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주간의 세상사를 돌이켜보니 강 건너 불구경이라는 속담이 떠오른다. 지금 복잡하고 힘든 이 나라를 누가 불을 내고 누가 불구경을 하고 있을까. 손자병법의 火攻篇에서는 불을 이용하여 싸우는 전술과 불을 다스리는 마음을 기록하고 있다.
불은 하나의 사건이다. 같은 사건을 바라보면서도 記者는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기사를 쓴다. 객관적이고 공정하려고 하지만 결과는 주관적 견해로 나타난다. 또 언론사별로도 색깔이 있다. 그래서 독자나 시청자들도 결국 편향된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불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언론과 정치는 讀者를 만들고 票를 만든다. 문제는 국민들이 아바타처럼 정치와 언론이 흔드는 대로 무엇이 정의이고 진실인지를 알지도 못한 채 싸움에 말려들어 울고 웃는다는 것이다. 火攻은 이 점을 이용한다.
정부는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데도 철도공사 노조는 민영화를 반대하는 장기간의 파업을 벌였다. 철도 파업이 끝나자 이번에는 의사들이 의료 민영화를 반대하는 파업을 예고해 놓고 있다. 정부는 절대로 '민영화'가 아니라고 반박하지만 의료계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이 두 파업의 목적을 언론과 정치는 대충 알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는 각각의 시각으로 편을 들고 언론도 이에 가세하여 편을 만드는데 일조를 한다.
북한이 위협적인 발표를 하고 있는데도 일부에서는 정부가 나라를 공안정국으로 몰고 가 공포를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심지어 북한의 주장과 동일한 종북 성향인을 비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고 종북 성향을 띤 사람은 극히 일부이지만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와 객관적 중립적 보도라는 명분으로 이들의 주장을 대변해 주고 있다. 심지어 어떤 언론 매체는 소수의 견해로 다수의 침묵을 덮어 버리기도 한다. 결국 생업에 바쁜 사람들까지 미디어에서 제공하는 나름대로의 여론에 물들어지고 자신도 모르게 이 싸움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공산주의의 혁명전술은 대중의 이런 점을 이용하여 심리전을 전개한다. 즉 대중은 겉으로 드러난 것이 모든 것이라 착각하고 속은 꼼꼼히 따지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하여 심리전을 하는 것이다. 누가 불을 내고 있는지 찾기 어려운 인터넷 공간을 이용하여 화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은 깨끗한 척 위장하고 먼지보다 작은 상대방의 흠집을 찾아내어 집요하게 공격하고 대중들 스스로의 손으로 상대방을 매장시키도록 유도한다. 지금의 국내 정세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최고의 화공 전술을 쓸 시기이고 강 건너 불구경을 할 때인 것이다.

과거 광화문 광장의 광우병 촛불은 이명박 정부를 굴복시킨 바가 있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도 대중의 촛불을 유도하였으나 예상처럼 촛불은 타오르지 않았다. 대선 기간 댓글 사건과 NLL논쟁, 대통령 기록물의 실종, 종북 단체의 내란 음모 사건 모두가 검찰의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고 국민들도 사건의 실체를 대부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아직도 명분을 찾아 헤매고 있고 제 갈 길을 가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사과를 하도록 만들고 정국의 주도권을 잡아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대통령은 법이 정하는 방식대로 문제를 풀어 나가려고 한다. 정치와 언론이 不通領이라는 용어를 써가면서 대통령을 자극하지만 대통령은 우직스럽게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그러면 현재의 정국 상황을 손자병법은 어떻게 표현할까. 孫子 曰 凡火攻有五 一曰火人 二曰火積... 손자가 말하기를 무릇 화공에는 다섯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사람을 태우는 것이요, 둘째는 쌓아놓은 보급품을 태우는 것이요...  行火必有因 煙火必素具 發火有時 起火有日... 화공을 행함에는 조건을 구비해야 하고 불을 붙이는 데는 도구를 갖추어야 하며, 불을 붙임에는 시기가 있고 불을 일으킬 날이 있는 것이다. 兵法 火攻篇 전반부에는 이렇게 불을 놓아 적을 공격하는 방법을 말하다가 후반부에는 이런 말을 한다. 主不可以怒而興師요 將不可以?而致戰이라. 임금은 분노로 인해 군사를 일으켜서는 안 되며 장수는 성난 일로 인하여 전투에 끌려들어 가서는 안 된다. 怒可以復喜오 ?可以復悅이나 亡國不可以復存이오 死者 不可以復生이라. 분노는 다시 기쁨이 될 수 있고 성난 것은 다시 즐거워 질 수 있으나 나라는 망하면 다시 살아 날 수 없고 죽은 자는 다시 살아 날 수 없는 것이다. 故로 曰 明主 愼之 良將 警之하나니 此는 安國全軍之道也라. 그러므로 현명한 임금은 이를 삼가고 훌륭한 장수는 이를 경계하는 것이니 이것이 국가를 안정되게 하고 군대를 보전하는 길이다. 화공편에서 손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국가의 존망을 결정하는 君主와 군대의 장수는 분노를 조절하고 여론에 끌려가지 말고 정도를 가라고 한 것이다.
벌집을 건드리면 맹렬한 기세로 상대방을 공격한다. 감정의 동물인 사람의 감정과 자존심을 건드리면 사람도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스스로 튀어 나와 자멸의 길을 걷는다. 지금 북한의 입장에서는 벌집을 쑤셔 놓고 흥분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우리 국민 대부분은 그냥 벌집을 바라보고만 있다.
지금 정국의 현상이 그런 것 아닐까 한다. 법이 있고 법대로 하면 되는데 괜한 감정싸움에 말려들어 또 다른 분쟁의 원인을 만들고 그 분쟁이 또 다른 화공의 원인을 만들다보면 결국 온 나라가 불 속에 싸이게 되고 결국 타 버리게 된다. 나라가 망하고 사람이 죽으면 다시 살아나지 못한다. 어쩌면 대통령은 지금 신중한 처신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