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 아니어서 잘은 모르지만 요즘 정치 돌아가는 것이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매듭지어지는 것이 없는 것 같다. 2007년도에 있었던 남북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발언의 유무를 놓고 정치권은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이 싸움을 시작하였다. 날이 갈수록 싸움은 치열해져서 NLL에 대한 대화록은 역사의 논쟁에서 지금은 사법 절차로 옮겨왔다.

검찰수사결과에 따르면 NLL 발언이 포함된 대통령 기록물이 국가 기록원으로 이관되지 않았고 또 대화록이 수정되고 삭제된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시원하게 이 문제가 일단락 될 것 같지 않다. 강력한 리더의 부재인지 여기저기 각자 다른 목소리는 많고 통일된 행동은 찾아보기 어렵다. 과거 독재정치라고 했던 시절처럼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누군가가 등장하여 의견을 조율하고 정리하여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마무리를 지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복지가 중요하다면, 또 나라 살림이 걱정이라면, 서민들의 장바구니가 걱정이라면, 이제 말장난은 그만하고 당파 싸움보다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이왕 벌어진 일을 네 탓 내 탓 그만 따지고 그 좋은 머리로 아이디어 싸움이나 실컷 벌여서 이 나라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 줬으면 좋겠다.

군대에는 지휘관에게 부대의 운영을 책임지게 하는 지휘권이라는 힘을 부여한다. 옛말로 말하면 兵權(병권), 全權이라고 하는 권위와 위엄이 넘치는 권한이다. 비슷한 발음으로 술자리에서는 甁權(병권)을 잡고 휘둘러 취중을 장악한다. 술병을 잡은 사람 마음대로 상대의 주량이나 사정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한잔 받지 않으면 마치 졸장부나 배신자 또는 의리 없는 놈이라고 몰아붙이는 甁權은 兵權보다 가혹한 권한이다. 어쨌든 그의 역할에 따라 그날 술자리의 분위기가 좌우되니 甁權이나 兵權이나 좋은 방향으로 잘만 쓰면 좋은 권한이다.

장수가 兵權을 잡고 있으면, 여러 가지 전술을 마음대로 구사할 수 있고 다양한 여러 부하들의 견해를 한 방향으로 모을 수도 있다. 이것을 단일 지휘관에게 全權을 위임해야 하는 지휘통일의 원칙이라고 한다. 우리가 잘 아는 진주성 전투에서 진주목사 김시민은 상관인 경상우병사 유숭인이 진주성에 들어와 싸우겠다는 것을 거부했다. 잘 훈련된 진주성의 지휘체계가 흔들릴까 걱정이 되어서였다. 결국 유숭인은 성 밖에서 싸우다가 죽었다. 오나라 왕 합려에게 손자는 왕이 부여한 전권으로 왕이 사랑하는 궁녀의 목을 베어 궁녀들의 일사불란한 명령체계를 확립했다. 이 과정을 거쳐 손자는 군대 지휘의 전권을 위임받았고 손자병법으로 오나라 합려를 승리하는 군주로 만들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제갈공명은 승리의 첫 번째 조건으로 군대의 장수가 조직을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하였다. 부하가 장수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하지 않고서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하였다. 제갈공명은 이 권한을 權(권), 威(위), 勢(세)라고 하는 세 가지 단어로 설명하였다.

權은 물건의 무게를 다는 공정한 저울추로 설명한다. 강한 조직은 법규의 엄정한 관리에 있다. 처음에는 강한 조직도 지휘자가 임의로 법규를 확대, 축소, 왜곡하기 시작하면 지휘자가 신뢰를 잃고 조직도 점차 힘을 잃어간다. 權이 바로 적용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삼국지에서 보면 조조는 작전 중에 백성의 생업에 피해를 주지 말라는 군령을 내렸다. 그런데 자신이 탄 말이 그만 보리밭으로 뛰어 들어 밭을 망쳤다. 백성에게 피해를 준 경우에 사형에 처한다는 군령을 조조는 자신의 칼을 뽑아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보였다. 백성들에게는 어진 지도자로, 내부조직에는 엄격한 지휘관의 모습을 보여 준 것이다. 이와 반대로 "엿장수 마음대로"라는 속담처럼 공정성을 상실하고 저울추를 잡은 사람 마음대로 재판의 판결결과가 나온다면 조직의 준법의식은 실종되고 조직은 무질서와 함께 망해가는 것이다.

威는 權에 비하여 다소 부정적이다. 협박하고 윽박지르는 무지막지한 폭력이 수반된다. 글자의 모양도 자신이 다스려야 할 대상을 온순한 여자같이 되도록 무력으로 짓눌러버린 모습이다. 지휘에는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도록 되어 있다. 당근이 자발적 참여라면 채찍은 강압으로 다스리는 수단인 威다. 그래서 강한 지휘관만이 쓸 수 있는 수단이 威다. 조조는 백 만 대군을 이끌고 출정하여 손권과 유비를 공포의 威로서 제압했다. 군대에서 장군의 威는 폭력의 가능성을 부하들에게 보여주는데서 나온다. 제갈공명도 權과 아울러 威도 장수가 병권을 장악의 핵심임을 강조하고 있다. 당근만으로 지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勢는 권과 위를 사용하여 나타나는 힘을 의미한다. 그것으로 기세와 힘과 사기를 올리는 것이다. 병권 장악의 요체는 곧 勢의 창출여부이다. 제갈공명은 세라는 것을 호랑이가 날개를 달고 천하를 누비는 것에 비유하고 있다. 千軍萬馬를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을 兵權을 장악한 장수의 모습으로 그린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병권을 잃은 장수를 물에서 벗어난 물고기와 용에 비유하면서 그 애처로움을 한탄하고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하는 속담은 다 아는 것이다. 지금 갈 길이 바쁜데 사공만 많고 진짜 노를 저을 사람은 부족하다. 全權을 가진 사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