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 달린 것 중에는 사람, 네 발 달린 것 중에서는 식탁, 날아다니는 것 중에서는 비행기와 연을 제외하고는 온갖 재료를 요리로 만들어 낸다는 중국에서 대나무와 관련된 음식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특히 촉남죽해에서 대나무 음식을 접한다는 것은 크나큰 행운일 것입니다”
“중국인들도 평생 다 먹어 보지 못한다는 밤하늘의 별보다도 더 많다는 중국 요리를 눈앞에 두고 한국 사람들은 중국 음식에 기름기가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 고추장이나 김치, 컵라면 등을 필수품 1호로 챙기는데 후회합니다”
광활한 촉남죽해를 대표하는 명승지에 넋이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때늦은 점심을 하기 위해 식탁에 앉기가 무섭게 최웅성 가이드가 중국 음식에 대한 편견을 지적한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대나무 밭에 마련된 식탁에는 현지인들이 죽순을 비롯한 대나무 밭에서만 자란다는 망태 버섯 등 촉남죽해에서 채취한 각종 재료들로 만든 음식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들이 여름철이면 더위를 피하기 위해 계곡을 찾아 음식을 먹으며 영양을 보충하듯이 이들은 신선한 기운이 가득한 대숲에서 가족, 친지, 연인들과 함께 대나무의 정기가 응축된 음식을 나누며 그들만의 행복한 참살이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비록 눈보라를 막아주는 지붕도 없고 푹신푹신한 고급 의자도 아니며 음식을 담은 그릇들도 군데군데 이빨이 떨어져 나가 있고 원탁도 튼실해 보이지도 않는 말 그대로 허름한 노점식당이지만 그들에게는 즐거움의 공간이자 포만감을 만끽 할 수 있는 무릉도원일 것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녹차로 갈증을 해소한 일행은 서둘러 음식을 주문했다.
조리실 옆에 각각의 플라스틱 통에 담겨진 음식 재료에는 촉남죽해에서 갓 채취해 싱싱한 大地의 기운을 그대로 담고 있는 죽순을 비롯 대밭에서만 자란다는 망태버섯, 망태버섯이 땅속에 있을 때 캔다는 망태알, 목이버섯과 이름 모를 버섯, 각종 산나물 등이 가득히 담겨진 가운데 식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죽순을 가늘게 썰어 얇게 저미고 데친 청경채와 함께 기름에 튀긴 죽순요리를 비롯 말린 죽순을 물에 불리고 소시지와 야채를 한데 넣어 튀겨낸 음식과 언뜻 보면 미더덕처럼 생긴 망태버섯알과 피망, 버섯을 한데 넣어 만든 버섯탕, 대나무를 태워 나오는 연기로 훈제한 돼지고기, 대통밥을 주문했다.
차려진 음식들은 중국 음식 특유의 향이 입안 가득했지만 음식 고유의 맛과 재료의 특성을 알아내기 위해 오랜 기간 곰씹어 보고 음식을 드는 일행들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입안에서 사각거리는 죽순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져요. 말 그대로 대나무 한 그루를 다 먹은 것처럼 기운이 솟아나는 것 같아요”
“죽순과 소시지가 어우러져 이 맛을 낸 다는 그 자체도 신기하지만 신세대 입맛을 겨냥해서 퓨전 음식을 만들어 내는 중국인들의 상술에 더 입이 벌어집니다”
“이곳이 더운 지방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돼지고기를 오랜 기간 보존하기 위해 훈제를 한 것 같네요. 특히 사료를 먹이지 않고 대밭에서 키워 비계가 적고 육질이 부드러운 것이 돼지고기가 아닌 것 같아요”
“담양에서 맛본 대통밥과는 다릅니다. 담양의 대통밥은 각종 잡곡을 넣어 영양 가치를 높인 것에 반해 중국의 대통밥은 찰기가 없는 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 같습니다”
같은 음식을 먹었지만 평가는 제각각 달랐다. 이처럼 많은 이들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 중국의 음식은 그 가지 수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가 싶다.
대만 TV의 유명 앵커가 촉남죽해를 방문, 이곳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맛이 뛰어나다며 칭찬하고 종업원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을 확대해 내건 식당 주인을 초대해 대나무와 관련된 음식 문화를 들어보았다.
“중국 음식은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다. 아무리 산해진미가 눈앞에 쌓여 있어도 먹는 이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그야말로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특히 촉남죽해에서 생산되는 죽순은 영양학적이나 맛이 뛰어나 많은 이들이 이를 경험하고자 하지만 이를 이루는 사람은 극히 적습니다”
“촉남죽해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봄이 되면 새순이 돋아나 하늘도 더 푸르러 보이고 여름이면 시원함이 묻어나고 가을이면 단풍과 어울려 아름답고 겨울이면 눈 속에서도 푸르름을 잃지 않아 경관을 이루는 대나무와 떨어지지 못합니다. 한 마디로 죽순을 먹고 대나무로 진 집에 살고 대나무를 연료로 사용합니다”
“중국 고대의 문인 소동파(蘇東坡)는 ‘육류가 없어도 되지만 대나무가 없으면 안 된다. 육붙이를 먹지 못하면 야위지만 대나무를 먹지 못하면 속되어진다”며 고사성어를 인용해 가며 대나무 예찬론을 펼쳐나갔다.
음식이 떨어질 즈음 주인이 술을 추천했다.
대나무통에 담겨진 대통주이다. 도수가 높으며 향이 독특하면서 그 빛깔이 양주를 방불케 하지만 목 넘김이 의외로 부드럽고 은근히 취기가 올라오는 것이 얕잡아 보고 마셨다가는 큰 코 다칠 것 같아 술잔을 내려놓고 한창 조리에 여념이 없는 주방을 살펴보았다.
‘불의 美學’이라고 일컬어지는 중국 음식의 특성을 살린 듯 화력을 최대한 높이기가 무섭게 잘 달궈진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몇 번 휘젓는가 싶더니 그릇에 담아 내는데 걸리는 시간은 3분 이내이다. 옆에서 쌀을 씻는 여인의 동작이 굼뜨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식사를 마치고 인근 상가를 둘러보았다. 생죽순은 물론 잘 말린 죽순과 망태버섯, 대밭에서 자란다는 진기한 약초들이 진열대를 가득 메우고 있다.
이곳에서 느낀 공통적인 점이 있다면 음식점들 모두 대나무를 이용해 영업행위를 하거나 대나무 인테리어로 잘 치장하여 촉남죽해의 정체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나무로 시작하여 대나무로 마무리하는 정말로 대나무에 모든 것을 걸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대나무는 없어서는 안 되는 공기와 같은 존재처럼 여겨진다.
해가 질 때까지 촉남죽해의 진경들을 눈여겨본 우리들이 저녁에 접하게된 음식은 가히 보양식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몸에 좋은 오골계에 각종 한약재를 넣고 전골처럼 우려내더니 죽순을 하나가득 넣고 각종 버섯을 넣어 샤브샤브 형태로 끓여낸 버섯음식은 느끼함에 익숙하지 못한 일행들에게 담백함을 선사하고 다음날 중국의 竹鄕을 볼 수 있는 힘과 에너지를 선사했다.
의빈시염황식문화경제무역촉진회와 촉남죽해풍경명승관리국에서 발간한 ‘산진죽연’ 책자에는 “대나무는 자연이 사람에게 준 좋은 선물이다. 대나무는 산에서 나는데 눈보라에도 색깔이 변하지 않으며 산천의 영기를 먹고 자라 많은 사람들이 대나무를 사랑하고 애용하고 있다”며 대나무에 대한 중국인들의 애정을 함축하고 있다. (이 기획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아 취재하였습니다) / 한명석·정종대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