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그 옛날 인공 때 빨치산 천국이었지’ 동네 어르신 몇 분과 점심 식사 후 시원한 곳으로 차를 몰고 간 곳이 가마골이었다. 담양 사는 분들은 알지만 용면을 넘어서면 첩첩 산중으로 접어들게 된다. 지금이야 포장 된 길이 뻗어 있지만 당시야 어디 길이라고 제대로 있었겠는가. 옛날의 주변 지형을 생각해보면 6.25전쟁 당시의 어려웠던 이야기들이 떠 오를만하다. 6.25 당시 북한군들은 낙동강 전선에서 발이 묶였고 이어 유엔군의 인천상륙으로 퇴로가 차단되자 도망가지 못한 북한군 패잔병들이 유격대가 되어 게릴라전쟁을 수행하게 된다. 담양지역에서도 북한군 담양 유격대가 전라남도당 예하부대로 편성되어 활동하였다. 담양의 험준한 추월산과 가마골도 아마 게릴라들의 활동지역일 것으로 짐작이 된다.

게릴라 전쟁은 기원전 10세기 다윗과 골리앗의 전쟁으로부터 천안함 피격에 이르기까지 고대로부터 오늘날까지 계속 되어 온 전쟁 형태이다. 다윗이 물맷돌 한방으로 2미터가 넘는 골리앗을 쓰러뜨린 것과 같이 게릴라전은 나보다 강한 힘을 가진 상태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일격에 또한 오랫동안 쓰러뜨릴 수 있는 전쟁으로 정의된다. 이 게릴라전쟁을 프랑스는 레지스탕스로, 중국은 유격전, 한국은 동유럽과 러시아의 게릴라인 파르티잔(partisan)을 빨치산으로 불렀다.

게릴라전쟁의 대표적인 사례는 베트남 전쟁이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는 농촌 일손이나 다문화 가정으로 베트남 출신들을 볼 수 있다. 지금은 통일 되었지만 과거 베트남은 민주주의 체제인 남베트남과 공산주의 체제인 북베트남이 치열하게 싸웠다. 미국의 지원을 받은 강력한 남베트남에 맞서 열세한 북 베트남은 민중으로 구성된 게릴라 세력으로 비정규전을 통해 승리를 하였고 베트남은 공산화 되었다. 통상적으로 게릴라전쟁은 善과 惡의 이분법으로 보면 좀 신사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전투를 하고 비인간적인 면이 많이 노출되어 나쁜 방법에 의한 전쟁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리고 게릴라에 의한 전투는 소규모로 제한 된 일부 지역에서 치고 빠지는 전투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일제 치하에서의 독립군과 광복군의 對日전쟁, 알제리 독립전쟁, 인도차이나 독립전쟁 등 제 2차 세계 대전 후의 많은 식민지 독립전쟁이 보여주듯이 게릴라 전쟁만으로도 그들이 추구하는 민족의 독립과 같은 전쟁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베트남 전쟁에서는 게릴라 세력이 성장하여 정규군대가 되고 그 군대가 조직적인 전문 군대에 도전하여 싸워 이겼다는 것은 오늘날 첨단 무기 중심의 전쟁과 군사력 증강에 치닫는 각 국에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오죽하면 북한의 김일성은 베트남 전쟁의 영향을 받아 정규군 중심의 군사력을 특수부대를 이용한 게릴라전쟁 방식으로 바꾸었겠는가. 게릴라전쟁 방법에서 필요한 것은 적 진영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게릴라들의 양성이다. 베트남 전쟁에서의 북베트남의 승리는 남베트남 국민의 불과 0.5%이지만 좌익 게릴라의 양성과 그 좌익들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 결과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가 처한 남남갈등의 주요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북한의 게릴라 전쟁을 위한 좌익의 양성과 활동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북한은 전시 군사력 동원령 선포의 조건을 남한 내에서 활동하는 북한 동조 세력의 요구에도 선포가 가능하도록 규약을 고쳤다고 한다.

오늘날은 게릴라 전쟁에 의해서 국가 간의 분쟁이 말끔하게 정리되어 끝난 사례가 별로 없다. 베트남에서는 공산화 통일 이후 수백만 명이 처형되었고 미국에 대한 알카에다의 전쟁은 지금도 도처에서 테러의 형태로 인명이 희생되고 있다. 남미에서 공산주의 혁명을 이끌었던 쿠바의 체 게바라는 공산주의 혁명 조직을 이끌면서 조직에 해를 끼치는 세력들은 가차 없이 무자비하게 처형했다. 이와 같이 게릴라 전쟁은 그 조직관리 방식은 물론 전쟁 수행방식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그 자체가 비인간적이고 비신사적이다.

따라서 게릴라 전쟁은 인간의 도덕과 윤리 앞에서 고민하고 위험에 처하게 된다. 부녀자와 어린이를 앞세운 게릴라들에 대해 불가피한 공격도 용납될 수 없는 오늘의 인간중심의 가치관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게릴라 자체도 인간이고 인간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전쟁보다 휴머니즘을 부각하게 되면 악의 게릴라를 공격하는 자체가 선이 아닌 악으로 둔갑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여기에 이념과 노선을 지키기 위해 게릴라 전쟁의 참혹성을 애써 외면하거나 역설적으로 두둔하는 정치 세력이 가세하면 게릴라 전쟁은 대중 국민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중국과 베트남, 그리고 북한이 공산화되는 과정에서 국민들은 공산주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가운데서 국가체제가 바뀌는 것과 같다.

기원 전 6세기 손자는 虛實편에서 강한 곳은 피하고 약한 곳을 쳐라(兵之形 避實而擊虛)고 했다. 그리고 리델하트(B.H.Liddel Hart)는 그의 저서 전략론에서 평화를 원하면 게릴라전쟁과 내부 교란 형태의 전쟁을 이해하라(If you for peace, understand war - particularly the guerrilla subversive forms of war)고 했다. 게릴라전쟁의 핵심은 내가 원하는 시간에 싸우고 적이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않는 것이며,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싸우고 적이 원하는 장소에서 싸우지 않으며, 내가 원하는 방법으로 싸우고 적이 원하는 방법으로 싸우지 않는 것이다. 나폴레옹은 여기에 더하여 ‘당신의 적이 실수하고 있을 때 절대 방해하지 마라’(Never interrupt your enemy when he is making a mistake)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