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형을 받았는데 이 벌금을 낼 수 없을 경우, 교도소 노역장에서 노역을 해서 이 벌금을 탕감 받고 출소하는 제도가 있는 모양이다.
실제로 지역 내 재력가가 벌금 대신 하루 5억 원의 노역을 선고받아 황제 노역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판결을 내린 판사는 이 지역에서 29년을 근무한 鄕判으로, 세간의 비리 의혹과 비판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판사직을 사퇴했다.
추징금 제도도 있다. 이 제도는 범죄로 인한 부당한 이익을 범인으로부터 박탈하여 몰수의 취지를 관철하기 위하여 인정되는 제도이다. 전직 대통령 중에서 추징금 납부를 두고 오래 동안 버티다가 모든 재산을 경매처분 당했던 사례가 그것이다.
오래전 어떤 여인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대규모 어음 사기사건을 일으켰던 적이 있다. 남편도 대단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연관된 사건이었다. 대부분 사람들이 인생 후반부 황혼고개에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쉬고 있을 때 그 여인은 교도소에서 황혼을 보내고 있다. 그분들에게 돈과 권력은 이제 다 허무한 것이 아닐까.

선거철이 되었는지 요즘은 언론에 낯익은 사람들의 이름이 자주 등장한다. 선거는 투표에 의해서 일등이라는 단 한사람을 선택하는 전쟁과 다름없는 것이다. 전쟁은 승리가 목적이기에 아무리 선의의 경쟁을 하고 싶어도 상대방이 칼을 내려놓지 않는 한 절대 아름다운 게임이 될 수 없는 제로 섬 게임이다. 비방과 험담, 흑색과 회색선전이 넘쳐나고 돈이라는 실탄도 필요하다. 그런 험한 전장을 무엇 때문에 때만 되면 열심히 뛰어 들고, 뭔가 가졌다하면 결말은 선거에 한번 출마해야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원하는 목표를 향해 젊은 시절을 힘들게 보낸다. 그리고 후반부 인생은 내 분수를 알고 분수껏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동안 힘들게 달려 오늘에 이르렀으면 이제 무거운 짐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갈 법한데 아직도 이루지 못한 목표와 꿈이 남아있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춘추전국시대 주나라 환공을 모시던 사당에 유좌(宥座)라는 의기(?器 ; 기대어 놓아야 바로 서는 그릇)가 있었다. 가득 채우면 엎어지고 비우면 기대어 세워야 하며 알맞게 채워야 바로 서는 소문으로 들리던 그런 그릇이 있었다. 이 그릇을 놓고 스승 공자는 제자 자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가득 차 있을 때의 道는 눌러서 덜어 내는 것이며, 덜어 내는 道라는 것은 덕행이 넓은 자는 그 것을 공경으로 지키고, 토지가 광대한 자는 그것을 검약으로 지키며, 지위가 높고 녹봉이 많은 자는 겸손으로 지키며, 많은 부하와 강력한 무기를 가진 자는 두려움으로 지키며, 총명과 예지가 있는 자는 그것을 어리석음(겸손)으로 지키고, 널리 듣고 기억을 잘 하는 자는 그것을 얕음으로 지켜야 한다.’ 라고 가르쳤다.

박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 두 분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전 2005년 만남이 있었다. 이때 박대통령은 계영배(戒盈杯)를 선물로 주었다. 이 잔은 술이 가득차면 새어나가는 과학적 원리가 숨어있는 것으로, 조선후기 도공 우명옥이 계영배를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우명옥은 당시 설백자기(雪白磁器)를 만들어 명성을 얻은 인물로, 후에 자신의 방탕한 삶을 뉘우치면서 계영배를 만들었다고 하며 이 잔은 후에 조선후기의 거상 임상옥(林尙沃)에게 전해지며 그는 이 잔을 늘 곁에 두고 인간의 과욕을 경계하면서 조선 역사상 전무후무한 거상으로 거듭났다고 한다.

열자(列子)도 ‘사람은 직위가 높을수록 투기의 대상이 되고, 벼슬이 무거울수록 경계의 대상이 되고, 녹을 많이 받을수록 세상 사람의 원망의 대상이 되기 쉽다’고 했다. 고전을 보면 초나라 재상 손숙오(孫叔敖)를 비롯하여 많은 선인들이 이 같은 충고를 거울삼아 실천하여 귀감이 되는 사례들이 많다. 이들은 스스로 자기만의 경계를 분명하게 실천했다. 직위가 오를수록 뜻을 줄이고, 벼슬이 높아질수록 마음을 낮추고, 녹이 많아질수록 넓게 베풀었다. 지나친 것은 오히려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듯 절제 없는 과도한 욕심은 화를 불러올 수 있다.
주역(周易)에서도 ‘보태려고만 하는 데서 손해가 생기고, 스스로 덜어내는 데서 오히려 이익이 비롯된다.’고 했고 노자(老子)의 도덕경에서는 ‘세상 모든 것은 손해가 이익이 되기도 하고 이익이 손해가 되기도 한다(物或損之而益 或益之而損)’고 가르친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극한으로 치닫는 오늘의 정세와 시국이 옛사람들이 터득한 삶의 지혜를 새삼 떠올리게 만든다.

손자는 병법 작전 2편에 이렇게 썼다. 故兵聞拙速 未睹巧之久也 兵貴勝 不貴之. 전쟁은 그 결과가 매끄럽지 못해도 빨리 끝내야 한다. 욕심을 부려 뭔가 제대로 해보겠다고 오래 끌어 좋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지나친 욕심 버리고 적당한 선에 빨리 끝내는 것이 결과적으로 훨씬 좋다고 손자는 말하고 있다.
황혼이 되도록 아직도 못 이룬 꿈들이 있다면 후대가 이룩하도록 물려주는 것도 비우는 방법이 아닐까.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죽는 그 순간까지 돈과 권력과 명예라는 욕망의 수레에서 내리지 않는다면 너무 많은 패배자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끝이 아름다워야 제대로 살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