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죽녹원 대나무 숲길을 걸으며 가을 편지 노랫말을 읊조려 본다. 산과 들에 풍성한 수확이 맺어지는 계절, 그만큼 마음도 풍요롭고 여유로워 지는 시기이다. 누렇게 익어가는 들녘을 바라보며 넉넉한 마음으로 옛일도 추억하며 향수에도 젖어든다.

그러나 언뜻 지나치며 보는 가을 풍경은 지난해와 비교하여 하나도 변화하는 것이 없는 것 같다. 허나 두렵도록 변화하는 것이 세상이다. 어린이의 동심, 파아란 하늘처럼 맑았던 그 어린 시절의 순수함이 지금은 가슴 속 어딘가로 깊숙이 숨어 버렸다.

그러나 예쁜 꽃이 피고, 짙푸른 초록이 물들고 이제는 단풍이 지는 자연의 순환을 지켜보면서 이 가을만큼은 여유와 낭만을 가지고 힐링을 시도해 보았으면 한다. 미디어의 발달과 SNS, 카톡... 여러 가지 매체들의 홍보와 광고 속에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란 말이 이제는 옛말처럼 아스라이 멀게 느껴지고, TV에서는 각종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 자유롭게 떠나자고 유혹을 한다. 책을 읽는 것도 여행을 가는 것도 내 가슴속 깊은 곳의 나와 만나는 통로이다.

이 계절을 그냥 보내기엔 너무 아쉬움이 남는다. 나를 만나는 길, 이 가을에 “2013 예향남도 100만 편지쓰기(10.21~11.9)”참여를 제안해 본다. 순간적이고 즉흥적인 감정을 표현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수단들이 많이 있지만 내 자신과 타인에게 진솔함을 갖고 여유있게 소통하며 다가가기엔 편지쓰기만큼 좋은 방법도 없는 것 같다. 이런 점에서 편지는 소셜미디어(social media)와는 결코 차원이 다른 질감의 소울미디어(soul media)라 하겠다.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을 걸으며, 죽녹원 벤취에 앉아, 관방천을 배경으로 지나는 자전거를 보면서, 들판에서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꽃밭에서, 추월산을 향하는 도로에서라도, 가슴을 열어 내부의 하고 싶은 얘기를 끄집어 내기에는 그 어느 곳이라도 좋다.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사무실에서 커피 한 잔과 나를 향한 마음, 가족과 이웃과 동료를 생각하며 누구에게라도 진솔한 삶의 얘기, 서운함과 용서와 그리움과 사랑에 대한 편지를 쓸 수 있는 것이다. 귓가에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음악이 흐르고, 내 마음이 담긴 편지 한통의 여유를 함께 나누는 기쁨을 누렸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