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로도 방영 중인 초한지(楚漢志)는 숙명의 라이벌인 유방과 항우의 전쟁이야기다. 책을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책은 항우와 유방을 통하여 두 종류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힘이 장사인 항우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그러기에 자신을 과신한 항우는 부하의 말을 경청하고 그들의 고귀한 책략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의 수하에는 범증을 비롯한 훌륭한 부하들이 많았지만 독선으로 일관했다.

반면 시골 출신의 하찮은 유방은 항우보다 독선적 카리스마는 부족했지만 휘하에 지혜롭고 전략에 밝은 인재를 등용하고 잘 활용했으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언제나 현실을 직시하는 냉철함을 가졌다.

“닭은 울어서 때를 알리고, 고양이는 쥐를 잡듯이 각 사람 모두가 제 능력을 발휘한다면 윗사람은 저절로 할 일이 없어진다. 윗사람이 설쳐대면 아랫사람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법”이라는 유방의 리더십은 장량, 소하, 명장 한신을 적절히 활용하여 중국을 통일한다. 특히 한나라 건국의 일등 공신이라 할 수 있는 한신이 원래 항우의 부하였지만 유방의 밑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은 유방이 인재를 선발하고 활용하는 리더십이 항우보다는 탁월하다는 증거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조직 관리나 경영에서 변함없이 요구되는 것이 리더십(leadership)이다. 조직이나 단체가 지향하는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리더는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傾聽(경청 또는 敬聽)을 통해서 부하와 소통하고 조직의 화합을 통해서 조직원들의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한비자에 의하면 “三流의 리더는 자기의 능력을 사용하고, 二流의 리더는 남의 힘을 사용하고, 一流의 리더는 남의 지혜를 사용한다.”고 한다. 조직원들 모두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리더는 무슨 일을 하는가. 하는 일 없이 노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리더에게는 항상 선택의 외로운 순간이 있다. 수많은 고언 중에서 성공 가능성 있는 전략을 선택하고 선택한 전략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하는 심적으로 매우 힘든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는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던가.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라는 것처럼 선택과 결과에 대한 부담은 체력적으로 어느 정도는 뒷받침 되어야 한다.

손자는 병법 제9 행군(行軍)편에서 훌륭한 리더의 조건으로 ‘실력(智)과 신념(信) 인격(仁) 용기(勇) 엄격함(嚴)을 들었다. 현장을 읽어낼 줄 아는 안목, 신뢰, 배려와 존중, 책임질 줄 아는 자세, 인사의 공평성 등이 바로 그것이다. 리더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니와 쉽게 생각해서도 안 되는 자리다. 리더는 조직이나 단체를 잘 이끌어가기 위해서 때때로 냉철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 판단이 잘못되면 그것은 그 스스로를 무너뜨리고 조직을 파멸로 이끌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리더는 현장을 보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소통의 기술이 필요하다.
소통이 없이는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없다. 성공한 리더는 소통할 줄 아는 리더라는 평가를 받고 소통을 뒤로하는 리더에게는 화합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성과도 내지 못한 리더이기에 지지도 얻을 수 없다.

뿌리 깊은 나무에서 보듯 우리에게는 역사적으로 자랑스러운 소통의 대왕 세종이 있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리더로 성공하려면 소통과 타협이 절대적이다. 곧 다른 사람의 지지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배려나 화술, 습관, 친구 관계나 긍정의 힘도 바로 상대와의 소통이 우선이다. 혼자만이 아닌 자신을 둘러싼 주변과의 화합에는 소통이 전제 조건인 것이다. 아울러 리더 스스로 존경받을 수 있도록 솔선수범의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더불어 사는 사회적 소통의 공식이다.

孫子는 '천시불여지리(天時不如地利) 지리불여인화(地利不如人和)'라고 하였다. 하늘이 내려 준 시간은 지형의 유리함만 못하고, 지형의 유리함은 사람의 화합보다 못하다는 뜻이다.
얼마 전 전국 최고 단위조합의 성적을 낸 봉산 단위협동조합의 성과가 바로 리더인 조합장과 조합 직원 그리고 조직 구성원인 조합원들 간의 소통과 화합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