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주변의 자연에서 얻어지는 천연 식물이나 광물 등에서 다양한 색소를 추출, 우리만의 고유의 색을 창출하면서 의.식.주 모든 분야에 일상처럼 활용해 오곤 했다.

하지만 과학문명이 발달하고 사회가 근대화 되어 가면서 자연에서 얻어지는 염색이라는 게 그 과정의 번거로움과 비능률적인 작업 등으로 인해 점차 쇠퇴하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민속박물관이나 향토박물관 같은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처지가 되기도 했다.

한때 문화재 아닌 문화재(?) 취급을 받기까지 했던 천연염색의 일상 용품들이 박물관을 박차고 나와 최근들어서는 사람들로부터 주체 못할 사랑을 받고 빛을 보게 된 것은 무척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예나 지금이나 은은한 빛깔과 기품을 느끼게 하는 아름다운 천연의 색상은 그것을 보는 이라면 누구나가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상당한 시간동안 홀대받고 잊혀졌던 천연염색 기술의 명맥이 오늘날에 와서 다시금 각광을 받기까지는 자연을 좋아하고 우리 것을 소중히 여기고 전통을 지키려는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우리 지역에도 느리게 사는 삶의 방식이 좋아 이러한 전통을 배우고 지키가면서 열정을 쏟고있는 匠人들이 있어 무척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고향도 아니면서 그저 담양이 좋아서 아예 담양에 뿌리내리고 천연염색에 열정을 쏟고 있는 한 匠人을 만나 보았다. 담양에서 장성 백양사 가는 길목, 월산면 용암리 홍암마을에 정착한 천연염색가 임춘옥(49,여)씨가 바로 그 사람이다.

“전원생활을 겸해서 천연염색 공방 터를 잡기위해 여러곳을 돌아 다녀볼 생각이었는데, 남편이 늘상 담양쪽으로만 행로를 잡는 바람에 운명처럼 현재의 이곳에 발을 딛게 됐어요”

8-9년전, 광주 광산구 송산교 근처 知人의 단독주택을 빌려 천연염색 공방으로 쓰던 중 좀 더 자연속으로 들어가 더 많은 자연의 색을 얻고 싶어 광주 근교의 적당한 땅을 찾던 중에 월산면 홍암리 현재의 땅을 운명처럼 만나게 됐다는 것이 임춘옥 匠人의 담양과의 인연이다.
그녀가 이곳에 터를 잡고 온가족이 이사 온 것은 지난 2008년경.
애초엔 작업실겸 공방을 짓고 광주에서 출퇴근식으로 천연염색 작업을 하다가 오가는 시간도 아깝고 불편함도 적지않아 아예 이곳에서 자연을 벗삼아 ‘제2의 고향’을 삼기로 맘 먹고 가족 모두가 옮겨온 게 한 4년쯤 됐다고 한다.

그녀가 천연염색에 관심을 갖고 매달리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취미로 천연염색을 배우게 된 것이 인연이 됐고, 평소 손재주가 괜찮았던 탓에 뜨개질과 구슬공예 등에 남다른 소질을 보였던 그가 천연염색을 만나고서부터 잠재되어 있던 열정과 재능이 비로소 더욱 빛을 발하게 됐다고나 할까....아무튼 그녀가 천연염색을 통해 匠人의 길로 들어선 것은 운명처럼 다가온 담양, 그리고 홍암리 한 귀퉁이의 작은 골짝이 거부할 수 없는 유혹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이곳에서 그녀는 본격적인 천연염색가로 활동하게 된다.
작품활동도 활발했지만 세상속으로 가져간 그녀의 천염염색 작품들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됐고, 대한민국 황실공예대전 등에서 여러차례 입선과 특선의 영광을 차지하고 또 인근 내장산국립공원내 백암산사무소에서 개최하는 ‘숲속의 체험’ 프로그램 중 천연염색 체험장으로 연계사업을 시행하면서 비로소 사람들에게 천연염색가로 인정받는 꽤 유명한 인사가 되는 기쁨도 맞보게 됐다고 한다.

담양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에서 채취한 쪽과 황토, 대숯, 댓잎, 감물 등 천연염료를 소재로 개량한복을 비롯한 실내복과 외출복 등 다양한 종류의 의류, 그리고 핸드백, 손수건, 스카프, 커텐, 악세사리 등 수십종의 생활용품들이 그녀의 손끝에서 때로는 작품으로, 때로는 상품으로 만들어져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남편과 딸의 도움이 무척 커요. 지금의 공방과 삶의 터전을 남편이 직접 짓고 꾸몄어요. 염색작업이나 작품만들기에 아주 편하고 사람들이 체험하기에도 꽤 좋은 곳으로 만들어 준 것도 다 남편 덕분이죠. 딸은 대학에서 천연염색을 전공했기 때문에 이론적 기초나 과학적 작업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어요. 제가 천연염색을 더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는 조건들이 되고 있어요 모두 제 복이죠.”

임춘옥 匠人은 몇가지 소망이 있다고 했다.
우선, 그녀가 운영하는 천연염색 공방인 ‘자연나드리’ 를 알리는 이름표(간판) 하나 도로변에 세울 수 없어 찾아오는 이들의 불편이 적지 않다고 했다. 천연소재로 만든 목간판 하나를 공방 앞을 지나는 도로변에 꼭 설치할 수 있도록 담양군이 협조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천연염색 분야 명문대학인 부산의 신라대학에서 천연염색 과정(9기생)을 제대로 수학한 외동딸 민영(29세)씨가 지역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를 갖는 것이 두 번째 소망이다.
담양군여성회관이나 농업기술센터, 문화원 등에서 천연염색의 기초에서 심화과정 까지 대학에서 배운 것을 지역민들에게 체계적으로 강의하고 전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그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공방인 ‘자연나드리’ 에 자신과 딸을 위한 천연염색교육장을 짓는 게 가까운 소망이기도 하지만, 나아가 천연염색 교육과 체험, 전시판매 까지 가능한 전수관을 갖는 게 미래의 가장 절실한 꿈이라고 했다.

다가오는 대나무축제 때, 그녀가 온갖 정성과 열정을 쏟아 만든 몇가지 천연염색 작품들을 가지고 담양군공예인협회가 마련한 축제부스에서 전시판매에 나설 계획이라는 임춘옥 匠人은 보다 많은 사람들과 축제 관광객에게 자연에서 얻어지고 창조되는 우리 것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오늘도 하얀 천에 아름다운 천연의 빛깔을 수놓고 있다. / 장광호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