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대형 화재가 발생하여 타 지역을 포함하여 많은 소방차가 출동하였지만 소방도로가 여의치 않아 화재진압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뉴스를 본적 있다. 많은 소방차가 있어도 실제로 화재진압에 투입되는 소방차는 당시의 여러 요소에 따라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쟁도 마찬가지다. 비록 내가 大軍을 가졌다고 하지만 실제로 전투에 참가하는 軍士의 수는 전쟁 현장의 여러 가변 요소의 상승작용에 의해서 일부분만 참여하게 된다. 그러한 가변요소는 지리적 영향을 비롯하여 용병의 방법, 환경, 인권, 정치적 고려 등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전쟁은 상대적인 것으로 적과 나는 전쟁 현장에서 실제로 발휘되는 힘만으로써 싸움에 임한다. 이것이 바로 상대적 전투력을 의미한다.

손자는 제 3편 모공에서 小敵之堅(소적지견)은 大敵之擒(대적지금)으로 ‘열세한 部隊가 무리하게 대항하면 우세한 적에게 사로잡힌다.’고 말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힘이 있는 큰 국가가 적은 나라를 대적하여 싸우는 以大制小(이대제소)는 당연한 원칙이며 적은 나라가 큰 나라를 대적하여 싸우는 以小制大(이소제대)는 이례적인 것으로 적은 나라가 큰 나라를 이긴다는 것은 희망사항에 불과하며 전쟁의 원칙에 입각한 방법도 아니다. 혹이나 큰 나라가 어리석어 요행스럽게 이길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궤변이며 기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적과 같은 전쟁을 이끌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상대적 전투력의 우위를 확보하여 싸우는 것이다. 그러기위해서는 먼저 적과 나의 요충지(要衝地)가 어디인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어디가 신체의 아킬레스건과 같은 곳인가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곳에서 결전을 치루면 된다. 이 요충지(要衝地)에서 지상군, 해군, 공군 모든 전투력을 집중하고 지형, 기상, 나의 장점, 확실한 정보, 용병의 기술, 기습 등 가능한 모든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다.

손자는 2,500년 전에 이와 같은 근본 원리를 가르쳤다. 지난 호에서 얘기했던 용병의 방법으로 十則圍之(십즉위지), 五則攻之(오즉공지) 즉 적보다 10배 이상이면 포위를 하고 5배 이상이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도 된다고 가르친다. 적은 군사의 수로 이기기 위해서는 용병의 기술을 이용하여 이러한 조건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兵者는 詭道라 즉, 싸움에는 속임수가 많이 사용될 수밖에 없으니 兵家之勝(병법가의 승리비결)의 원리를 깨닫고 적용해야한다고 가르친다. 다만 그 승리의 비법은 ‘뜻으로서 전수할 수 있을 뿐이며 말로서는 전수할 수가 없다.’라고 하는 것은 전쟁에 처한 상황에 따라 응용을 잘하라는 것까지 가르치고 있다.

손자가 춘추시대의 병법 이론가였다면 그로부터 800년이 지나 위, 촉, 오나라가 싸우는 삼국시대가 열리고 손자의 이론을 실제 전장에서 응용하고 적용해서 승리를 이끄는 제갈공명이 등장한다. 우리가 가장 재미있게 많이 읽고 그리고 요즘 젊은 세대들이 컴퓨터 게임에서도 열광하는 삼국지 시대가 열린 것이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전투 중에서 상대적 전투력의 원리를 가장 잘 이해하고 적용했던 전투가 있다면 바로 박망파 전투일 것이다.

삼국 중 힘이 강한 10만의 조조 군대가 장수 하후돈을 앞세우고 촉을 공격해 온다. 촉은 조자룡이 이끄는 수천 명의 군사가 있을 뿐이어서 승패는 이미 판가름 난 상태였다. 이때 힘이 없고 초라한 촉의 유비가 삼고초려(三顧草廬) 끝에 군사로 모신 제갈공명이 그 진가를 발휘한다. 숫자의 비율로 보면 '17대 1의 전투라고 하기도 하고, 과도하게 허풍을 떠는 삼국지연의에서는 1,000 대 1로 싸웠다고도 하지만 어쨌든 첫 출전에서 제갈공명은 대승을 거두고 군사로 선택해 준 유비에게 승리의 선물을 안겨준다.

당시 유비에게는 관우, 장비와 같은 용맹스럽고 개인 대 개인과의 전투능력이 뛰어 난 장수가 있었지만 이들이 1 : 1 전투능력이 뛰어났다고 10만 조조의 대군을 상대할 수는 없다. 결국 위나라와 오나라의 허를 찔러 유비군 한 명이 조조군 1,000명과 싸울 수 있게 만든 것이 공명의 계책이었다. 조조의 10만 대군이 유비가 있는 신야로 쳐들어오던 때 유비의 군사는 겨우 수천에 불과했지만 박망파에서 공명은 지형의 이점을 이용한 지략으로 17 : 1의 전투력 비율을 1 : 1,000의 능력으로 만들었다. 바로 요충지(要衝地)에서 상대적 전투력의 우세를 만들고 싸웠던 것이다.

영국의 란체스터 박사가 1차 세계대전의 결과를 분석하여 만들어 낸 법칙도 공명의 용병 기술과 동일하다. 이러한 전투 방법을 현대 경영에서는 란체스터 법칙이라고 표현하여 공격적 경영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공명의 박망파 전투, 란체스터 법칙, 모두 오늘을 사는 지혜를 담고 있다. 다음호에서 구체적인 승리의 비결을 다루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