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의 첫머리는 兵者 國之大事다. 나라가 존재 유무를 결정짓는 것이 국방이이니 국정의 최우선은 국방이며 국방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손자가 말하는 국방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不戰以勝이다. 부전이승은 우선 나의 힘을 강하게 키워 놓으면 나를 상대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며 설사 상대가 싸움을 걸어와도 그 힘을 배경으로 싸움이 일어나기 전에 협상과 중재를 통해 나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부전이승이라는 것을 싸움을 하지 않도록 어떻게 하든 싸울 거리를 제거하면 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그 사람들은 남북한 관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를 북한을 잘 달래서 평화를 달성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한국과 미국의 연합된 강한 전쟁 억지력이 북한으로 하여금 전쟁을 하면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시키고 있다는 것이고 북한은 이 사실을 알고 있기에 변죽만 울릴 뿐 실제 도발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북한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남북관계를 긴장시키면서 그 이유를 남쪽의 경직된 대북정책으로 돌리면서 남남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갈등조장이 가능한 것은 바로 우리 주변에 부전이승을 잘못 이해하여 강한 국방력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국방력을 약화시키려는 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손자는 전쟁은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고 만약 싸워야 한다면 반드시 이겨야 하지만 그것도 피해를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원칙아래 온전한 승리를 강조한다. 그래서 이기되 사람들이 다치고 죽거나 나라가 황폐화되는 전쟁은 기피하고자 한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것이 내가 피하고자 한다면 상대의 주장을 수용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내 의지와 무관하게 국가가 존재하는 한 약육강식의 논리 속에 전쟁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절대적 평화주의자들은 국가의 존재보다 비현실적인 평화를 추구하고 전쟁과 군대의 존재를 부정한다.
듣기에 따라 달콤한 이 논리의 틈새를 이용하여 전쟁에서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이 등장하고 실제 세계 역사를 보면 강한 나라가 武官賤待의 정책으로 국방이 약화되고 나라가 망한 사례가 많다.

송나라(960~1279년)는 중국 역사에서 당송 8대가를 배출하고 우리에게 고려청자를 전수하는 등 가장 문화 예술이 번창했던 시대였으며 300여 년에 걸쳐 송나라는 인구, 경제력, 무기생산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을 유지하는 행복한 국가였다. 군대도 100만 명이 넘는 정규군을 보유하고 있어 외형상으로는 강한 국가였다. 이런 송나라가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도 게임이 안 되는 북방 나라에 시달리다가 결국 몽골에게 완전히 망했다. 송나라에 비해 국력이 훨씬 못 미치는 북쪽의 거란, 서하, 금, 몽골 등의 국가들은 송나라의 국방정책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송나라는 외적의 침입에 대해 돈과 비단을 주고 평화를 얻었으며 지나친 문관 우대와 무관 홀대 정책으로 실제 군사력은 허약하고 자주국방에 대한 의지는 약해졌다.
그 단적인 사례는 1004년에 있었던 북방 요나라의 송나라 침범이다. 이 전쟁에서 송나라는 요나라를 정벌하는 대신에 매년 요나라에 하사품을 내리는 형식으로 평화 조약을 맺었다. 강대국은 침범하는 약소국을 전쟁을 통해서 제압하고 전쟁비용을 배상받는 것이 당연하지만 반대로 강한 송나라는 침범하는 약한 요나라를 돈으로 달랬던 것이다. 송나라와 전쟁 위험을 제거하고 전쟁비용을 마련한 요나라는 1010년에 고려를 침범했다. 하지만 고려의 강감찬 장군은 귀주대첩에서 요나라 군대를 궤멸시켰다.

당시 송나라가 요나라를 군사적으로 강하게 압박하였다면 북방의 요나라, 거란, 금나라, 몽골은 우리나라를 침범할 여력이 없었을 것이다. 돈으로 평화를 구걸하는 나약한 송나라 덕에 우리 고려는 북방 민족과 끊임없이 전쟁을 해야 했다. 그런 고려도 후반에는 무반 홀대의 정책으로 국방력이 약해졌고 결국 송나라와 고려는 문관우대 무관천대의 국방정책으로 몽골에 의해 송나라는 망했고 고려는 원나라의 공주를 왕비로 받아들여야 하는 쇠락한 부마의 국가로 전락하였다.

송의 눈물은 漢族(한족)의 나라 宋(송)나라의 이야기를 기자 출신의 문필가 정순태씨가 중국의 역사 현장을 돌아보며 쓴 여행기록이다. 강한 군대를 가졌으면서도 약한 나라에게 망한 송나라의 국방정책을 사례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우리에게 교훈을 주려 애쓰고 있다. 송나라의 망국 사례를 통해 평화는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님을 역사 기행을 통해 증명하고 있고 배고픈 군대가 배부른 군대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실제로 배부른 월남은 배고픈 월맹에게 망했다. 평화를 주장하던 월남 국민들의 300만 명이 수용소에서 죽었다.
우리나라도 이런저런 명목으로 북한에게 수십억 달러의 현금을 제공하였으나 그것이 北核(북핵)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사실은 宋의 평화를 구걸한 ‘굴욕외교’와 크게 다르지 않다. 宋의 망국사에서 뼈아픈 교훈을 얻지 못하면 우리나라도 위험하다는 것을 송의 눈물을 통해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