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미국인 가운데 조지 워싱턴 다음으로 저명한 인물인 벤자민 프랭클린(과학자,외교관,정치인)이 젊은시절 어느날 선배를 만나고 나오다가 작은 문에 그만 머리를 부딪치고 말았다. 이를 본 선배가 말했다. “자네가 머리를 부딪친 것은 작은 문이 자네에게 보내는 최고의 교훈일세. 세상을 살아가려면 머리를 숙여야 해. 몸을 낮추면 머리를 부딪치는 일이 없을 것일세.”
이 말을 들은 그는 더욱 겸손하게 살았고, 존경받는 사람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몸을 낮추는 삶을 실천해 조선시대 최고의 목민관이 된 맹사성의 일화도 있다.
맹사성이 스무살 젊은 나이에 군수로 부임해 어느 절 스님에게 물었다.
“이 고을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내가 최고로 삼아야 할 좌우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오?”
“그건 어렵지 않지요. 나쁜 일을 하지 말고 착한 일을 많이 베푸시면 됩니다.”
“그런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치인데 내게 해 줄 말이 고작 그것뿐이오?”
맹사성은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러자 스님이 녹차나 한 잔 하고 가라며 그를 붙잡고는 찻잔이 넘치도록 자꾸만 차를 따랐다.
“스님, 찻잔이 넘쳐 방바닥을 망칩니다.” 맹사성이 소리쳤지만 스님은 태연하게 계속 찻잔에 차를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는 잔뜩 화가 나 있는 맹사성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스님의 이 한마디에 맹사성은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붉어졌고 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다 문에 세게 부딪히고 말았다. 그러자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히는 법이 없습니다.”

며칠전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열린 ‘가로수사랑음악회’에 출연한 한 성악가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자신의 메인 곡 외에 트로트곡 ‘사랑밖에 난몰라’ 를 불러 환호를 받았다. 평소 성악가들은 웅장한 오케스트라를 배경으로 높은 무대에 서서 품격있는 음악을 할 뿐, 무대 아래로는 내려오지 않는 것이 철칙이다. 하지만 이날 그 성악가수는 관객속으로 들어와 손을 잡아주고 주민들이 좋아할 곡으로 노래부르는 몸을 낮춘 스킨십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또 음악회 끝 순서로 출연한 한 여자가수는 자신의 곡을 열창하며 한창 필(feel)을 받던 중, 진행상 잠시 노래를 중단할 상황이 생겨 김이 샌 듯 했지만, 낙담하지 않고 오히려 무대 아래로 내려와 관객들과 함께 열창하면서 흥겨운 분위기를 이끌어 앵콜을 두 곡씩이나 받는 인기를 독차지했다.

위의 몇가지 사례를 통해 우리 주변의 지도자나 정치인들에게 꼭 권장하고 싶은 교훈이 바로 “몸을 낮추고 주민속으로 들어가라” 는 것이다.
몸을 낮추는 일은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낮은 문이다. 몸을 낮추면 작고 하찮아 눈에 띄지 않던 것들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무대 아래에 서 관객들의 환호를 받고 앵콜을 받았던 가수들처럼 ‘몸을 낮추는 정치’ 로 주민들의 박수 속에 앵콜을 받는 지도자가 우리 주변에서도 꼭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지도자가 역사에 길이 남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