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전쟁이 땅과 바다, 하늘에서 벌어지는 3차원의 전쟁이었다면 지금의 전쟁은 스타워즈에서 보던 우주에서의 전쟁, 그리고 사이버 공간에서의 전쟁이라는 5차원의 전쟁으로 설명하고 있다. 북한은 우리민족끼리, 정찰총국 산하에 해킹 등 사이버전쟁을 펼칠 3만 명의 병력을 육성하고 있으며, 그 능력은 CIA(중앙정보국)에 필적한다. 우리는 지금 북한의 사이버 전쟁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이버 전쟁 능력은 북한이 이미 10여 년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온 비대칭 전력(戰力)으로서 그들의 사이버 전쟁능력은 방화벽을 뚫고 정보를 수집하고 허위 정보를 보내고 프로그램을 마비시키는 등 대단히 탁월하다고 한다.
북한은 하루에도 1만 5천 여 건의 사이버 테러에 관여하고 있다고 한다. 정보전쟁의 전문가는 앞으로의 전쟁은 포연이 진동하는 모습보다는 사이버 전쟁이 승패를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본다. 잘못된 정보로 아군을 혼란시켜 분열시키고, 첨단 무기의 컴퓨터를 오염시키고, 전쟁 지도부의 지휘 조직망을 마비시키게 되면 전쟁은 시작도 못해보고 끝나게 된다. 반대로 우리의 사이버 부대가 적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아내지 못하고 적의 지휘체계를 마비시키지 못하면 역시 전쟁의 승리는 어렵게 된다. 전쟁은 온전하게 승리해야 한다. 나의 피해는 줄이고 적의 피해는 커야 한다. 손자병법 모공편에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자신과 상대방의 상황에 대하여 잘 알고 있으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울 것이 없다는 뜻이다. 안다는 것은 정보의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정보는 항상 온전한 상태로 내손에 주어지지 않는다. 아주 수많은 조각 정보들이 전해질 뿐이다. 수많은 퍼즐을 맞춰 나가듯 하나를 알면 나머지는 거기에 맞춰 추측과 상상을 해가면서 끼워 맞추는 것이다. 결국은 직관이고 주관이다. 주관적인 상상이 얼마나 실체에 근접한 상상을 하느냐가 이게 정보다.

고려시대 여진을 몰아내고 두만강 북쪽에 9성을 축조한 윤관은 1105년 1차 여진 정벌 시 기마부대 중심의 여진족에게 당할 수가 없어서 물러났다가 2년 후 기마병으로 구성된 여진 맞춤 부대를 만들어 여진정벌에서 승리하였다. 그런데 사실은 1차 여진정벌에서 패할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당시 윤관이 알고 있던 정보는 점령해야 할 지역이 지세가 험하고 삼림이 무성해 사람이나 말이 지나갈 수 없어 무난히 여진의 침입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가본 지역은 외길은커녕 사방이 뚫린 四通八達의 지역이었다. 틀린 정보를 가지고 전쟁에 임했으니 이기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다. 자기 땅에 대해서도 이렇게 모르고 있었으니 적군에 대해서는 알면 얼마나 알았겠는가. 모르면 지는 것, 이것이 정보다.
조선시대의 朝報는 국왕의 명령이나 조정의 인사내용이 발표되는 일종의 관보다. 그런데 이것을 왜인들이 집중적으로 사 모았다. 조선의 내부사정을 가장 정확하고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자료였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조선 정부에서는 왜인들에게는 조보를 팔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명령을 내리게 되지만 그 시기가 임진왜란 이후로 이미 늦었다.
1653년 동인도 회사 소속의 무역선이 심한 풍랑으로 난파되어 하멜을 비롯한 선원들이 제주도 앞 바다에 상륙했다가 조선군에 체포되었다. 그 후 14년 동안 하멜은 조선에 머물렀지만 조선은 그들의 정보에 무관심했다. 당시 하멜은 포수였기 때문에 무기에 대한 상세한 지식이 있어 조선의 무기체계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었지만 조선은 그에게 잡역만 시켰고 당시 세계를 무대로 활동했던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조선에서 고생만 하다가 일본의 나가사키로 탈출한 하멜을 일본은 첫날부터 51개의 체계적인 질문을 통해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조선의 군비, 무기체계, 해상방위 등 하멜이 조선에서 얻은 모든 정보를 알아냈다. 14년이나 하멜을 데리고 있었으면서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조선과는 달리 일본은 단 하루 만에 자신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모두 알아냈다. 정보의 중요성을 간과한 조선과 정보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던 일본과의 전쟁의 결과는 예측 그대로다.

손자는 ‘승병선승(勝兵先勝) 이후구전(而後求戰) 패병선전(敗兵先戰) 이후구승(而後求勝), 즉 이기는 군대는 승리할 상황을 만들어놓고 전쟁에 임하고, 패하는 군대는 먼저 전쟁을 일으킨 다음 승리를 구한다.’라고 하였다. 이겨놓고 싸우는 전쟁, 이것은 정보의 능력이다. 나의 정보는 적이 모르게 하고 적의 정보는 손바닥 들여다보듯 하는 것이 정보 전쟁이다. 이런 정보전쟁에 대비한 우리 사이버 안보 현실은 어떤가. 우리는 북한의 대남 사이버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조차 정확히 가늠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사이버 전쟁이 고도의 지능 전쟁임을 감안하면 사이버 보안기술의 개발과 전문 인력의 육성은 국가 안보를 위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