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적한 삶과 건강이 최고선(最高善)의 미덕으로 인식되는 요즘, 각 분야에서 웰빙시대에 걸맞는 다양한 형태의 기능성식품과 건강상품들이 쏟아지고 있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사실상 건강을 챙기는 것은 이제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육체적으로 건강을 챙기는 것은 운동과 산행 등 신체활동을 통해 얼마든지 건강해 질 수 있을뿐더러, 각양각종의 건강기능성 보조식품을 비롯한 다양한 보양식, 웰빙식품의 섭취를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매일처럼 쏟아지는 건강기능성 상품들이 있어서 그렇고, 게다가 어디를 가든지 몸에 좋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맛있는 음식, 웰빙건강 식품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어서도 그렇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을 다스리고 편안함을 갖게하는 정신적 건강을 챙기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아무리 맛있고 건강에 좋은 웰빙음식이라 하더라도 마음을 편한케 하는 정서적 체험이 수반되는 것이 아니라면 그다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목장은 목재로 ‘세간살이’를 만드는 장인
자르고 깎고 다듬고 짜 맞추고 전통기법으로 제작

“내 마음이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불경의 한 경구처럼 현대인들은 날마다 부딪치는 일상속에서 상처받고 찌든 심신을 치유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피곤함의 연속에 살아가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차제에 우리 담양에 전통의 목가구를 제작하면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심신의 편안함을 주고있는 장인(匠人)이 있어 찾아보았다. 담양읍 삼만리에서 전통 짜맞춤 가구를 만드는 ‘송림공방’의 주인 김 곤(42, 소목장)氏가 바로 그 사람이다.

전통을 지켜가는 일에 종사하면서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게 그리 녹록치만은 않은 세상에 젊은시절부터 소목장 일을 시작한 김 곤씨는 우리 지역의 몇 안되는 보기드문 ‘소목장’ 중의 한 사람이다.

소목장은(小木匠)이란 목재로 생활의 세간들을 만드는 기능자를 말한다.
대목장이 가옥이나 절 등 건축물을 제작하는 장인 이라면, 소목장은 장롱, 궤함 등을 비롯하여 문방구 등 세간들과 각종 농기구 및 수레, 가마 등 일반 생활용품을 만드는 장인이다.

김 소목장은 죽녹원에서 용면 가는 길 29호선 국도변에 위치한 삼만리 ‘송림공방’에서 직접 나무를 자르고, 깎고, 문지르고, 짜맞추면서 전통 목가구를 만들고 있다. 2년전 인근 순창에서 담양으로 이사온 후 계속 목가구 제작을 해오고 있으니 어느덧 20여년의 세월이다.

어릴때부터 유달리 손재주가 있어 농사에 쓰던 지게나 농기구도 곧잘 만들었던 그는 순창농고(현.순창제일고)에 진학하면서 농업공작을 전공했고, 재학시 전국기능대회에 나가 목공예 부분 ‘금상’을 받았던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 하고 있는 소목장(생활가구 등 전통 목공예 장인)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젊은시절, 도중에 인테리어 사업에도 기웃거려 보고, 레미콘회사에 취직해 근무하기도 했고, 잠깐이지만 몇개월간 택시기사도 해보았지만 결국,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었던 것은 목공예 였고, 그래서 인생의 전부를 걸고 선택한 길이 바로 소목장이었다.

애초 순창에 목공소를 차리고 본격적인 전통목공예사업을 시작했는데 당시 꽤 이름있는 가구회사인 ‘예림원목’ 의 신제품은 모두 그가 샘플을 제작해 납품했고 사업성도 괜찮았지만, 몇 년이 못가 값싼 중국산이 밀려드는 바람에 죽세공예와 마찬가지로 목공예 역시 심한 타격을 입어 영세 목공예업이 거의 부도가 나는 상황에 직면했고 그 또한 이 시점을 전후해서 잠시 외도(전업)를 하게됐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손재주 좋고 좋아하던 공작 일 이여서 다시 소목장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 바로 담양에서 이다.

요즘 편백나무가 대세, 90%가 주문제작
침대,의자,식탁,테이블과 실내 벽면 인테리어 인기

그리 오래전도 아닌, 바로 우리들의 부모세대에 혼례 필수품으로 대단히 인기를 끌었던 목재 장롱, 반닫이를 비롯해 현대인의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은 식탁과 의자, 거실 테이블, 침대, 책걸상, 욕실용 제품, 그리고 편백나무를 사용하는 주택과 사무실의 실내 내장재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 웰빙용품으로 태어난다. 90%이상 주문제작이다.

요즘엔 특히, 편백나무를 이용한 가구나 실내인테리어를 선호하는 탓에 생활의 여러 분야에서 전통 짜맞춤 가구가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그 역시 주문제작에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편백 원목으로 만들어 지는 식탁과 의자, 베게, 각종 생활소품들은 나무 자체에서 풍기는 향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엷은 살구색 같은 나무의 빛깔은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더해 줘 갈수록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목공예가구 제작은 먼저 만들고자 하는 작품을 축소해 종이에 도안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도안이 완성되면, 각 부분별로 축소비율에 따른 길이를 측정해 몸통자에 칼금으로 표시해 둔다. 제작에는 톱과 여러 종류의 대패, 망치, 칼 등의 다양한 도구가 사용된다. 실질적인 목공예 제작의 첫 공정으로, 먼저 원목을 크기에 맞게 재단하는 과정이다. 보통 단단한 느티나무가 많이 사용되지만 요즘에 편백이 인기상종가를 치고 있다.

원목를 켤 때에는 어떤 부분으로 쓰이는가에 따라 나뭇결의 문양을 고려하여 재단해야 한다. 원목이 각 부분별로 모두 재단되면 대패로 표면을 다듬어 굴곡이 없이 수평이 되도록 편편하게 만든다. 재비촉과 꼴구멍을 파내어 다른 부분과 연결되어 짜 맞출 수 있게 한다. 우리의 전통가구는 이 재비촉과 꼴구멍으로만 연결되므로 각 부분이 정확하게 들어맞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각 부분별 작업이 모두 끝나면 이를 하나하나 연결하여 짜 맞춘다. 이때 못을 사용되지 않고 일일이 하나씩 홈을 맞추어 나간다. 앞면이 모두 완성되면 옆판과 뒷판을 끼워 몸통을 조립한다. 이때 풀이 다 마를 때까지 쇠틀에 끼워 고정시킨다. 풀이 모두 굳었으면 틀을 제거한 후 몸통을 뒤집어 윗판을 붙인다. 그리고 다시 풀이 마를 때까지 쇠틀에 끼워 건조시킨다.

이처럼 정교한 과정을 거쳐 머릿장의 형태가 완성되면 표면을 사포로 곱게 다듬어 나뭇결을 정리한다. 나뭇결 사이의 빈틈을 메우고 자연스런 색을 입히기 위하여 황토가루에 석회와 물을 섞어 토분을 만들어 전체에 고루 바른다. 그리고 토분 바른 것이 모두 건조되면 다시 한번 사포로 갈아내어 표면을 고르게 한다. 마지막 공정으로 옻칠을 하여 나뭇결에 은은한 색을 입힌다. 투명한 옻칠 위로 화려한 나무결 문양이 피어올라 소박한 멋을 지닌 전통의 소목 작품이 완성된다.

그는 “웰빙시대인 요즘 고가의 생활가구를 주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사업적으로도 괜찮은 편이다” 며 “공방에서 목공예 제작 기술을 2-3년만 배우면 직업으로도 괜찮은 편인데다 납품가격도 좋아 주문형 맞춤제작만 잘 해도 먹고 사는데는 지장없다” 고 적극 권장했다.

하지만 그 역시 다른 장인들과 마찬가지로 몇가지 애로사항이 있다.
우선, 소목장 일을 배우려는 전수자가 없는데다 함께 일할 조수나 일꾼들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작업환경이나 하는 일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고 보수도 적지않지만 선뜻 일하겠다고 찾아오는 이가 없어 큰 고민이라고 했다.

한가지 더, 주재료인 원자재 가격 상승이 잦아 생산원가 부담이 높아지는 바람에 덩달아 제품가격도 책정될 수 밖에 없어 소비자들이 짜맞춤가구는 비싸다는 인식을 들게한다는 것...그리고 정말 아쉬운 것은 목공예 가구들의 수명과 보존성, 그리고 작품성과 미관을 위해서는 옻칠이 중요하지만 워낙 옻 원료가격이 비싸 제품에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밖에도 그는 지역 공예인들이 자신들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장인 정신으로 심혈을 기울여 만든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공간이 마련된다면, 주민들과 관광객을 위한 목공예 체험장도 운영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 담양공예인협회(회장 김생수) 회원으로 활동중인 그는 “저의 바람이자 아울러 우리 지역에서 활동중인 전통을 지켜가는 장인, 명인들의 한결같은 꿈이자 소망인 ‘전통공예 전시판매 체험관’이 담양군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속에 하루빨리 성사되기를 기원한다” 는 바람을 전했다. / 장광호 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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