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칠 때 살짝 모습을 드러내는 파랑도, 전설의 섬 이어도는 수중 암초로 우리의 해양과학기지가 설치된 인공 섬이다. 우리나라 최남단 섬인 마라도에서 149km, 중국 동부 장쑤(江蘇)성 앞바다에 있는 퉁다오(童島)로부터는 247㎞ 거리에 있다.

명확히 우리나라 해역에 있는 영토임에도 류츠구이(劉賜貴) 중국 해양국장은 지난 3월 3일 관영 신화통신(新華通信)과의 인터뷰에서 “이어도(중국명 쑤옌자오·蘇巖礁)는 중국 관할해역에 있으며 감시선과 항공기를 통한 정기순찰 범위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우리 해역에 들어와 어족의 씨를 말리고 이를 제지하는 우리 해경을 살해하는가 하면 우리들의 간절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탈북 우리 동포를 강제로 북송시켰다. 그런 중국이 이제는 이어도까지 자국의 영토에 포함시키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도 인근 해역에는 원유와 천연가스 등이 대량 매장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출입 물자(석유는 100%)의 99%를 해상 운송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이어도 해역을 거쳐야만 물자가 해외로 나갈 수 있다. 이로 인해 이어도는 국가의 경제적 이익과 국가 운명이 걸린 해상 교통의 요충지인 것이다.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오래 전부터 이 해역을 지킬 군항과 비행장 건설이 추진되었고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평화의 땅에도 비무장은 없다"며 제주 해군기지건설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본격적으로 제주 해군기지 건설 사업이 착수되었다.

손자병법 九地편을 보면
諸侯之地三屬에 先至而得天下之衆者 爲衢地오. 아국과 적국과 제 3국의 국경이 연접한 곳을 衢地(구지)라하여 이곳을 먼저 가서 점령하면 천하의 백성들을 얻을 수 있다고 하였다. 衢地는 여러 나라로 통하는 요지이며 전략/ 외교적으로 중요한 지역을 말한다. 그래서 구지는 주변국들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선점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항상 외교에 힘써야 한다.(衢地則合交)고 하였다.

그러나 중국 측의 이어도 영유권 주장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와 국민들의 태도는 안이하기만 하다.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반일 감정과 비교할 때 우리 국민들의 중국에 대한 감정은 너무 감상적이다. 이어도에 대한 중국의 야욕을 두 눈으로 지켜보면서도 평화의 섬이 전쟁 지역에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 제주도 해군기지는 미군기지다, 유네스코 환경 보존지역이다 등 이유를 만들어 가며 해군 기지 건설을 방해하고 지연시키고 있다. 평온하던 제주도에 외부 전문 시위꾼들이 가세하여 오히려 제주 발전과 국가 이익 보호에 발목을 잡고 있고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조차 말을 바꿔가며 반대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손자(孫子)의 중심 사상은 不戰而屈人之兵 즉 싸우지 않고 적군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며 攻城 즉 城을 공격하는 것이 최하의 방책이라 하였다. 튼튼한 적의 진지를 공략한다는 것은 인적, 물적 피해가 클 뿐 아니라 승리도 보장할 수 없는 위험한 전쟁이기 때문이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위(魏)의 사마의는 성(城)을 기반으로 하는 지구전 전략을 자주 사용했다. 천하의 지략가 제갈공명도 사마의와 전쟁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사마의가 없었다면 촉나라가 더 많은 중원을 제패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그만큼 중요한 길목에 굳건한 대비태세를 갖춘 적은 제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어도. 이곳은 손자가 말하는 구지이며 전략적 요충지다. 이곳을 우리가 통제할 때 우리나라의 미래 자원 확보와 경제적 국가안보는 보장되는 반면 유사시 이곳을 거쳐야 하는 중국과 일본에게는 목줄을 죄는 것과 같다. 중국 역시 광활한 태평양으로의 진출을 위해서는 이어도 해역의 확보가 대단히 긴요하다.
이러한 전략적 요충지 확보를 위한 각국의 이권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국가 이익과 안보를 위해서라도 우리나라 최남단을 책임져줄 제주 해군 기지 건설은 필요한 것이다.

자유 민주사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러나 다른 사안도 아니고 국가의 안위와 직결된 제주도는 물론이고 해상 교역로 보호를 책임질 해군기지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은 소모적인 것이다. 환경보존도 우리 영토를 잘 지켜낸 뒤의 일이다. 방어 대비태세가 허술해 영토를 강탈당한다면 환경보호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식민지 시절 우리나라 강토는 일본에 의해 무자비하게 파괴되었다. 제주도 역시 당시 전쟁 준비를 위해 파괴된 현장이 아직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衢地(구지)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냐, 환경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제주 해군 기지 건설을 반대해야 하는 것이냐, 아무리 우리의 안보의식이 많이 쇠퇴했다고 해도 지금의 제주는 객이 주인 행세를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