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분노와 실망, 울화가 치밀 때가 있다. 라면 잘못 끓였다고 항공사 기내 승무원을 때리는 상무가 있는가하면, 정해진 주차 구역에 주차해 달라는 주차원을 지갑으로 내리친 사장이 있고, 어떤 우유회사는 회사 이익을 위해 최 일선에서 회사 제품 판매를 위해 수고하는 대리점들에게 못된 짓을 했다고 한다. 여기에 북한은 가뜩이나 어려운 나라살림을 꾸려 나가야 하는데 개성공단을 이용하여 우리를 압박하고 핵무기로 세계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이러 가운데 경천동지할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모처럼 박대통령의 미국 순방은 신선함과 함께 외교의 성과를 기대하는 국민들의 마음속에 약간의 기대를 주는 듯했다. 그런데 다 된밥에 재 뿌리듯 이번에는 대통령을 수행한 청와대 대변인이 현지에서 성추행 문제를 일으켜 대통령의 방미 성과에 먹칠을 하고 말았다.

아직도 여러 말들이 많고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뭐라 말하기는 그렇지만 공인이라는 한 사람의 잘못된 언행의 파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예측한대로 앞 다투어 보도하는 언론의 성폭행 보도 속에 대한민국은 이상한 나라가 되었고 대통령의 방미 성과는 여기에 묻혀 관심 밖의 일이 되고 말았다. 청와대는 부랴부랴 해외 순방 때 적용할 구체적인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한다.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하고 점검하지 못함을 인식한 것이다.

이쯤해서 여러 얘기들이 생각난다. 속담에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라 했고 자고로 남자는 항상 뿌리를 조심하라고도 했다. 아마도 이번 대통령 순방기간에 수행원들은 모두 조심 또 조심하면서 일처리를 했을 것이다. 나름대로 미국의 문화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를 일으킨 것일까.

보왕삼매론을 보면 수행하는데 魔 없기를 바라지 말라고 했다. 꼭 수행뿐만이 아니라 세상 살면서도 많은 ‘魔’들이 꼭 끼어들기 마련이다. 이것을 이겨 내야만 진정으로 일을 성취할 수 있다. 아마 이번에 구설수 오른 사람들 모두 마가 끼었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마가 끼었다기보다는 자신의 자존심을 통제하지 못한 결과라고 본다. 완성되지 못한 인간들은 항상 어딘가에 허점이 있고 그 허점을 이용하여 적은 항상 기회를 엿보다가 공격한다고 생각한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사전에 예상되는 리스트를 작성하고 리허설과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사소한 구석까지 문제점을 찾아내고 대비를 한다면 예방할 수 있는 일이다.

직장에 오래 근무하다보면 자신의 약점을 공격하려는 적도 보이고 견제 세력도 보이게 된다. 밖으로는 웃지만 안으로는 조심하고 경계하는 것이 세상살이인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래서 일에는 순서가 있고 순서에 따라 준비해야만 실수도 없고 예상하는 성과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배를 타고 나루를 건너야지 나루부터 건너고 배를 탈수는 없는 것이다.

전쟁에서 이기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전쟁에 앞서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준비에 앞서 자신을 直視(자신과의 싸움)해야 한다. 말하자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 자신과의 싸움은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賢文이라는 중국의 속담집 중에 이런 말이 있다. 第一莫詐心 자기 마음을 속이지 않는 것이 제일 첫째라는 것이다. 우리가 자주 변명하는 사람이 누구일까. 부모님인가, 무서운 상관인가,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많은 변명을 한다. 사실은 잘 못하면서 잘할 수 있었는데, 이렇게 위안하고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면서 훼방꾼만 없었다면 잘할 수 있었는데 이유를 달고 이렇게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검객 무사시의 鍛鍊, 김연아의 피나는 練習은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고 변명하지 않는 자신을 완성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경지에 다다른 사람의 자기완성이란 이 정도 수준이 아닐까 생각한다, 보는 사람도 필요 없고 박수갈채도 필요 없다. 나 혼자 있을 때 나 스스로 당당한 홀로 웃을 수 있는 그런 나를 믿는 것이다. 그렇게 나 자신을 믿으면 위축되지 않고 상대를 기다리는 용기가 생긴다. 이 용기는 吳子兵法에서 말한 새끼품은 암탉 암캐의 客氣가 발동하여 자신을 속일 틈을 주지 않는다. 내가 싸울 능력이 있는지 준비가 되었는지 내 약점은 무엇인지 강점은 무엇인지 똑 바로 보고 꾸준히 단련하는 것이 싸움을 앞두고 제일 먼저 할 일이다. 내가 모든 준비를 마쳤다면 지지는 않는다. 적이 감히 공격할 수도 없고 공격해 와도 막을 수 있다.

그래서 손자병법은 이렇게 말한다. 不可勝在己 可勝在敵 승리를 빼앗기지 않는 것은 내게 달렸고 이기는 것은 적에 달렸다. 말하자면 싸움이란 진 사람이 진 것이지 이긴 사람이 이긴 것이 아니다. 승패란 이긴 사람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 사람이 잘못해서 결정된다. 勝可知而 不可爲 승리는 알 수 있어도 만들 수는 없다고 한 것이다.

도둑놈은 한 죄, 도둑맞은 죄는 열 죄라는 말이 있다, 도둑놈은 물건 훔친 죄밖에 없다. 하지만 도둑맞은 놈은 물건 간수 제대로 하지 못한 죄에 누가 훔쳐 갔는지 이 사람 저 사람 쓸데없이 의심을 하게 된다. 또 주변 사람들에게 도둑맞았다고 걱정시키는 죄 등등 열 가지 넘는 죄가 성립된다. 훔쳐간 도둑놈을 탓할 것이 아니라 도둑을 막지 못한 스스로를 탓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