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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박환수 교수의 손자병법(85)鞭長莫及(편장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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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2.21  17: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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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초나라의 장왕은 진나라를 패퇴시키고 그 다음에는 진나라를 따르는 송나라를 정벌 대상으로 정했다. 그러던 어느 날 초 장왕(楚莊王)은 신하 중에서 신주(申舟)를 제(齊)나라에 사신으로 보낼 일이 생겼다. 초나라에서 제나라로 가려면 송(宋)나라를 거쳐야 하는데 관례대로 한다면 사전에 송나라에 양해를 구해야 했다. 그러나 강대국 초장왕은 거만하게 송나라에 알리지도 않고 사신 신주를 송나라를 통과해서 제나라를 가도록 하였다. 그렇게 관례를 무릅쓰고 자기나라를 지나던 초나라 사신 신주를 놓고 송나라는 괘씸하지만 대국 사신이니 보내야 한다, 아니다 송나라의 자존심의 문제다 죽여야 한다는 논란 끝에 신주를 참수형에 처하고 다가 올 초나라의 보복 전쟁에 대비했다.
아니나 다를까 신주가 피살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초장왕은 즉시 송나라를 공격하였다. 그러나 송나라의 저항도 만만치 않아 9월에 시작한 전쟁은 이듬해 5월까지도 끝내지 못하고 있었다. 송나라도 역자이식(易子而食: 자식을 잡아먹다)하고, 석해이찬(析骸以?: 뼈로 불을 때다)하면서 버티는데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지친 송나라는 가까운 진(晉)나라에 구원을 요청하였다. 당시 진나라 경공은 구원 군을 보내 구원하려 했지만 대부(大夫) 백종(伯宗)이 반대했다. ‘말의 배는 채찍을 받는 곳이 아니며 또 채찍이 아무리 길다 해도 말의 배에까지는 미칠 수 없습니다.(誰鞭之長不及馬腹), 하늘이 초나라를 돕고 있으니 그들과 싸워서는 안 되며 진 나라가 강하다고 하나 어찌 하늘을 어길 수야 있겠습니까? 기다려 보는 게 좋겠습니다.’ 결국 진경공은 송나라에 구원 군 대신 사신을 보내 위로만 했다. 여기에서 鞭長莫及(편장막급)이란 말이 유래한다. 鞭長莫及(편장막급)이란 채찍이 길어도 닿지 않는다. 즉 매사는 힘이 없어 미치기 어려운 일도 있고, 힘이 있어도 주도면밀(周到綿密)하게 모든 일을 다 처리하기도 어려운 것을 이르는 말이다.

얼마 전 여수 부두 항구에 접안 중이던 유조선이 유류 파이프라인을 훼손시켜 여수 앞바다를 오염시켰다. 누가 잘못했으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누구냐를 분별하는 과정에서 해수부 장관이 물러났다. 유조선 선박회사는 자신들의 배에서는 유류가 유출되지 않았다고 해양 오염의 책임에서 빠지려고 한다. 생각지도 않은 유조선의 충돌로 파이프라인이 훼손된 유류 회사는 이게 왜 내 잘못이냐고 항변하고 싶어도 분위기가 그렇지 못하다.
부산에서는 화물선과 유류 공급선이 충돌하여 화물선에서 기름이 유출되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화물선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기름이 유출되었지만 이게 과연 내 잘못이냐는 것이고, 유류 공급선은 바다의 너울이 갑자기 심하게 몰아쳐서 부딪힌 것이라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라고 항변하고 싶을 것이다.
경주에서는 리조트의 강당 건물이 무섭게 내리는 폭설로 지붕이 무너져 아까운 학생들이 희생되었다. 건물을 관리하는 회사는 책임을 통감하고 사후약방문이지만 피해자 구호와 대책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와 행사를 주관한 학생회는 예산 지원 문제로 이견이 있었고 결국 학생들은 대여료가 싼 시설에서 신입생 환영회를 열다가 변을 당하였다. 학교는 안 된다는 것을 학생들이 말을 듣지 않았다고 책임을 면하려고 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아무 이상 없었는데 22년 만에 내린 강한 폭설이 문제라고 하늘을 원망할 수도 있다.

진나라 경공은 송나라와 관계를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구원군을 보내 초나라를 물리치고 송나라를 구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진나라 대부 백종은 말을 다스리는 채찍을 예로 들면서 송나라의 지원 요청을 묵살했다. 진나라가 강하다고는 하나 쓸데없이 송나라를 구원하는데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 유류회사, 선박을 가진 회사, 부두를 이끌어 가는 회사, 학교, 레저회사 관계자들은 피해를 입은 어민들, 학생, 학부모들에게 편장막급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일단은 바다 너울을 탓하고 폭설을 앞세워 억울함을 호소할 것이다. 어민들과 유가족들은 송나라처럼 역자이식(易子而食)하고, 석해이찬(析骸以?)하면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는데도 모두들 진나라가 되어 편장막급 하고 있는 것이다. 괜히 소신 있는 척 하다가 모 장관처럼 매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냥 때려서는 안 되는 말의 배(馬腹)로 인식해 버리는 것이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우리는 鞭長莫及(편장막급)이란 사자성어를 한번 쯤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세상 살다보면 능력이 있어도 풀기 어려운 문제가 수두룩하다. 그런데 능력도 부족한데 자꾸 입으로만 떠들고, 채찍을 들지 못하게 하고, 채찍을 끊어 버리는 무책임한 언행이 많다. 그리고 과거 송나라 국민들이 어려운 국면에서 최후까지 일치단결하듯 우리도 이제 나라의 안정을 위해 소모적인 논쟁을 그만 두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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