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도로에 차량이 넘쳐나고 모두들 꽃을 찾아 봄 나들이 길을 떠난다. 그러나 우리 농촌은 겨우내 가꿨던 딸기 토마토 등 비닐하우스 작물을 수확하느라 너무나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계절을 따라 하늘에 의존하던 농사는 이제 소비자의 기호를 따라 작물을 선택하고 친 환경 유기농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여기에다가 좋은 가격을 받기위해 출하시기를 조절하고 소비처를 물색하고 포장 디자인까지 신경써야하는 그야말로 영업이다. 기다리는 농업이 아닌 찾아가는 농업으로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이전의 농사꾼은 이제 전문 농업 경영인으로 등록 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요즘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일 중에 하나가 고객을 상대로 하는 영업이다. 고객을 상대로 내 물건을 사도록 만들고 내가 원하는 만큼의 가격과 조건에 거래를 하도록 만든다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래처와 인맥을 쌓고 내가 생산한 제품을 사달라고 조르고 거래처는 인정 때문에 팔아주는 방식이었지만 이러한 영업 방법은 이제는 하수들이 하는 영업 방법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 지금은 고객들이 내가 생산한 제품을 팔아달라고 사정하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영업의 기술로 인정받는다.

다시 말하면 이제 영업에서 중요한 것은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주도권을 가진 쪽이 가격이나 출하량, 시기 등 조건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거래처가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가 어떤 디자인을 선호 하는가 어떤 포장을 원 하는가 언제 얼마를 출하해야 하는가? 등 이제 농민들도 일기예보에 신경 써야하고 고객을 연구해야 하며 제품 개발, 포장 디자인 개발 등 머리를 쓰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손자병법 虛實篇에는 오늘날 경영에 관련된 여러 격언들이 많다.
能使敵人自至者 利之也 能使敵人不得至者 害之也(능사적인자지자 이지야 능사적인부득지자 해지야) - 능히 적으로 하여금 제 스스로 오게 하는 방법은 오면 이익이 있을 듯 보이게 만드는 것이고, 능히 적으로 하여금 오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오면 해가 있을 것이라 판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 손자는 영업을 할 때 이해(利害)관계를 이용하여 주도권을 장악하라고 가르친다.

세상의 모든 조직이나 사람은 결국 이(利)와 해(害)라는 두 가지 상반된 개념을 기초로 행동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명분과 대의에 강한 거래처라도 밑바탕에는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그래서 손자는 거래처와의 이해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여 상대방에 대한 주도권을 쥐고 싸우라고 한다. 이것은 수많은 전쟁을 통해 읽은 인간의 심리와 조직의 행동 반응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얻은 매우 현실적인 판단 결과이다.

적을 나에게 오도록 만들려면 그들이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미끼를 던져라(能使敵人, 自至者利之也). 반대로 적을 나에게 오지 않도록 하려면 오는 것이 손해라고 생각하게 하라(能使敵人 不得至者害之也)는 것이다.

요즘 KBS에서 방영하는 광개토태왕은 고구려가 우리 한민족의 강역을 넓혀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후연과 북위, 후연과 백제 등 주변국과 끊임없이 이해득실을 따져가며 전쟁을 치르고 있다. 당시 고구려는 주변국과의 이해관계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전쟁을 이끌어 나갔기에 제 19대 광개토태왕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승리를 쟁취하고 한민족의 영역을 넓혀 나갈 수 있었다.

제품을 놓고 거래 협상을 하는 것이나 전쟁에서 머리를 굴리며 싸우는 것이나 바둑을 두는 것이든 모두 인간들의 이해적 심리를 다루는 일종의 게임이다. 모든 게임은 주도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바둑도 끌려 다니면 진다. 주도권은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고 내가 이길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주도권이란 상대방의 이해를 정확히 파악하여 내가 원하는 대로 오게 할 수 있고, 원하는 대로 가게 할 수 있는 승리의 핵심 기술이다. 물론 상대방의 이해를 알아내려면 먼저 지피지기(知彼知己)를 통해서 상대방의 마음을 꿰뚫어야 하고 마음을 읽어내어 그것을 기초로 이해를 파악해야 한다. 심지어 간자(間者)를 써서라도 상대방을 알고 철저하게 분석하고 대비해야 한다.

농협과 지자체는 농민이 주도권을 잡도록 돕는다. 억대의 매출을 자랑하는 농부들이 많이 출현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고민과 노력으로 주도권을 쥐고 농사를 짓기 때문일 것이다. FTA가 체결된 농업의 경영은 이제 세계를 상대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야 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농업이 세계화 시대에 경쟁력을 갖추는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 敵人自至利之(적인자지리지) 적을 스스로 오게 하려면 이익을 던져라! 고객이 내 물건을 사게 만드는 아주 간단한 이론이다. 내 물건 사는 것이 이롭다는 생각을 들게 하면 된다. 고객의 내면을 깊숙이 읽어낸 이해로 주도권을 가져오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