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의 ‘구지(九地)편’을 보면 “산림 험난한 지형·소택지 등의 지형을 알지 못하면 행군할 수 없고(不知山林險阻沮澤之形者 不能行軍), 지역 안내자를 이용하지 않으면 지형의 이점을 얻을 수 없다(不用鄕導者 不能得地利)”고 했다.

이렇듯 험난한 지역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전쟁에 투입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그러나 홈그라운드에서 경기가 유리하듯 지형을 손바닥 드려다 보듯이 전쟁을 하면 당연히 유리한 입장에서 전쟁을 하게 될 것이다.

현대 정보화 시대에 와서는 요즘 어딘가를 가더라도 별로 걱정이 없다. 이정표 또는 지역 안내자 역할을 담당하는 내비게이션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보화 시대를 이끈 주역은 누구일까? 1995년 12월 31일, 미국의 워싱턴포스트紙는 지난 1000년을 마감을 선언하면서 1000년간 최고의 인물을 발표하였는데 예상을 깨고 몽골의 칭기즈칸이 선정되었다. 지금 지구를 하나로 묶은 인터넷의 논리가 인터넷이 탄생되기 전인 7세기에 이미 글로벌 통신망을 개척했던 인물이 바로 칭기즈칸이라는 것이다.

칭기즈칸이 세계 역사상 가장 넓은 땅을 정복하고 그 위에 유목민의 대제국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쟘치(驛傳)라고 불리는 정보 네트워크를 개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몽골군단은 중요도로 45km마다 역참(驛站)을 두고 말(馬)로 연결하여 오늘날의 인터넷 같은 정보통신망을 구축했다.

역참에는 4백두의 말들이 있었고 명령을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서 전령을 릴레이식으로 연결하는 역참이라는 마을을 두어 초고속 정보망을 만들었던 것이다. 역참에서 알려주는 대로 방향을 잡고 달리기만 하면 되었다. 오늘날 자동차 운전자들도 Navigation 하나만 바라보고 핸들만 돌리는 이치와 같다.

칭기즈칸의 역참제도는 오늘날 지구를 축소시킨 인터넷 시스템이 되었다. 칭기즈칸은 제국이 완성되기 전인 60세에 죽었지만 칭기즈칸의 제국은 13세기 무렵 태평양에서 동유럽, 시베리아에서 페르시아 만까지 영토를 넓혔다. 그의 영토는 로마제국, 알렉산더 대왕, 이슬람제국을 훨씬 능가했다. 그와 그의 후손들은 유라시아를 넘어 동과 서의 문명이 연결될 수 있도록 광대한 자유무역 통로를 만들었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1970년대를 살았던 세대는 이 노래를 수없이 듣고 불렀다. 새마을 운동은 구루마도 다니기 어려운 마을길을 레미콘 차량이 다니도록 넓혔고, 경제 개발과 산업의 발달은 우리 국토를 그물망처럼 연결하는 도로 건설을 촉진했다. 90년대 이후, 마이카 시대의 도래로 가족단위 여행이 보편화되면서 산골 구석구석까지 자동차 여행이 가능해졌다.

우주위성과 IT 산업의 발달은 자동차에 디지털 시대의 걸 작품이 장착되었는데 바로 내비게이션이다. Navi양의 상냥한 길 안내 덕분에 우리는 목적지까지 순탄하게 갈 수 있고, 활동 영역이 더욱 확대돼 다양한 생활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을 한다. 시오노 나나미가 지은 ‘로마인 이야기’에서는 로마가도(街道)에 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기원전 3세기부터 서기 2세기까지 로마인이 건설한 도로의 총 길이는 간선도로만 8만㎞, 지선도로까지 합하면 15만㎞에 이른다. 로마의 전투 방식은 점령군이 상주하지 않고 전투가 필요한 지역으로 신속하게 로마군단을 이동시켜 대처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러기에 로마가도는 군용도로의 목적을 충족해야 했다. 로마가도에는 1로마 마일(약 1.485㎞)마다 사람 키 높이에 지름이 30㎝되는 돌기둥으로 이정표를 세웠다. 이 돌기둥에는 가도의 시발점에서 몇 번째 해당되는지를 새겨 놓았고, 가까운 도시와의 거리도 새겨져 있었다. 게시판 역할과 아울러 주소를 나타내는 번지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추진 중인 도로 명 주소 개정작업의 원리와 같다. 이처럼 로마의 이정표는 부대 이동과 우체부의 길 찾는 주소, 여행자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십리절반 오리나무’라는 옛 노랫말 가사처럼 옛날 거리를 나타내는 ‘오리(약 2㎞)’마다 지표 목(木)을 심어 이정표로 삼았는데 그것이 ‘오리나무’라는 얘기가 전한다.
필자는 전문 직업군인이 되고자 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군인이라는 인생의 긴 여정을 가기 위해서 이정표나 지역 안내자, 내비게이션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본다.

목적지에 대한, 가는 여정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지식이 없다면 우리는 목적지에 제대로 다다를 수 없고 가끔 엉뚱한 길로 접어들어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인생을 살게 된다. 자신의 삶에 있어서 직업의 기나긴 여정 속을 지나다 보면 때론 험준한 산을, 때론 깊은 계곡을, 때론 험한 가시밭길을 지날 수 있다. 이때 방향을 잃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하려면 충실한 안내서, 이정표가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확인하고, 전문가와 상담도 해서 자신의 인생 로드맵을 작성해 보자. 그리고 하나하나 실행해 나가 보자. 흐릿했던 자신의 미래가 뚜렷하게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