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8호 신문발행 때문에 분주했던 지난달말, 기자는 바쁜 짬을 내 금성면 대성리 담양댐 바로 인근에서 전원생활중인 김형주 前광주MBC 보도국장을 찾았다.

오랜 방송언론인 생활을 마치고 몇년전 부터 담양에 둥지를 틀고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는 김 前국장은 현재 담양의 전원주택과 광주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광주대학에 출강하기 때문이다.

그는 광주MBC를 퇴직한 후 광주영어방송 개국과 함께 초대 본부장을 지냈다가 지난해 3월부터 광주대학교 항공서비스학과에 교수로 재임 중이다.

기자가 찾아간 날은 마침 부부가 마당 곳곳에 심어놓은 파,마늘,고추,오이,호박,방울토마토 등 텃밭과 꽃밭을 가꾸고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잠시 집 구경을 한 후, 담양에서의 생활과 근황에 대해 취재했다.

■ 담양에 오신 지 얼마나 됐고, 계기는 무엇인지요?

☞ 담양이 살기좋은 고장 이라는 것은 방송국에 있을 때 부터 너무 잘 알고 있었고, 언젠가는 전원에 살고싶다는 생각을 평소 가지고 있던 차에, 우연히 자리를 함께 한 현.최형식 담양군수의 ‘담양예찬론’을 감명깊게 들었던데다 지금 살고 있는 대성리 전원주택을 추천받게 돼 지난 2006년, 계획보다는 조금 일찍 전원생활의 꿈을 현실로 옮기게 되면서 담양으로 들어오게 됐죠.

전원주택이 다 그렇겠지만, 이 집은 넓은 들녘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확 트인 전망도 마음에 들었고, 바로 옆에 담양댐과 금성산성, 그리고 담양온천리조트가 있어서 오랜 도시생활의 피로감을 해소할 수 있는 최상의 ‘힐링하우스’ 라는 생각이 들어 지체없이 입주했어요.

■ 담양에서의 전원생활, 느낌과 소감은 어떠신지요?

☞ 이제 한 6-7년 됐나요? 이곳에서 살아보니 정말 잘 왔구나 하는 생각을 가져요.
현직에 있을 때, 방송생활 도중에도 늘 아랫목이 뜨끈뜨끈한 온돌 황토방에서 책을 읽는 ‘망중한(忙中閑)’을 즐기는 꿈을 꿔왔는데, 이곳에 들어와 이제 마당 한켠에 꿈에 그리던 ‘황토방’을 짓고 그 방에 편하게 누워 바로 옆에 튀밥차대기 놓고, 읽고 싶은 책 보면서 튀밥 먹는 희망을 이루게 되어 무엇보다 행복합니다.
게다가 주변 많은 분들과의 만남도 도시에서 느끼지 못한 정감이 뚝뚝 묻어나고, “사람 사는 모습이 바로 이런거구나!”....많은 걸 느끼면서 살고 있습니다.

제가 지역신문(담양주간신문)에 ‘우리동네 아주머니의 경우(境遇)’ 라는 제목으로 독자투고도 한번 했습니다만, 시골의 인심과 마음 씀씀이는 도시와는 뭔가 달라도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시골에서는 작은 도움을 받은 일일망정 매사에 감사함을 느끼고, 또 반드시 작은 것으로 라도 보답하려는 사람들의 진정성과 소박한 마음이 피부로 느껴져요.
사람 사는 세상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 참고=그가 본지에 기고한 ‘우리동네 아주머니의 경우(境遇)’ 라는 글의 일부.... 【가을의 문턱에 들어설 무렵, 그날 따라 심란한 마음을 달래려 저녁 시골 황토방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토방 마루에 두홉짜리 소주병에 절반 넘게 담겨진 참기름과 깨 한 보새기가 비닐봉지에 넣어져 놓여 있었고 간단한 메모지가 봉지 아래 깔려 있었다.
“ 안영하새요 집 뒤에 밧 버는 사람이 꾀 조껌하고 찬기름 하고 집에다 갓다 놓코 왔으니 그리 아새요 ”
투박하지만 꼼꼼히 쓰여진 메모지를 보면서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 졌다. 아! 이것이 사람사는 세상이구나, 가슴이 벅차 올랐다. 아주머니의 마음 씀씀이가 그대로 가슴속으로 전달되는 것이 느껴지면서 세상 구석구석에는 아직 어떤 일의 이치나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를 다 하려하는 경우있는 사람이 많이 있구나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이 글은 김 前국장이 집 뒤 텃밭을 동네 아주머니에게 무상으로 빌려준 후, 아주머니가 한 해 농사지은 것의 일부를 나눠 그의 집에 갖다놓고 간 것을 알고 시골인심에 대한 소회를 적은 글이다.

■ 전원생활 중에 특별히 하시는 일이나 관심거리가 있으신지?

☞ 강의 때문에 일주일에 며칠은 광주로 출근하는데, 아침 출근길에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들으며 메타세쿼이아 길을 운전하는 그 행복감을 누가 알겠습니까. 담양에 들어온 것에 감사드리면서 주위의 많은 분들과 그런 감사의 마음을 나누며 일과를 시작합니다.

흔히들 도시에서 전원생활을 하려고 시골에 오신 분들이 정착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를 보곤하는데, 그 분들에게 주변 분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도록 노력해 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머리로 이야기 하지 말고 가슴으로 이야기 하면 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마음을 열고 함께 하면 시골 전원생활 만큼 사람 사는 맛과 즐거움을 비할 바 없을 것 같더군요.

요즘은 광주대학교 강의와 서울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의를 다니며 담양을 알리는 일에도 관심을 두고 있어요. 담양을 하나라도 더 잘 알리고 싶어서 주변 분들의 이야기도 많이 듣고 도움이 될만한 일들을 찾아보고 있죠.
동네분들의 애경사에도 관심을 갖고 혹시 필요하다면 혼사의 주례 봉사를 한다든지, 작은 도움이라도 될 만한 것이 있는지 주위에 자주 물어보곤 합니다. 가족처럼 정을 나누는 더 살가운 지역사회 구성원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중이죠.

※참고=김형주 前국장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의차 한달에 두 번 가량 서울에 출장을 다니는데, 항상 담양의 특산품을 가지고 간다. 부피도 크고 무겁고 번거롭기도 하지만 방통위 10여명의 심의위원들에게 매번 일일이 담양의 특산물을 선물하면서 담양을 알리고 있다.
지금껏 담양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비롯 ‘창평 김가네 집장’ ‘안복자한과’ ‘김대석 부채’ 등 담양특산물을 선물하면서 위원들에게 담양에 대한 인지도와 브랜드가치를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있다.

■ 담양에서 전원생활 하면서 특별히 불편하거나 애로사항 있다면? 또 담양에 보탬이 될 만한 제안 이나 희망사항이 있다면?

☞ 도시생활에 익숙한 상황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아무래도 처음엔 불편할 수 밖에 없어요. 헌데 조금 지내다 보니 그 불편함 조차도 즐거움으로 다가오더군요. 물론, 이젠 내공이 쌓여서 그렇겠지만.....
아무튼 담양에서의 전원생활 중 문화나 교양, 의료 이런 부분에서는 도시보다 다소 여건이 미흡하고 시간도 좀 더 걸리겠지만 담양은 광주와의 교통편도 좋은 편이고 해서 큰 불편은 못 느끼고 있어요.
대신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좋은 이웃들과 정을 나누면서 심신이 건강하게 살고 있으니 이 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요? 전원생활의 불편함과는 비교가 안되죠.

제안 이라면 제안이랄까 한 말씀만 드리자면, 도시민들에게 광주와 가까운 담양은 전원생활의 최적지로 인식돼 이미 담양에 들어와 살고 있는 유명인사들이 꽤 많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인사들이 담양으로 들어올텐데, 담양군이 이 분들을 군정에 잘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이 분들은 현직에 있을때 모두 자기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경험과 노하우 뿐 아니라 인적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면 담양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저 역시도 방송국생활을 오래했고,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담양군에 협조할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얼마전 매스컴과 지역언론에도 보도는 됐습니다만, 제 아들도 서울에서 드라마제작사를 운영하고 있고, 국내 연예계에서는 꽤 유명세도 타고 있는데 이런 것들도 담양군에서 잘 활용하면 지역을 발전시키는 일에 작은 도움이나마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참고=김 前국장의 자제 김용훈 대표는 현재 서울에서 드라마제작사 ‘골든썸’ 을 운영중이다. 그는 국내 방송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제작자로 부상하고 있으며, 드라마 ‘못된 사랑’, ‘싸인’을 비롯 얼마전 종영한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등 히트작을 제작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대통령 실종을 다룬 수사극 '쓰리데이즈(가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 대표는 지난 2011년 ‘싸인’으로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 방송영상그랑프리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으며, 2013년 5월에는 광주일보 창사61주년 기념 ‘광주전남 뉴-파워 61인’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본지에서도 지난 4월과 5월 두차례에 걸쳐 근황을 소개한 바 있다.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음에 혹 기회가 되면 드라마제작사를 운영중인 자제분 김용훈 대표도 취재하고 싶은데 김 국장님이 연결을 잘 해 주셨으면 합니다.

☞ 아마 드라마 촬영일정 때문에 담양까지 내려와 인터뷰 할 시간은 없겠지만, 여건이 되면 촬영현장에 함께 가서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예, 그리하겠습니다)

김형주 前국장은 1951년생으로 광주가 고향이다.
전남대 문리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전남대 행정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다. 지난 1975년 광주MBC에 아나운서로 입사했으며 뉴스 진행은 물론 프로야구 캐스터, 86아시안게임-88올림픽 중계로 유명세를 탔다. 광주MBC 간판뉴스인 ‘뉴스데스크’를 13년간 진행했으며 노무현 대통령 대담방송을 진행하는 등 굵직한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을 전담, 진행한 광주MBC의 전설적 뉴스-맨으로 정평이 나있다.

아나운서 부장, 라디오 제작부장, TV 제작부장, 편성국장, 보도국장을 역임했으며 퇴임 후 지난 2008년에 광주영어방송 개국과 함께 초대본부장으로 취임해 영어방송 개국을 주도했다. 2012년 3월 새학기 개학과 더불어 광주대학교 교수로 자리를 옮겼으며 방송사 경력을 토대로 항공서비스학과 강의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으로 선임돼 활동중이다.

지역에서는 지난해 담양에코포럼 자문위원에 위촉,활동중이며 최근 담양군으로부터 2014담양대나무축제 이사장직을 제안받아 몇차례 고사 끝에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으로는 부부가 담양에서 전원생활중이고 딸,아들 둘다 방송계에 종사하고 있다. / 장광호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