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러시아 소치에서는 2014년 동계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4년 후 평창 올림픽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규모 면에서 사상 최대의 대표팀 71명(남41ㆍ여30)을 출전시켰다. 그들은 지난 4년 동안 힘들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기량을 닦아왔다. 선수단의 목표는 당연히 승리하고 개인의 영광 획득은 물론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자신의 이익과 자신의 주장 관철을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고 상대를 미워하고 싸운다. 국가도 유기적인 관점에서 인간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이익과 의지 관철을 위해 외교를 하고 협상을 한다. 그러나 그 협상이 결렬되면 힘으로 상대 국가를 제압하고 필요한 이익을 취하게 된다. 孫子는 이러한 싸움에 대하여 싸우지 않고 기세로 제압하는 不戰而勝을 우선으로 하지만 일단 전쟁에 돌입하면 兵者는 詭道라고 가르친다. 즉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방을 속이고 기만하고 비겁하리만큼 뒤통수를 치고 이간질해서라도 힘들이지 않고 이기는 전쟁을 가르친다. 다윈의 진화설처럼 약육강식의 논리가 전쟁에서는 그대로 적용되어 힘없는 국가는 멸망하고 힘 있는 국가는 그들을 지배하고 이끌어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먹히지 않기 위해서 힘들지만 군대를 키우고 훈련을 시키고 핵무기와 같은 강한 한방을 주 무기로 상대방을 위협하고 견제한다.
스포츠는 전쟁과 마찬가지로 싸워 이겨야 하는 경쟁의 마당이면서 건강과 즐거움을 주는 놀이의 역할도 한다. 전쟁에서 승리는 영광과 생존을 의미하고 패배는 치욕과 죽음뿐이듯 스포츠의 세계에서도 최고의 경지에 이르면 김연아 선수처럼 국민의 영웅이 되고 광고를 비롯한 그 인기가치는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가져 오지만 단 한 번의 실수로 경기에서 진다면 수년을 준비해온 보람도 없이 엄청난 비난을 받아야 한다. 순간의 판단 잘못과 실수는 전쟁이나 스포츠나 기대했던 영광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는 것은 똑 같은 이치다.
손자는 形勢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병법 軍形 편에서 싸움을 시작하려거든 우선 만전의 태세를 갖추어 놓고 가득 찬 봇물을 깊은 골짜기에 터놓듯이 단숨에 적을 압도하여야 한다고 했다. 강력한 勢를 만들어 놓고 전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선수들은 4년 전 밴쿠버 올림픽에서 '불모지' 피겨와 스피드스케이팅에서도 세계 정상에 오른 경험을 살려 혹독한 훈련을 통하여 勢를 만들었다. 선수에게 경기력을 위축시킬 수 있는 불필요한 부담감을 떨쳐낼 수 있는 勢를 갖추었다.
形勢에서 形은 전쟁을 치르기 위해 갖춰야 할 국가의 전쟁 지원능력과 강력한 군사력을 뜻하고, 勢는 여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쟁 지도능력과 기술을 말한다. 스포츠도 대체로 국력이 강한 나라가 강한 지원을 바탕으로 스포츠 강국이 되고 과학적인 훈련과 연습을 통해 승리의 비법을 찾아낸다. 전쟁이나 스포츠나 이기고 지는 데는 형세의 중요함도 있지만 변화무쌍하고 예측이 어려운 게임에서 기상천외한 승자의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손자는 이것을 奇正의 전략이라고 하고 스포츠 경기에서도 다를 바 없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正이란 것이 있고 너는 모르고 나만 아는 奇라는 것을 이용해서 상대의 약점을 이용하고 나의 강점으로 결정적인 승리를 얻어 내는 것이 전쟁이듯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요컨대 전쟁에서 쓰는 奇正전략을 스포츠에서 적용한다면 '正'으로써 맞서고 '奇'로써 승리를 결정짓는 전략을 그대로 인용될 수 있다. 치열한 경쟁의 세계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경우에도 '正'의 능력뿐 아니라 '奇'도 있어야 한다. 학벌, 가문, 용모 다 좋아도 나의 능력을 발휘하는 奇를 모르면 반쪽 경쟁력을 가지고 살아 갈 뿐이다.
이번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피겨의 김연아 선수를 비롯하여 국가 대표 선수 중에서 금메달 급 유망주들이 힘들고 어려운 삶 속에서 희망을 주고 대리 기쁨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기대가 컸던 선수들은 하나같이 메달 권에 들지도 못하고 밤새 메달을 기대한 국민들의 마음을 실망스럽게 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그만큼 크고 지나치면 배신감까지 드는 것이다. 그래도 당장은 우승을 못해 실망스럽겠지만 아직도 다른 많은 종목이 남아있고 또 기대하지도 않았던 선수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종목에서 우승을 했던 사례들이 많기 때문에 더 인내를 가지고 지켜볼 필요도 있다. 한편으로 패배한 그 선수의 마음은 지금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것인지 이해하고 따뜻한 정을 보내주면서 실망하지 않고 다음 경기와 선수를 지켜보고 격려해주는 것이 전쟁과 다른 스포츠가 아닐까.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남자 선수들이 어떠한 메달도 얻어내지 못했다. 거기에다가 세계에서 절대 강자라고 하는 쇼트트랙까지 무너져 국민들의 실망은 컸다. 그러나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이상화 선수는 금메달을 획득하여 실망에 빠진 국민들에게 다시 희망의 불씨를 지펴주었다. 이상화 선수는 지나친 훈련으로 여러 곳에서 부상을 입었고 국민들은 불안스러운 마음으로 결과를 지켜보았지만 세계가 인정하는 노력의 결과를 얻었다. 이상화 선수의 금메달로 국민들은 다시 남은 경기에 기대를 하게 되었다. 특히 후반전에는 세계 피겨의 여왕 김연아 선수가 있기 때문이다.(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