. ‘억지춘양’ 격으로 밀어붙이는 일련의 상황들도 적지 않았던 해였다.
새해는 을미년 양띠, 청양(靑羊)의 해이다. 양(羊)처럼 맑고 깨끗한 사람들이 복을 받는 해이며 변혁과 개혁의 기운이 강한 해이기도 하다. 부디 2015년 을미년 청양(靑羊)의 해는, 지난해 ‘갑질’로 점철됐던 것들이 사라지고 ‘극기복례(克己復禮)’의 미덕으로 ‘을’도 희망을 갖는 ‘을의 한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