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우리 담양에 희망과 기쁨을 주는 황금밭 또는 생금밭으로 불리웠던 대나무. 한그루의 대나무도 소중했었고 죽순은 꽤 귀한 소득원으로 여겨졌던 대밭. 죽림농가뿐 아니라 일반농가에서도 필요할때 언제든 바구니를 절고 참빗을 만들어 죽물시장에 내다 팔면 현금화 할 수 있었던 죽세공예.
한시대 담양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대나무와 죽세공예가 플라스틱 대체품의 출현과 값싼 수입산의 범람으로 사양길에 접어들어 그 흔하고 울창했던 대밭도 이제 눈에 잘 뜨이지 않게 된지도 벌써 2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이제 담양은 민선 3기 들어 '대나무'를 모태로 다시 태어나려 하고 있다. 대나무와 대밭을 자연이 베풀어준 천혜의 부존자원으로, 축복받은 선물로 여기고 이를통해 대나무산업 제2의 부흥기, 대나무신산업화를 꿈꾸며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런 시점에 우리 담양군민이 그동안 소득과는 별 연관이 없는 하찮은 것쯤으로 스스로 천대하고 버려왔던 대나무를 다시금 '황금알을 낳는 거위' '대나무밭은 곧 돈밭, 생금밭'으로 새롭게 인식하고 보다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있기에 몇회에 걸쳐 본지에 대나무특집을 연재한다.(편집자 주)
대나무, 대밭, 대나무산업의 어제와 오늘(1)
■ 담양 대나무의 역사
고려초부터 '竹醉日=대나무 심는 날' 행사
인공죽림 조성 마을화합과 안녕 빌어
광주-담양간 철도개설로 죽세산업 전환기 맞아
기록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초부터 潭陽을 위시해 전라도와 경상도 일부지방에서 매년 음력 5월 13일을 竹醉日 또는 竹述日로 정하고 이날을 '대나무 심는 날' 이라고 하여 마을마다 모든 주민들이 동원돼 마을 주변이나 야산에 대나무를 심고 대나무의 氣를 마음속으로 느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자연발생적 죽림외에 인공죽림 조성사업이 이미 수백년전인 고려시대 부터 있었다는 얘기이다. 이런 연유로 담양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마을이 있는 곳에 대나무가 있고 대밭이 있는 곳엔 마을이 있게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죽취일 행사는 1920년초 까지 전승되었고 오전에 대나무 심는 일을 모두 끝내고 점심과 竹葉酒를 마시면서 마을 주민의 단결과 친목을 도모하는 화전(花煎)놀이가 오후까지 계속되었다고 한다. 일제시대엔 이 화전놀이가 반일운동으로 확대되는 일이 많아 일제가 죽취일 행사를 폐지했다. 그러나 가정의 각종 생활용품, 농사용품으로서의 죽세품 제작은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계속 활기를 띠어가게 되었는데 1922년 12월 1일 광주-담양간 철도가 개통됨으로써 일대 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즉 이전까지 가용으로 쓰거나 또 등짐이나 손수레로 일부 죽세품을 팔러다니던 봇짐 장사 수준의 죽세공예는 이 시기를 기점으로 참빗과 죽석(竹席), 삿갓 등은 어느정도 상업적 생산체계가 이뤄지게 되고 철도가 연결됨에 따라 멀리 만주와 몽고까지 죽세품을 수송하는 길이 열림에 따라 바야흐로 국제적 교역형태를 띠게 되었다.
■ 담양의 대나무밭(죽림현황)
담양 죽림면적 530㏊ 전국의 9% 차지
1973년부터 본격적인 죽림 조성사업 실시
79년도에 담양군 郡木 지정
대나무는 예로부터 인간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일상 생활용품으로 널리 이용되어 왔을뿐만 아니라 때로는 정서함양을 위한 문예적 소재로서 활용되어 온 유형무형의 재화로 사회,경제,문화적 측면에서 중요하게 취급되어 온 자원의 하나이다.
지구상에는 약 7족 46속 3200여종의 대나무가 서식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약 50종이 식생하고 있다. 죽림의 분포면적은 2002년말 기준 전국 6096㏊로 지역별로는 전남이 2973㏊(49%), 경남이 1996㏊(33%)로 전체 죽림의 82%를 차지하고 있다. 그 외에 전북.경북.충남북 일부지역에서 소규모 면적으로 재배되고 있다. 국내 최대 죽림보유지인 우리 담양에는 주로 왕죽, 분죽, 맹종죽 등이 자라고 있으며 현재 약 530㏊(전국의 9%, 전남의 18%)의 죽림을 보유하고 있다.(표1 : 연도별 죽림현황)
담양에 언제부터 대나무가 자라고 죽림이 형성됐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삼국시대에 민중들 사이에 죽세공예가 성행했다고 문헌에 전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훨씬 이전부터 대나무는 민초들의 삶과 그 역사를 함께 해온 것으로 보여진다. 근대에 들어 정부에서 1962년 왕죽(王竹)을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의 하나로 선정했고 1979년에는 담양군이 대나무를 군목(郡木)으로 지정했다.
담양은 예부터 연평균 12℃의 온난한 기후에 강수량(연간 1199-1200mm)과 토질(화강암, 석회질 성분)이 대나무의 생육에 적합, 전국 최고의 원재 생산지로서 일컬어 지고 있으며 1930년대에는 담양죽물이 전국의 시장을 석권할 정도로 전성기를 구가해 대밭은 그야말로 서민경제를 뒷받침하는 터전이 되었다.
담양의 죽림은 삼국시대와 역사를 같이해 자생적으로 분포되어 왔으며 시대를 달리하면서 규모의 확대는 계속 되어 현재는 350여 자연부락에 대나무 없는 마을은 10여개 미만으로 각 마을 마다 대나무가 거의 빠짐없이 분포되어 있다. 대나무의 인공식재는 60년대초부터 시작돼 농가당 1-2백평 가량 융지지원으로 실시됐으며 1970년대를 전후해 정부 방침에 의한 농어민 소득증대 사업으로 죽림조성이 대대적으로 이뤄졌는데 1969년-1975년 연간에 정부 지원으로 담양은 600헥타에 달하는 인공 죽림이 조성됐다.
대표적인 죽림으로 담양읍 만성리 김길곤씨 죽림 8헥타, 성도리 죽림 15헥타, 고서 보촌리 20헥타, 대전 행성리 20헥타 등을 들 수 있다.
담양군은 1967년부터 죽림을 농가소득의 한 분야로 분류, 죽림대장을 작성하였고 이 당시에 347개 자연부락에 2437농가에서 대밭을 보유한 것으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1964년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개화죽(開花竹)의 피해가 2-3년 주기로 이어졌고 1966-1969년 까지 4년간이 최대의 발생율을 보였는데 이같은 개화죽 발생으로 당시 생산실적의 부진과 대밭 농가들의 괸리의욕이 상실되거나 타인에 매도되는 등 죽림이 수난을 당하는 시기가 1970년초까지 계속됐다.
이러한 가운데 담양군은 대나무를 이용한 죽세공예를 지역의 가장 큰 농외소득사업으로 삼고 1964년 최초로 군유지 1천여평에 죽종장(현 담양공고앞)을 설치한 이래 1973년부터 본격적인 죽림 비배관리 및 개화죽 복구전시림 조성사업을 실시, 관내 22개 농가의 죽림에 지대별.죽종별.임상별 전시림을 설치하여 죽세공예 원재 공급을 위한 죽림관리에 심혈을 기울였다. 또 외국종, 정원죽 개발과 각죽생산, 죽묘(竹苗)와 모죽(母竹) 공급을 위한 죽림을 개간지,하천부지,전.임야 등에 조성하기 시작, 80년대 중반 이전까지는 한때 1500㏊가 넘는 죽림을 보유하며 죽세공예산업 발전의 밑거름이자 생금밭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80년대 중후반 이후 죽세공예 사양화로 대부분의 죽림농가들이 죽림경영에 대한 의욕을 상실하여 대밭은 천덕꾸러기로 전락, 많은 죽림이 밭이나 논으로 개간되거나 방치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 대나무산업의 어제와 오늘
우리 담양에 죽물시장이 형성된 것은 약 3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산업의 한 분야로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 것은 일제시대인 1916년 참빗조합이 창설되고 1922년 담양산업조합이 생기면서 부터. 당시의 죽세공예는 수공업 형태의 참빗, 죽석, 삿갓 등 생활필수품과 도구등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1930년대에 들어서면 점차 생업에서 부업 형태로 전환, 본격적으로 상품화 되기 시작하고 어느정도 다량생산이 이뤄지면서 40-60년대에는 비록 소량이지만 해외수출의 길도 열리게 된다. 그러나 담양 죽세공예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60년대 중반으로 정부의 향토 특화산업에 대한 지원과 죽세공업센터가 담양에 설립되면서 부터이다. 이후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중반 까지는 담양 죽세공예산업 진흥 10개년 계획이 체계적으로 수립되면서 저변확대를 위한 죽세공예품 경진대회가 개최되는 등 현대화 양상에 부응하는 새로운 디자인 개발로 각종 장신구, 다목적 진열장, 합죽선, 서류함, 대자리, 침대 등 신발에서 모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만들어지고 예술적 실용품도 등장해 농가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하는 시기를 맞게된다. 이 당시가 바로 생금밭으로 불리우며 죽세공예가 담양경제를 주름 잡았던 시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골 농가에서도 대바구니와 생활도구를 만들어 죽물시장에 내다 팔면 언제든 많든 적든 현금을 손에 쥘 수 있었으며 이시기는 담양의 죽물시장이 전국의 여느 시장에도 버금가는 수많은 상인들과 큰 돈이 오고가는 그야말로 활력이 넘치는 담양 경제의 활황기였다.
이같은 죽물시장의 활성화, 죽세공예산업의 활황기를 맞아 담양죽세산업을 기반으로 한 관광 소득사업의 접목을 시도하는 차원에서 1981년 당시로서는 세계유일의 죽물박물관도 담양에 설립된다. 하지만 이렇듯 담양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며 돈 줄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죽세공예가 산업발전과 시장경제 변화의 시대 추세에 적응하지 못하고 뒤쳐지면서 80년대 중반 이후 급속도로 사양길에 접어드는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지난해말 기준 담양의 대밭 면적은 530헥타(159만평), 39개 마을 161농가에서 717명만이 죽세공예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조수익은 연간 75억8500만원의 매출로 농가당 평균 소득은 4700만원(생산비 포함)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같은 통계는 10년인 90년대 초반의 면적 822헥타(247만평), 67개마을 1,757명, 조수익 84억원, 농가평균 순소득 6800만원에 비해 죽림면적과 죽세공예 종사자는 절반 가량 줄어들었으며 전체 매출과 농가소득에서도 현저하게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급속한 시장경제 변화와 현대화 물결에 밀려 죽세공예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80년대 중반이후 상황과 비교해도 이 당시 죽림면적이 1,013헥타(304만평) 121개 마을 3,049 농가에서 4,998명이 죽세공예에 종사하고 있었던 것에 견주어 볼때 담양의 죽세공예산업은 대밭 면적의 지속적인 축소와 함께 죽세공예 종사자가 급감하면서 한때 생금밭으로 불리며 담양경제를 이끌었던 죽세산업이 급격하게 몰락되었음을 알 수 있다.
(표2 : 연도별 죽세공예산업 현황)
과거 담양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죽세공예산업이 이처럼 침체의 길을 걸으면서 오늘날 주민소득에서도 시설원예 분야 연 매출 458억원, 축산분야 288억원의 16.6%, 26.3%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대나무는 이용하기에 따라 새로운 산업에 접목시킴으로써 우리 담양의 희망이 될 충분한 여지가 있다.
대안 상품으로 개발된 대나무자리, 대숯베개가 아파트 등 대도시 소비자들에게 획기적인 상품으로 인기를 끌며 국내는 물론 해외수출 까지 이어져 성공한 사례가 있고 대잎술, 죽엽청주 등도 담양의 특산품으로 자리매김 했다. 또 몇년전부터 연구개발에 착수한 대잎을 이용한 음료와 차, 죽로차, 한과, 그리고 죽염 및 죽염된장, 대잎 국수, 우동 등의 식품도 오래전 상품화 돼 탄탄한 기반을 잡아가고 있거나 또 신상품으로 출시 준비중에 있다.
이밖에도 대나무를 이용한 바이오산업과 실내외 조경을 비롯 대나무생태공원 등 관광자원화 사업, 대나무를 원재료로 한 제조업 분야, 인테리어 사업, 의약품 개발분야도 앞으로 무궁무진한 개발 가능성과 경쟁력을 갖춘 사업화의 길이 열려져 있다. 이제 죽세공예산업의 침체와 경쟁력 상실만 탓 할 것이 아니라 대나무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분야에 대한 도전과 과감한 투자, 소득원 개발에 다시 한번 역량을 집중시킨다면 담양 대나무산업 제2의 부흥기는 그리 멀지않은 우리 담양의 미래가 될 수 있는 것이다.【장광호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