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諸葛亮) 또는 諸葛孔明은 삼국지를 아는 세대라면 탁월한 전술가이며 유비를 받들어 항상 전쟁을 승리로 이끈 최고의 軍師로 이해한다. 형주의 초야에서 지내던 제갈량은 나이 27세 때 유비(劉備)의 三顧草廬로 세상에 나와 유비가 촉한(蜀漢)을 건국하여 제위에 오르도록 도왔다. 그리고 자신은 승상의 직위에 오른다. 유비는 제갈량에게 유언으로 아들을 맡기면서 만약 아들의 능력이 시원찮으면 보위를 찬탈해도 좋다고 하였지만 제갈량은 충성스럽게 後代의 主君을 섬겼다.

유비가 죽고 난후 다음 주군인 유선(劉禪)에게 정치, 군사, 인사에 대한 조언을 적은 출사표(出師表)를 올린 후 중원(中原)을 도모하였다. 이때 상대 적수는 사마중달(司馬仲達)로서 이 결전 과정에서 54세의 나이에 오장원(五丈原)에서 숨을 거두었다. 이때 그가 올린 출사표는 지금 읽어봐도 이런 충신이 있을까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윗사람을 모시고 충성을 다한다는 사람들은 이 글을 읽으면서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하고 눈물이 나지 않으면 충신이 아니라고 평할 정도의 名文이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과학문명이 발달하여 전쟁의 양상도 바뀌었지만 당시 제갈량의 출사표를 보면 지금도 그런 충성스러운 사람들이 이 나라 정치를 이끌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 많은 것은 왜 그러는 것일까.

이런 제갈량이 손자와 마찬가지로 장원(將苑)이라는 병법서를 저술했다. 손자가 13편에 걸쳐 전쟁의 준비와 실시에 대해 언급했다면 제갈량은 무려 50편에 걸쳐 주로 兵法과 軍師의 자질에 대해 論하고 있다. 그때 지은 제갈량의 장원의 내용은 지금도 우리 세대에서 인재관리와 조직 운영에 있어 하나도 다를 바 없다.

세상이 너무 흉흉하고 인간적으로 볼 때 너무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요즘 언론을 오르내리는 형국에서 이번호에는 제갈공명의 병법서 장원 50편중에서 제2편 逐惡(축악)의 내용을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夫 軍國之幣 有五害焉 一曰 結黨相連 毁讒賢良 二曰 侈其衣服 異其冠帶 三曰 虛誇妖術 詭言神道 四曰 專察是非 私以動衆 五曰 伺候得失 陰結敵人 此所謂姦僞悖德之人 可遠而不可親也. 해석하면 대략 이렇다. 대저 군대나 국가의 폐단에는 다섯 가지의 해악이 있다.

그 첫째는 파당을 만들어 어질고 유능한 자를 비방하고 중상하는 것이다. 둘째는 옷을 화려하게 차려입고 특이한 服裝으로 타인의 시선을 끄는 것이다. 셋째는 요술에 대하여 허풍을 떨고 신의 조화에 대한 요망한 말로 民衆를 현혹하는 것이다. 넷째는 전문적으로 남의 잘못을 염탐하고 개인적으로 군중을 선동하는 것이다. 다섯째로 몰래 이해득실을 따져 적과 은밀히 결탁하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간사하고 거짓되고 부도덕한 자들이니 가까이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요즘 언론과 드라마를 보면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 인륜과 도덕을 저버린 사람들, 의리를 저버린 사람들. 또 그런 사람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여 득을 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지면이 부족할 정도다. 민주주의 정치라는 것은 선거를 통해서 우리의 의사를 대변할 대표를 뽑고 또 국가 지도자는 정책을 추진할 부하 참모를 선발해서 중책을 맡긴다. 국회에서는 중요한 직책을 맡을 자에 대해서는 청문회를 통해 도덕성과 능력을 검증한다. 그런데 이게 참 어려운 모양이다.

천하의 제갈량도 인재등용에 있어서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대표적인 실패작이 陰慘馬謖이라는 사자성어를 만들어낸 마속이다. 제갈량은 적장 장합을 맞아 싸울 인물을 선정하면서 주위에서 추천한 위연, 오의 등을 보내지 않고 마속을 보냈다. 그러나 마속은 제갈량의 군령을 어기고 싸우다가 패배하여 제갈량의 북벌 계획은 차질을 빚었고 제갈량의 군대가 총퇴각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제갈량은 자기가 선택한 마속을 군령을 어긴 죄로 참수할 수밖에 없었다. 또 이엄이라는 장군은 先代 주군인 유비가 임명하고 간 인물로서 제갈량에게 왕이 되기를 권하거나, 자신의 직위를 남용하기도 하고 자신이 지도자가 되려는 등의 이상 행동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결국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부하 관원을 죽이고 거짓말을 하였다가 관직을 삭탈당하고 유배되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인재 등용은 성공적이었으며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제갈량의 의지대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으며 이런 인재들로 제갈량은 충성스럽게 2대에 걸친 주군을 섬기다가 자신의 생을 마감하였다.

사후에 나라 안의 모든 사람들이 제갈공명을 두려워했지만,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존경했다. 준엄하기 이를 데 없는 지도력을 펴나가면서도 부하나 국민의 원망을 사지 않은 것은, 공정 무사하고 신상필벌을 지키며, 공사간의 구분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제갈량은 정치의 본질을 터득한 걸출한 인물이며, 이전의 관중(管仲)이나 소하(簫何, 한나라 유방의 명 참모) 못지않을 만큼 뛰어난 정치가였다. 다만 거의 해마다 원정을 시도하면서도 끝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 여기에 대해 역사가인 진수는 제갈량을 이렇게 평가한다. ‘제갈량은 임기응변의 재능이 모자라고, 일의 마무리가 서툴렀다. 그게 그 자신에게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여러 차례의 북정 실패의 진정한 원인도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