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마을에 성질 급한 한 농부가 살고 있었다. 늦봄이 되어 논에다 벼를 심기는 했는데, 그것이 자라 벼이삭이 여물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어느 세월에 곡식을 수확한담. 모를 빨리 자라게만 하면 되는데,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날마다 논둑에 서서 벼 포기를 바라보며 농부는 골똘히 이런 궁리를 했다. 물론 벼는 눈에 보이지 않게 조금씩 자라고 있었건만, 농부에게는 그것이 양에 차지 않았다. 그에 그는 벼가 쑥쑥 잘 자라는데 도움이 될까싶어 해가 질 때까지 벼 포기를 하나하나 조금씩 뽑아 올렸다. 헌데 날이 밝자 밤사이에 조장한 벼들이 모두 시들어 축 처져 있었다.

농부가 행한 이 조장(助長)은 본래 ‘자라도록 돕는다’ 는 뜻이지만, 그 속뜻은 조급히 키우려고 무리하게 힘들여 오히려 망친다는 경계를 나타낸다. 이 고사(故事)를 비유해 맹자는 사람의 성급함이나 억지 추구를 경계하는 교훈으로 삼도록 했다.

요즘 갑작스런 지역 현안의 하나로 담양남중과 담양여중의 통합문제가 부상하고 있어 농부의 성급함과 어리석음을 탓하는 웃지못할 이 고사(故事)가 뇌리를 스친다.
얼마전 교육계 수장이 담양을 방문한 자리에서 담양교육의 미래를 위해 두 학교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잠깐 언급한 모양인데, 이 일로 ‘통합만이 능사’ 인 냥 앞뒤 재지 않고 성급히 여론을 조장하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일부 인사들이 공석,사석을 마다않고 앞장서 통합 당위성을 역설하면서 지금바로 통합을 안하면 마치 학교의 미래가 없는 것처럼 지역사회 분위기를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교육의 백년대계를 위해 필요하다면 학교간 통합도 좋고, 분리도 좋고, 흡수도 좋을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시간을 갖고 당사자인 학교와 학생, 학부모, 그리고 지역사회 각계각층의 여론을 다양하고 심도 있게 수렴하는 일이다. 통합의 당위성과 문제점 등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장단점에 대한 설명회와 토론회, 공청회도 반드시 먼저 열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필요하고 좋은 일이라 해도 성급하게 몰아부쳐 잘 된 사례를 본적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역교육의 미래를 가늠 할 중차대한 결정을 두고 ‘기차역 우동 먹듯’ 시간 없다며 후다닥 먹어치우고 떠날 일이 아니질 않는가.
통합의 인센티브 등 보랏빛 청사진만 내세우며 여론을 선동하거나 조장하는 분위기에 편승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