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流水라! 엊그제 의원 생활을 시작한 것 같은데 정말 세월이 빨리 가는 것 같다. 지난 1998년 7월 1일부터 시작한 담양군의회 의원으로의 생활이 이제 마무리되는 시점이다.
평의원 2년, 부의장 2년, 의장 4년의 의정활동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어떤 일은 내게 커다란 보람이었으며, 어떤 일은 내겐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었다. 또 어떤 일은 우리 의회 모두에게 즐거움이었으며 힘든 때도 많았다. 지금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다 내 불찰이 많았으며 이로 인해 앞으로도 더욱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 집 가훈은 '初心으로 돌아가자'다.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도 맨 처음 가졌던 마음에서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내 자신이 남에게 손가락질을 당하고 눈총을 받더라도 떳떳할 수 있다고 자부하면서 지난 8년 간의 의정활동을 보내왔다.
그러나 지난 8년 간 의정활동의 성과는 많은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룩할 수 없었다. 민선 초대와 2기를 역임하신 문경규 군수님, 3기 군수이신 최형식 군수님 그리고 담양군 의회 3기 전반기 의장이신 배기술 의장님, 후반기 의장이신 조인진 의장님 또한 집행부의 600여 공직자들과 의회사무과 직원들, 저에게 과분한 사랑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5만여 담양 군민들게 고개 숙여 가슴 깊이 감사드린다.
그리고 담양군 의회 4기 동안 내내 부족한 저를 옆에서 지켜봐 주고, 이끌어 주신 정금연 부의장을 비롯한 동료 의원님들,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일치하여 지난 4년 동안 자기의 전문가적 소양을 바탕으로 집행부를 견제하는 가운데 우리군의 발전 방향을 올바로 견인한데에도 의장으로서 진심어린 감사를 드리는 바이다.
막상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公人에서 私人으로, 의장이라는 자리를 그만두고 멀리서 바라보아야 하는 자리에 선다는 것에 대해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또 한편으로는 시원한 감정이 드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심사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어찌 홀가분하게 훌훌 털고 가는 것이 쉬운 일인가? 때때로 집행부 공무원들에게 큰소리를 치고, 주민들에게 섭섭한 내색을 해보기도 하고, 언론인 등 관련된 사람들과 다툼도 많이 하면서 지난 세월을 보낸 것 같다. 그러나 나에게 혹시 상처를 받은 분이 계신다면 절대 본의가 아니었다는 점을 아시기 바란다.
내 자신의 수양이 부족하고, 성격이 급하다보니 앞뒤 가리지 않고 큰소리도 치고 악도 썼지만 저는 진실로 담양군민과 내 지역을 사랑하고, 동료 의원님들과 집행부 공직자분들을 정말 좋아했다고 이 글을 빌어 말씀드린다.
내가 조금이라도 이 자리에 미련이 있었던 것은 집행부 공무원들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간에 고운정 미운정이 너무나 많이 든 것 같다. 항상 언제 어디에서나 허심탄회하게 군정을 이야기하고, 세상사를 이야기하는 시간이 좋았는지 모른다. 이런 생활이 정말 마음에 들어 고민을 많이 하기도 하지만… ….
민선3기 체제가 들어선 뒤 대나무신산업과 생태도시를 지향하는 군정과 궤를 같이하면서 군민들에게는 열린 의정활동을 보장하고, 집행부가 시행한 각종 사업들에 대해서는 현장 점검을 통한 감시역할을 충실히 해 온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껴보기도 한다. 특히 전국 최초로 실시한 '보조금 사업에 대한 특별 조사활동'은 우리군 의회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제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업은 군민에게 골고루 혜택이 가야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기에.
한편으로는 의원들의 자비로 실시한 해외연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을 보면서도 우리는 떳떳하다고 자부도 해보았지만, 公人으로서의 처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도 되었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밝히는 바이다.
이제 정말 떠나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정말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초심으로 돌아가 내 본업인 축산업을 하면서, 옆에서 담양군정과 후배의원들을 보면서 잘 되기만을 마음으로 기도해야하는 시간이 된 것 같다.
인연이 다하면 항상 헤어지는 것이 세상 인간사 아니겠는가! 내가 아무리 발버둥치고, 몸부림쳐도 인연이 끝나면 헤어지게 되어 있는 것을…. 지난 8년의 세월을 이제는 정말 내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아쉬움을 뒤로 한 체 가리라. 시냇가에 발 담그고 시 한 수 읊는 낭만은 없을 지라도 오래된 지인들과 만나 속세에 물든 이야기 속에서 참 삶을 누리는 행복을 찾아가련다.
마지막으로 저와 오랜 시간동안 喜怒哀樂을 같이하면서 끝까지 함께 하기를 바라는 김효석 국회의원님과 지난 8년여 동안 저를 돌봐주시고 지켜주시고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오래 오래 사시기를 바랍니다. /박춘식(군의회 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