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서울시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무산에 책임지고 사퇴함에 따라 실시된 10.26 재·보선에서 시민운동가 출신인 박원순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우리나라 정치사에 유례없는 대변화의 격랑이 일고 있다.

서울시장선거는 비록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의 하나이지만 서울이 대한민국 수도라는 위상 때문에 중앙정치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아 도대체 서울에서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먼저, 오세훈 시장의 단계적 무상급식안은 어떠한 문제점이 있어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하였는가? 당과 사람들의 입장과 가치에 따라 다른 시각이 있을수 있지만 학생들에 대한 무상급식 실시가 결코 포퓰리즘적 선심행정이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보편적 복지 실현의 한 과제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보편적 복지 차원의 무상급식을 실시한다하여도 막대한 재정수요 때문에 초중고생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전면적 급식을 일시에 시행할 수는 없다.

선택적복지나 보편적복지나 현실적으로 단계적 실시가 불가피하지만 오세훈표 무상급식 단계적 실시는 순수한 학생들을 소득수준을 잣대로 ‘잘사는 학생절반’과 ‘못사는 학생절반’으로 가르는 이분법적 사고가 오류였던 것이다.

이제라도 정치권은 복지문제의 성격에 따라 보편적복지와 선택적복지를 적절히 접목하고 조화시키는 새로운 틀을 만드는데에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야한다.

아울러, 자신의 식견과 판단만이 옳다는 엘리트주의가 독선적인 행정을 초래하였다고 볼수 있다. 야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서울시 의원들과의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고 시민단체의 소리에도 귀를 막아버리면서 ‘보편적 무상급식을 실시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자기만의 소신에 도취하여 학교급식 정책결정의 주민투표에 시장사퇴카드를 꺼내어 시민들을 압박하는 정치 주민투표에 시민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민심은 바다와 같아 배를 띄울수도 있고 뒤집을수도 있다.’는 옛 성현의 말씀을 정치지도자들은 가슴깊이 새겨 들어야 한다.

다음, 시민운동가 출신의 무소속 후보 박원순씨는 어떻게 서울시장에 당선 될 수 있었을까? 언론들은 한마디로 20, 30, 40대가 들고 일어나 여야를 막론한 기존의 정치권에 총체적 불신임과 분노를 표출하였다고 전하였다.

오늘날의 민주정치는 직접민주제가 아니고 정당중심의 대의 민주주의 이지만, 정당이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살피지 않고 오직 당리당략으로 정쟁만을 일삼을때 투표를 통하여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IMF 외환위기의 상처가 완전히 아물기도 전에 들이닥친 뉴욕발 금융위기라는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 서민들의 삶은 ‘고물가와 고용불안, 전월세 대란, 사교육비, 청년실업, 대학등록금 문제’ 등으로 고단하고 팍팍하기만 한데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을 비롯하여 정치권 전체가 명쾌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자 국민들이 분노와 절망과 좌절의 의미를 담아 불신임이라는 민심을 쏟아낸 것이다.

선거가 끝날때마다 정치권에서는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 환골탈태의 자세로 쇄신하고 개혁하겠다.’ 입버릇처럼 말을 하지만 이러한 말들의 진정성에 대하여 국민들은 결코 신뢰하지 않는다. ‘입은 하나요 귀는 둘이다.’ 라는 평범한 진리처럼 말은 적게하고 국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낮은 자세로 다가가야 한다.

우리가 원하든 원치않든 이제 새로운 정치, 스마트한 정치를 원하는 도도한 변화의 물결속에 우리는 내몰리고 있다.

여론조사 지지도가 50%가 넘는 안철수 교수가 5%에 불과한 박원순 후보에게 파격적인 양보를 했던 스마트한 정치가 오늘날 안철수 바람의 힘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땅의 정치 지도자들이여 항상 ‘민심은 천심’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국민들의 마음과 불편을 헤아리는데 최선을 다하라. 자기만의 논리로 국민을 설득하려 하지말고 국민들의 작은 목소리 하나라도 귀 기울여 듣고 그들과 소통하는데 힘을 기울여라. 그러한 진정성을 국민들이 느끼게 될 때 비로서 신뢰가 다시 회복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