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 올림픽은 세계 203개국에서 참가한 12,000명의 선수들이 314개의 메달을 걸고 싸우고 있다.

우리나라도 경제 강국답게 스포츠에서도 10-10의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싸우고 있는데 이번에도 목표 수치는 무난히 달성할 것 같다. 10-10의 목표란 금메달 10개 이상을 획득하여 세계 10위 권 이내의 스포츠 강국의 면모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선수들에게 4년간 투자되는 돈은 보는 관점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대략 450억 원 정도라고 한다.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올림픽에서의 메달은 세계 속의 한국인의 위상을 높이고 자긍심을 심어주는 것이며 도전하는 정신, 역경을 극복하는 승리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인지라 국민들 모두 열광하고 아낌없이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기대하는 것일 것이다. 선수입장에서도 참가하였다는 그 자체도 영광이겠지만 4년간 길고도 긴 시간을 여기에 투자하였기에 승부에 대한 집착도 무척 클 것이다.

전쟁과 올림픽 경기, 둘 다 일정한 규칙에 따라 최선을 다해 싸운다. 스포츠 경기에서 경기 규칙이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전쟁에 무슨 규칙이 있을까 의아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전쟁에도 엄격한 규칙이 존재한다.

올림픽 경기의 이상은 인종과 종교 차별의 금지, 세계평화와 우의 증진, 스포츠에 의한 인간의 완성과 경기를 통한 국제평화의 증진에 있다. 그래서 올림픽 정신은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하는 것보다 노력하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오늘의 올림픽 경기에서 올림픽 정신을 지키며 경기하는 선수나 국가는 없다. 선수는 오로지 피나는 연습을 통해 승리에 목표를 둔다. 우리나라는 승리한 선수에게 연금을 지급하고 병역 면제라는 혜택도 부여한다.

그래서 과열된 승부의식은 올림픽의 순수한 정신을 퇴색시키기도 한다. 그 한 예가 8. 1일 세계 배드민턴 연맹(BWF)에서 져주기 혐의가 짙은 한국 2팀, 중국1팀, 인도네시아1팀 등 총 4개 팀 8명의 선수를 실격처리 한 것이다. 전 세계 국민이 TV를 통해 경기를 시청하고 있는데도 오직 유리한 경기결과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실수를 만들어 져준 경기를 한 것이다. 이겨야 하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선수입장에서는 변명의 여지도 있겠지만 아무리 되씹어 봐도 이해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나라의 체면을 구겨 놓아 창피하기도 하다.

그러면 전쟁은 어떨까? 전쟁에도 일정한 규칙이 존재한다. 잔혹한 전쟁에 무슨 룰이 존재하겠느냐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전쟁도 인간에 의해서 치러지는 것이기에 전쟁에서의 도덕과 전시의 도덕이 존재하고 여기에 따른 전쟁법이 존재하는 것이다.

지구상의 인류는 1, 2차 세계 대전을 치르면서 엄청난 재앙을 초래했다. 독가스를 사용해서 한 번에 수십만 명을 몰살시키기도 하고 수백만 유태인을 홀로고스트의 재물로 바치는가 하면 일본은 2발의 원자 폭탄으로 2개의 도시가 황폐화 되고 난 다음에야 항복하였다.

그래서 인류는 다시는 이러한 전쟁을 예방하고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유엔이라는 국제기구를 만들고 전쟁으로 인한 희생자의 보호와 전쟁의 수행형태를 규제하고자 하는 일련의 방대한 국제법규를 만들었다. 대표적인 것이 인간의 고통을 완화함을 목적으로 하는 제네바 법(the law of Geneva)과 해적(害敵)수단과 방법의 규제를 목적으로 하는 헤이그 법(the law of Hague)이다.

정당한 전쟁은 명분이 있어야 하고 시작을 알려야 하며 전쟁 중에는 부상자, 부녀자 등 약자와 포로에 대해서도 인권을 존중해가면서 전쟁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 전쟁은 유엔과 NGO, 수많은 인권 단체들이 이를 감시한다.

그러기에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이 전쟁법 때문에 어려운 전쟁을 하면서도 비판을 받기가 일쑤지만 반대로 인권을 무시하는 국가에서는 법을 위반해 가면서도 당당한 목소리를 낸다.
핵무기를 개발하면서도 큰소리치는 북한, 종족을 살해하면서까지 정권을 유지하려는 시리아, 이러한 인권 탄압에서 구원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교묘하게 거부하는 강대국들의 정치적 이해대립, 비인간적인 양면성은 인간의 생명을 버리고 있다.

올림픽 선서는 이렇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이를 위해 분투하는 것이고, 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것 역시 승리가 아니라 참가 자체에 의의가 있다. 우리에게 있어 본질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잘 싸우는 것이다.” 그래서 올림픽은 싸울 때는 싸워도 승자와 패자가 서로를 격려하고 축하한다. 승패만 있을 뿐 인간의 존엄성과 우정이 남는다.

그러나 전쟁은 다르다. 상대가 내게 굴복할 때까지 처절하게 짓밟고 파괴와 살상이 남는다. 그래서 손자는 적이 감히 싸움을 걸지 않도록 힘을 가져야 한다고 하였고 싸우기 전에 이겨놓으라고 하였다.
조금 있으면 을지연습이다. 이번 연습을 통해 적이 감히 나를 넘겨다보지 않도록 대비태세를 잘 갖추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