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투가 크면 어깨를 누른다.” 는 속담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제 능력보다 과분한 지위에서 일을 하게되면 감당하기 어려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헌데 요즘 우리사회를 보면, 감투가 커서 감당을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작은 감투라도 꼭 쓰려고 애를 쓰는 사람들이 적지않아 씁쓸함과 함께 한심한 생각마저 들게한다.

우리 지역의 오래된 좋지않은 정서 중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감투욕심’ 을 지적하곤 한다. 담양의 고질적인 병폐중 하나로 자리잡은 게 바로 ‘감투욕심’ 이라는 것이다.
제몸에 맞지도 않는 옷을 입으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번 입은 옷은 절대로 벗지않고 죽을때까지 버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들 한다.

어떤이들은 제 스스로 감당도 못할 뿐 아니라 최소한의 책임감, 의무감도 없으면서 그저 감투만 좋아해서 이 자리 저 자리 틀어쥐려 하거나 감투 쓰려고 안간힘을 쓰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남들이 손가락질을 해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자리를 틀어쥐고 앉아있으려는 사람들이라는 말씀이다.

이를두고 지역민들은 “담양에서는 무슨무슨 조직이나 단체에 한번 長자리 라도 맡으면 수십년이 지나도 웬만해선 그 자리 안 내놓는다. 죽어야 비로소 내놓는다”는 말로써 이런 상황을 조소하듯 가담항설(街談巷說)로 내뱉는다. 일단 어느 조직이나 단체의 長, 또는 임원이라도 되고나면 죽을때까지 그 자리를 물러나지 않으려는 속성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않다는 지적에 다름아니다. 사람들은 “정작 감투를 꼭 써야 할 사람은 나서지 않고, 감투를 써서도 안되고 또 쓸 일도 별로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나대는 모양새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데 이게 바로 감투에 관한한 담양의 묘한 정서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정말 그럴까?
주위를 가만히 살펴보니 모임이나 단체, 또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정말 헌신적인 이들은 감투욕심 없이 열심히 봉사하면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어떤 이들은 제 앞가림 제 할 일도 못하면서 자리 욕심만 내거나 그저 자리만 차고 앉아 행세하는 모습들도 적지않아 보인다. 지역민들의 눈에도 그렇게들 보이는 게 적지않다고 하니, 담양의 ‘감투욕심’은 정말 묘하고도 이상한 정서를 가지고 있다는 게 어쩌면 맞는 말 같기도 하다.

한 자리의 長, 즉 감투는 그것이 어떤자리 든지 자질과 능력은 물론이고 좋은 성품과 도덕성, 신뢰성까지 갖추고 있어야 비로소 지역사회에서 인정받는 長이 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요즘 지역에서는 내년 지방선거 군수, 군의원 등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가시화 되는 가운데 이에따른 출마열풍이 불면서 선거직 자리를 놓고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질 전망이다. 이 또한 일종의 감투욕심 이라 할 수 있다. 지역발전을 위해 일꾼을 자처하고 봉사, 헌신하겠다는 사람들한테 너무 서운한 표현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명예욕과 공명심 보다는 정말 진정성을 갖고 지역발전을 위해 출마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면 고개가 갸웃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담양에는 ‘감투욕심’ 만큼 진정성 있는 욕심으로 지역발전에 헌신하려는 ‘일하는 長’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