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2. 29 미국과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는 대신에 미국으로부터 북한 주민의 배고픔을 해결할 24만 톤의 영양지원을 받겠다는 합의를 하였다.

이 합의는 김정은 체제 등장이후 첫 합의이며 미국을 향한 화해 시도이기도 하다. 그런데 북한은 갑자기 이 합의를 16일 만에 깨고 다음 달 12~16일 사이에 장거리 미사일을 남쪽으로 발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무엇이 북한주민의 배고픔을 해결할 식량지원을 포기하게하고 김정은이 승인한 최초의 국제적 합의를 스스로 깨게 만들었을까?

북한은 군대가 정치를 장악하고 있는 선군정치(先軍政治)체제다. 군부(軍部)의 힘은 절대적이고 모든 것은 군부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과거 김정일도 군부(軍部)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을 정도였다. 반대로 군부(軍部)에서 하는 일들은 상식을 초월할 정도로 추진력이 있다.

대부분의 대남 도발과 핵, 미사일 개발이 그렇다. 그러기에 이번 북미 간 합의 파기와 미사일 발사라는 강공 카드의 등장은 외무성의 급부상과 정치 주도권 장악에 대한 군부의 반발로 보는 것이다. 즉 정치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정부와 이를 저지하려는 군부 간에 싸움이 벌어졌으나 후계자 김정은은 아직 조정 통제할 리더십이 정착되지 않은 것이다.

이런 경우에 병법 36계(計)의 제 9計는 '격안관화(膈岸觀火)' 즉 기슭을 사이에 두고 강 건너 불을 쳐다본다는 것이다. 여기서 불이란 내분을 의미한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은 상대방이 분열되어 서로 싸우도록 해야 하고 내분 상태에 접어들면 적이 자멸(自滅)하도록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내분 상태에 있는 상대를 공격하면 오히려 적이 단결하게 되어 오히려 아군이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역으로 내분상태를 타파하기 위해 무력도발을 자행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지금은 북한이 어떻게 내분을 정리하고 김정은 체제를 정착시킬 것인지 안보대비태세를 유지하면서 일단 지켜보는 게 최선책일 것이다.

다음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점이 4.12~16일로 우리의 총선과 비슷한 시기라는 점이 관심을 끈다. 북한은 이를 김일성 탄생 100주년에 맞췄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전문가에 따르면 연간 예산 57억 달러의 북한이 이번 100주년 행사에 무려 20억 달러를 소모하는 엄청난 규모의 큰 행사를 오래 전부터 준비하여 왔는데 갑자기 8.5억 달러가 소요되는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는 이유가 궁색하기만 하다는 것이다.

또 경제 붕괴로 탈북자가 증가하는 상태에서 미국의 식량지원을 거부하고 640만 톤의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예산을 행사비용으로 사용하면서 주민들의 굶주림을 외면하는 북한이 강공책을 쓰는 이유가 궁금한 것이다.

손자는 전쟁에 이기는 강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숙유도(主熟有道), 장숙유능(將熟有能), 법령집행(法令執行)이라 하였다. 최고 통치자가 국민의 신임을 얻어야 하고, 국정을 보좌하는 참모들이 유능해야 하고, 나라의 법이 잘 지켜져야 한다고 하였다. 지금의 북한은 손자병법 중 강한 국가 육성보다는 오로지 궤도(詭道), 예상치 못한 술수를 우선한다고나 할까. 그러기에 북한이 현재 남한의 총선 정국 상황을 지켜보면서 뭔가 의도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라면 병법 36계의 제 3계 借刀殺人(차도살인), 남의 칼을 이용하여 적을 치는 병법을 적용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과거에는 선거 때만 되면 북풍 조작설이 떠돌았다. 그런데 요즘은 국가안보의식이 약화되어 그러한 논리는 설득력을 잃는다. 2010년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하여 46명의 장병이 희생되었을 때 나이 많은 세대와 보수층은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한 반면 젊은 층과 진보 세력권에서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도발의 원인으로 돌렸다. 오히려 정부와 군을 비판하고 북한이 도발한 명확한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북한을 옹호하였다.

이제 국가를 지키다 전사한 영령과 유족들의 분노도 많은 국민들은 중요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이제 북한의 위협과 도발이 오히려 현 집권정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미사일 발사라는 강수는 남한 선거 민심을 자극하여 북한에 다소 호의적이었던 과거 정부를 상기시키면서 북한과 대립각을 세운 현 집권당을 몰아 부칠 빌미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으로서도 차기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있는 야당에게 투자를 함으로서 총선이후 대북 정책을 북한에 유리하도록 바꿀 수 있는 전략적 모험을 할 수 있다는 가상 시나리오를 상상해 보는 것이다.
병법 36계 중 제 1계는 滿天過海(만천과해)다. 즉 적이 나의 의도를 알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계책을 꾸미는 것이다. 적이 알아 버렸다면 그것은 이미 병법이 아니다.

이번에 발사되는 장거리 미사일의 1단계 로켓은 제주 앞바다에, 2단계 로켓은 한국에서 약 2500~3000㎞ 떨어진 필리핀 동쪽 해상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험이 실패하면 우리 영해 또는 영토에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가안보는 국가 생존의 근본이다. 선거에 이기위해서 병법의 모든 지혜를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국가안보에 위협을 주는 선거 전략은 사용하지 말아야 하고 적의 전략에 넘어 가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