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者之慮 必雜於利害 똑똑한 사람은 계획을 세울 때 유리한 조건과 불리한 조건을 모두 고려한다. 雜於利而務可伸也 유리한 상황에서는 불리한 경우를 가히 방지할 수 있고 雜於害而患可解也 상황이 어려울 때도 유리함으로 가히 근심거리를 해소할 수 있다. 손자병법 8편 九變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은 현재의 내 상황을 보기위해서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을 냉철하게 따져보고 유리한 점은 활용을 하고 불리한 점은 극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나에게 유리한 조건을 듣고 따르기는 쉬운 일이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말에 대해서는 변명하거나 부인하고 싶고 왜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보기 싫은 것도 듣기 싫은 것도 들어야 한다.

원래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쓰다. 항상 작은 승리라도 기분 좋은 소리는 듣기 좋지만 남으로부터 입바른 소리는 듣기 싫은 게 人之常情이다. 누구나 자신의 색안경으로 보고 싶은 세상 만 바라본다. 아는 얘기지만 높은 사람 책상에는 세상의 온갖 정보가 다 올라오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보는 세상은 무척 넓을 것 같지만 실제는 오히려 보통 사람들 보다 더 좁게 볼 때가 많다.

힘없는 사람은 윗사람이 얘기하면 듣기 싫은 말도 들어야 한다. 그렇지만 힘 있는 사람은 얘기를 하다가도 듣기 싫은 말 하는 사람은 외면하고 입을 닫아버린다. 또 다시 그런 얘기를 하지도 않는다. 그러면 영리한 참모들은 높은 사람 눈에 나기 싫어서 듣기 싫은 소리는 절대 하지 않는다. 결국 높은 사람은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어 그 사람이 아는 세상은 실제와 다른 경우가 많다. 이것을 소통의 부재라고 한다.

물론 최고위직도 나름대로 우수한 직관력을 가지고 있어 거기까지 올라갔다. 그렇다고 자신의 직관을 과도하게 믿으면 이것은 아집(我執)이 된다. 아집은 행동에서 일정한 패턴을 가져오고 반복되는 행동은 적에게 역습의 기회를 주게 된다. 온갖 위험 신호가 나타나는 대도 ‘그놈은 내가 잘 안다. 그것은 내가 해봐서 잘 아는데 그건 그런 게 아냐’하고 일축해 버린다.

그러나 모두에게 이해되지 않는 일이 자신에게만 당연하게 느껴진다면 이것은 모두가 보고 있는 사실을 자신은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싸움에서 제일 멍청한 짓이 반복하는 것이다. 믿을 만한 정보만 계속 믿다가는 언젠가는 큰 코 다친다. 아무리 좋은 정보라도 그것 역시 유능한 정보원의 개인적인 편향된 정보다. 정보원 그 사람도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듣고 싶은 것을 들으며 높은 사람 입맛에 좋은 것만 간추린 결과이므로 그것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래서 높은 사람은 보기 싫은 것도 봐야하고 듣기 싫은 소리도 들으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정확이 읽어 내고 대비해야 한다. 여기에는 경거망동 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은 냉철함이 자리 잡아야 함은 물론이다.

흔들리지 않은 냉철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프로 골퍼들은 일부러 상대의 플레이를 보지 않고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적의 움직임에 흔들리지 않고 나의 굳건한 실력을 믿으려는 것이다. 그래서 골프 대회 우승자들의 인터뷰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나만의 경기를 했다'는 것이다. 골프는 분명히 상대가 있는 경기다. 아무리 내가 잘해도 상대가 나보다 더 잘하면 진다.

그런데도 '나만의 경기'라고 하는 이유는 상대방의 실수라는 요행을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다. 상대방이 최고의 경기를 펼친다고 전제하고, 나 또한 최고의 경기를 펼치겠다는 다짐이다. 매순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각오다. 한비자가 말했던 "두려워하며 하루하루를 조심하라"라는 그 말이 바로 이런 경우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일 것이다.

다음으로 이기기위해서는 적에게는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줘야 한다.
屈諸侯者以害 役諸侯者以業 趨諸侯者以利 적에게 불리한 조건을 보여주어 굴복시킬 수 있고 적에게 일거리를 만들어 주어 바쁘게 만들고 유리한 조건을 보여주어 적이 쳐들어 올 수 있게 한다.
즉 나 자신이 유리한 조건과 불리한 조건을 냉철히 알고 있으면 적에게 이용당하지 않고 적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적에게 압도적인 불리한 조건을 보여주면 적은 알아서 굴복하고 들어온다. 또 적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보여주면 이기겠다 싶어 먼저 도발을 해온다. 내 손발을 움직이듯 적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다면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無侍其不攻 侍吾有所不可攻也 적이 공격하지 않는다고 믿을 것이 아니라 적이 공격하지 못하게 만든 나를 믿어라. 항상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세상살이 진리이다. 아울러 나 역시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있는지 나의 주변에는 나의 눈과 귀를 차단한 영악한 참모들만 존재하는지 곰곰이 자신을 들여다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