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11 담양에서는 추성 창의 기념관이 개관되었다. 임진왜란 시 전국 의병활동의 효시를 기념하는 곳이다. 그래서 이번호에는 임진왜란 이야기를 할까 한다.
지금 북한의 핵무기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해법에 골머리를 앓고 있고 우리나라는 남남갈등을 유도하는 북한의 전략에 고민하고 있을 때 일본은 이런 동아시아 정세에서 발 빠르게 실익을 챙기려고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면 일본은 경제적으로 북한을 포섭하려고 하고 있고 또 북한의 핵무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일본은 재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이러한 꼼수는 2차 세계대전에서는 미국과 전쟁을 벌이다가도 지금은 가장 강력한 동맹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군대보유를 않겠다고 선언하였지만 우리보다 우월한 사실상의 군사강국이다.

이런 일본이 1592년 임진왜란으로 우리나라를 공격했다. 부산에 상륙한 왜군은 탄금대에서 신립 장군을 물리치고 한양을 거쳐 파죽지세로 평양까지 진격하였다. 당시 조선은 200년 평화기간 동안 국방을 잊어 버렸고 조정의 신하들은 정치 싸움에 빠져 민심을 들먹이며 국방력 증강을 반대하였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조선의 정치는 중국과 일본의 강대국 틈 사이에서도 전쟁이 나면 농민을 소집하여 정규군을 만들겠다는 안일한 체제로 국방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런 조선을 구한 군사력이 바로 의병이었고 승병이었으며 전라도에서 징집된 권율이 이끄는 정규군이 행주산성에서 대첩을 거두었고 정치적 희생물이었던 전라 좌수사 이순신이 죽음으로 바다를 지킨 것이다.

왜군이 빠르게 한양을 함락하고 평양까지 진격하고 조선의 왕 선조는 의주까지 피난을 가야했던 그 절박한 상황에서 차분하게 전쟁에 대비한 지역이 있었으니 바로 전라도였다. 당시 전라감사 이광은 비록 농민들이었지만 무려 6만여 명의 군대를 조직하였다. 그 휘하에는 바로 행주산성에서 대승을 거둔 권율장군도 있었다. 이광의 대규모 부대는 한양으로 이동하면서 왜군의 후방 기지를 지키는 작은 규모의 왜군을 물리치면서 북진하였다. 이 정도 규모의 부대 면은 왜군의 뒤를 치고 반격을 가해 한양을 되찾고 평양을 향해 진군하던 왜군을 되돌릴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광은 전쟁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큰 싸움보다는 전라도에서 한양으로 북진하면서 왜군이 남겨둔 보급부대 같은 소규모 부대를 공격하여 얻은 승리를 조정에 보고하여 임금에게 칭찬을 받는 재미에 맛을 들이고 있었다. 그런 이광은 1592. 6. 5 경기도 용인성 북쪽 문소산에 있는 작은 부대를 발견하고 대수롭지 않게 평상처럼 공격하였다. 하지만 그 부대는 이전까지 상대했던 왜군의 부대가 아니었다. 왜군의 이 부대는 와키사카 야스하루(脇?安治)가 이끈 부대로서 완벽하게 훈련받은 1,600명의 정예부대였다.

과거 전쟁사를 보면 오합지졸의 군대는 이길 때는 쉽게 이기지만 일단 무너지면 정신없이 무너져 버린다. 농민들로 구성된 조선의 군대는 야간에 왜군의 기습 공격을 받고 등을 보이며 도망하기에 바빴고 일순간에 무너졌다. 6만 명의 대군이 불과 1,600명의 왜군에 쫓기면서 칼에 죽기보다 아군의 발에 밟혀서 죽는 숫자가 더 많았다. 이렇게 조선의 이광이 이끄는 정부군은 전세를 뒤엎을 소중한 기회를 잃고 대패했으며 이때 살아남은 패잔병을 이끌고 권율장군이 행주산성으로 들어가 행주대첩을 이끌게 되는 것이다.

용인전투에서 이광이 패할 것을 예견이라도 하듯이 손자병법은 이렇게 쓰고 있다.
銳卒勿攻 餌兵勿食 정예부대는 공격해서는 안 되며 유인하는 미끼는 탐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광은 어리석게도 정예군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공격해서는 안 되는 부대를 공격했고 먹잇감으로 내놓은 부대를 공격하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다가 대패했다. 농민위주의 조선군은 대규모 병력이었지만 승리보고서를 쓰기 위한 전쟁을 했고 잘 훈련된 왜군은 소규모였지만 더 이상 물러 설 곳이 없다는 각오로 전쟁을 했다. 결코 병력의 숫자가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손자병법에서는 또 圍師必闕 窮寇勿迫 포위 공격할 때에는 반드시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놔야 하고 궁지에 몰린 적을 함부로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쓰고 있다. 영화를 보면 전투를 지휘하는 장군이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고 하는데 항상 이겨놓고 싸우라는 손자도 이것에 대해서는 신중하라고 쓰고 있다. 물샐 틈 없는 포위망을 갖춰 적을 궁지에 몰아넣게 되면 어차피 도망갈 곳이 없는 적은 살기 위해서 서로 똘똘 뭉쳐 죽기 살기로 싸우기 때문이다. 반면에 포위망을 갖추고 싸울 때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주면 적은 싸움을 포기하고 도망가기에 바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적들이 도망가면 남은 적들은 더욱 약하게 되고 힘들지 않게 승세를 잡게 된다. 이러한 전술은 적에게 살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보여주어 적이 살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잡으려다가 몰살하게 되는 희망이라는 미끼를 이용한 전술이다.

우리는 살면서 아주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다가오는 유혹의 손길이 희망의 미끼인지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또 비록 탈출구가 없는 절망의 상황에서도 죽기 살기로 일을 해쳐나가다 보면 반드시 희망의 길이 보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극과 극은 서로 통한다고 한다. 아주 극한 상황이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고 사면초가의 입장에서도 뚫고 나갈 길은 항상 있는 것처럼 위기와 기회는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위기는 기회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