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는 병법 제 10편 地形에서 말하기를 視卒如?兒故로 可與之赴深谿하고 視卒如愛子故로 可與之俱死니... 휘하 부하돌보기를 어린 아이 돌보듯이 한 까닭에 가히 함께 깊은 골짜기로 진격할 수 있으며, 부하 사랑하기를 자식 사랑하듯이 한 까닭에 가히 生死를 같이 할 수 있는 것이다.

1951년 5월, 중공군의 공격 기세에 밀려 철수를 하던 한국군 3군단은 강원도 오지인 현리에 집결하여 유일한 철수 길목인 험준한 오미재 고개를 넘어야 했다. 그러나 이 오미재는 인접한 미군 10군단이 방어하고 있었는데 미군이 오미재를 先占(미리 점령)하지 못하여 후방 깊숙이 침투한 불과 1개 중대의 중공군이 이 고개를 점령하였고 3군단은 이를 돌파하지 못하고 현리에서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 부대해체를 당했다.

당시 포위된 3군단 장병들은 부대가 분산되고 지휘계통이 마비되어 혼란 그 자체였다. 모두들 스스로 굶주림과 싸워가며 계급장을 떼고 차량과 포 등을 도로에 버리고 각개 약진으로 험준한 방대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 철수는 작전이라고 할 수 없는 무질서한 패주였다. 소대장 중대장은 기껏해야 10-20명 정도를 거느리고 있었고 모두들 패닉(Panic 공황) 상태에서 오로지 생존 본능으로 이리저리 몰려 다녔다. 모두가 굶었고 못 먹으니 탈진했다. 초근목피와 산나물을 뜯어먹다가 독초를 먹고 이중의 고통을 겪기도 했다. 그나마 산나물이라도 뜯어 먹은 사람은 원기라도 있었다.

이때 대대장이 이끄는 20 여명의 병사들이 산속 외딴 초가에서 암수 닭 두 마리를 발견했다. 병사들은 닭을 잡아 초가 부엌에서 푹 삶아 대대장에게 닭백숙을 가져왔다. 대대장은 굶주린 부하 생각에 먹을 수가 없었다. 닭을 삶은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먹고 싶었지만 그는 먹지 않았다. 그 대신 20 여명의 부하들이 맛있게 나누어 먹었다. 닭을 먹고 난 부하를 이끌고 계속 천 미터가 넘는 을수재 가파른 고지를 넘어 하진부리를 향했다. 어느 부대인지 모르지만 체력이 한계에 달한 많은 병사들이 배낭 철모를 버리고 총 하나 달랑 들고 걷는가 하면, 길옆에 주저앉아 힘이 없어 일어나지도 못하는 병사도 있었다. 거품을 내뿜으며 낙오하기도 하고 탈진하여 죽기도 하고, 중공군에게 포로가 되어 북으로 끌려가기도 했다. 도망가는 강원도 산골에는 전부가 힘이 없는 오합지졸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삶은 닭을 먹은 그 대대장의 부하들은 한 사람도 낙오하거나 장비를 버리지 않았고, 다른 무리에 휩싸이지도 않고 오로지 그 대대장을 따라 무사히 포위망을 뚫고 하진부리에 도착했다. 대대장인들 그 닭을 먹고 싶지 않았겠는가. 대대장인들 무슨 체력이 남아 있었겠는가. 그렇지만 그 대대장은 리더로서 그 상황을 정신력으로 버티면서 부하들을 우선 생각하고 자신을 희생했다. 그런 선배들에 의해 이 나라는 지켜졌고 오늘 우리는 따뜻한 밥을 먹고 있다.

이 6.25 전쟁 이야기가 지금 왜 나의 가슴을 파고들며 눈시울을 적시게 만드는 것일까. 요즘은 주변에서 이런 대대장을 찾기가 어렵다. 직원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감동적인 CEO를 찾기가 어렵다. 그저 남을 속여 자기를 챙기는 리더, 나라가 위협 받는데도 정파의 이익을 찾아 몰려다니는 정치인들, 월급을 쪼개가며 힘들게 저축할 때 어떤 사람은 땅 장사 한번 잘해 일거에 부자가 되는 지금의 현실에서 우리 모두 자신은 배고프지만 부하를 위해 국민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이익을 내려놓았던 그 대대장의 부하 사랑을 배워야 할 것이다.

지금은 국가나 기업이나 훌륭한 인재가 필요하다. 춘추 전국시대 오나라의 명재상 오자서는 오나라 왕 합려에게 조그마한 제나라의 손자를 오나라 군사로 추천하였다. 손자는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 준 오나라의 장군이 되어 자신을 불러 준 합려에게 오나라가 중국에서 최강의 나라가 되도록 만들어 주었다. 이렇듯 정치적 사견을 떠나 국가를 위해 훌륭한 인재를 추천하는 것도 큰 애국이 될 수 있다.

미국의 남북전쟁 때, 남부 연방 대통령인 제퍼슨이 당시 남군 총사령관이던 로버트 리(Lee) 장군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물었다. “장군의 부하 장교 중에 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발탁하고자 하는데 장군의 생각은 어떻소?”하고 물었다. 리 장군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을 했다. “예, 그는 유능한 지휘관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습니다.”고 동의했다. 그날 밤 승진한 부하가 리(Lee) 장군을 찾아왔다.
“장군님! 저는 평소에 장군님을 비난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도 장군님은 대통령에게 크게 칭찬을 해 주셨습니다. 그 동안 저의 행동을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자 장군은 웃으며 대답했다. “알고 있네. 그러나 대통령의 질문은 내가 자네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였지 자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는 아니었어.” 명장다운 멋있고 명쾌한 판단이다. 그의 이런 인성과 인격은 그와 싸우고 있는 북군의 군인들에게도 존경을 받았다.

그동안 지루한 국회 청문회가 있었지만 어느 인물 하나 시원스럽게 추천하지 못하였다. 정말 우리나라에는 Noblesse Oblige를 실천한 인재 구하기가 그렇게 어렵다는 것인가. 헌법에 명시 된 국민의 4대 의무인 병역과 납세, 교육과 근로의 의무를 성실하게 감당하고 살아 온 평범한 대한민국의 국민 찾기가 그리 어렵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