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념 논쟁으로 나라 정치가 시끄럽다. 급기야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려는 어떤 자들도 대한민국 국민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을 겨냥하기에 이르렀다.

우리의 헌법과도 같은 북한의 노동당 규약은 ‘온 사회(한반도)의 주체사상(主體思想)화와 공산주의(共産主義)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그들의 목표를 명확히 하고 있다.

주민은 배고픔에 죽어 가는데 핵무기를 개발하고 통미봉남(通美封南)의 정책으로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현실적인 위협은 휴전선을 두고 대치하고 있는 120만 명의 북한군과 북한을 이끌고 가는 노동당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적국(敵國)인 북한을 추종한다는 것은 간자(間者)가 아니고서야 어찌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손자는 마지막 용간(用間)편에서 다섯 가지 종류의 간첩을 설명하였는데 나라를 패망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간첩으로 향간(鄕間)과 내간(內間)을 꼽았다. 향간(鄕間)은 국민들 중에서 포섭된 가장 쓸모 있는 간자를 말하며 내간(內間)은 향간 중에서 나라의 중요 직책까지 오른 자 이거나 현재 나라의 고위직에 있는 자를 지칭한다. 이들은 나라의 중요비밀을 빼돌리거나 다른 간자를 요직에 끌어올려 전쟁에서 적국이 쉽게 승리하도록 돕는다. 한마디로 국가 반역자들을 말한다.

1975년 4월 30일 월남이 패망했다. 패망 당시 월남은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들의 지원으로 60만 명의 병력과 최첨단무기로 무장된 세계 4위의 군사대국이었다. 그러나 이런 월남은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열악한 10만여 명의 월맹군에게 패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바로 월맹측이 구사한 통일전선전략전술에 월남 국민이 철저히 기만당했기 때문이다. 나라의 운명이 걸린 전쟁을 벌이고 있을 때 월맹의 사주를 받은 불순세력들은 국론을 분열시키고 자기 나라를 지켜주는 미군철수와 반미시위를 끊임없이 전개했다.

당시 월남에는 월맹의 사주를 받은 공산당원과 인민혁명당원 5만여 명이 암약하고 있었다. 전체 인구의 0.5% 정도에 불과했던 이들은 민족주의자, 평화주의자, 인도주의자로 위장한 채 시민단체와 종교단체를 장악하여 미군철수 주장과 함께 폭력시위를 배후 조종하는 등 사회혼란조성에 적극 앞장섰다. 나라의 운명이 달린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순간에도 불순세력들은 미군 철수와 반전시위를 끊임없이 전개하며 국론분열을 유도했다.

월남의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한 정치지도자 ‘쭝딘쥬’라는 인물은 선거유세에서 ‘동족상잔의 전쟁에서 시체가 산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외세를 끌어들여 동족들끼리 피를 흘리는 모습을 우리 조상들이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얼마나 슬퍼하겠는가?’라며 민족감정을 부추기고 반미의식을 조장했다. 종교인들도 월남의 군인들에게 동족인 월맹군을 향해 총을 쏘지 말고, 미군을 향해 총을 쏘라고 선동했다.
또한, 대통령 비서실장과 법무부장관 등 정부의 핵심인물이 간첩이어서 대통령의 극비 결정사항은 곧 바로 하노이 월맹정부에 즉각 보고되었고, 간첩인 공군 전투기 조종사는 대통령궁을 폭격하기도 하였다.

결국 미국 국민들까지 왜 반미를 외치는 나라를 위해 미국의 젊은이들이 피를 흘려야 하느냐며 월남 파병에 반대했고 미국은 1973년 1월 파리에서 휴전을 위한 평화조약을 체결하고 월남에서 전면 철수했다. 그러나 불과 2년이 채 못 되어 평화조약은 깨지고 월남은 적화되었다. 바로 월맹의 위장 평화전술에 속아 넘어간 결과였다. 적화된 이후 천만 명이 넘는 월남 국민이 처형을 당했으며 1백여만 명의 난민들이 자유를 찾아 월남을 탈출했다.

월남이 망한 70년대 후반, 김일성과 김정일은 그동안 간첩을 통한 첩보 획득과 무장공비를 통한 사회혼란 조성이 별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대신 향간과 내간을 대남전략의 기본으로 삼아 이들을 양성하는데 집중적인 투자를 하였다. 월남을 패망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바로 손자가 말한 향간과 내간이었던 것이다. 호지명이 간자를 이용한 베트콩 전술로 승리를 얻은 것과 같이 대한민국 내부에도 간자를 양성하여 스스로 망하도록 정책을 전환 한 것이다. 소위 김일성의 장학금으로 간자가 양성되는 시점이다.

현재의 나라 상황을 지켜보면서 오늘날 우리의 안보현실이 패망 당시의 월남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북한은 한반도 공산화를 위해 6·25전쟁을 일으켰고, 지금도 전 한반도를 적화하겠다는 목표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월남 내부의 불순세력들이 평화, 민족, 반전이라는 구호 아래 국론분열을 시도하고 국민들의 사상을 오염시켰던 것처럼, 우리 사회의 종북세력(從北勢力)들 역시 주한미군 철수, 평화협정체결, 국가보안법 철폐 등을 주장하면서 국론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향간과 내간도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고 국민으로서의 주권과 권리를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어지간해서 그들의 노골적인 반국가적 행위를 제재할 수가 없다. 그들이 국가보안법 제정을 반대하는 이면에는 그들의 족쇄를 풀어내기 위함이다.

호국보훈의 달, 어떤 애국자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렸다. 어떤 애국자는 자유와 민주를 위해 목숨을 버렸다. 지금 우리는 그들의 땀과 피로 지킨 나라의 평화와 안전, 자유와 민주를 누리고 있다. 다시 한 번 우리 민족이 피눈물을 흘리지 않으려면 우리 스스로 향간, 내간이 되지 말아야 하며 또 그러한 간자(間者)를 구별해 추방하는 애국심을 발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