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30년 가까이 대나무 돗자리(약칭 대자리)를 만들고 있는 강신홍(53)씨. 그는 이제 담양에 몇 안되는 대자리를 만드는 장인(丈人) 중 한명이다.

현재 담양공예인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과거 ‘대자리’가 담양경제를 이끌어 가는 산업화의 ‘효자상품’ 에서 이제 소수의 작품만을 만들어 내는 ‘전통공예’로 인식이 바뀌는 바람에 지금은 ‘공예인’으로 불리고 있다.

대자리를 만드는 사람들은 애초부터 죽세공예의 한 축을 이루며 공예인의 칭호를 들어야 마땅했으나 대자리가 한때 여름철 인기상품으로 호황을 누리면서 ‘공예인’ 보다는 ‘산업인’에 가까웠음을 부인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간의 경위야 어찌됐던 현재 담양의 대자리는 값싼 중국산에 밀려 제값 받기도 어려운 형편이고 일할 사람마저 없어 사양길에 접어든지 오래지만 아직까지도 묵묵히 전통기법으로 우리의 ‘대자리’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전통은 쉬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보다.

강신홍 장인(丈人)은 이제 담양에 셋 밖에 남지않는 전통대자리 제작 기술보유자 중 하나이다. 순창에서 문방구를 경영하던 그는 당시 담양에서 대자리 사업을 하던 동서(박종수씨)의 권유로 지난 1984년 우연치 않게 돗자리 골목(담양읍 객사리)에 둥지를 틀게 되면서 본격적인 죽세공예인의 길을 걷게된다. 강 장인이 돗자리 골목에서 처음으로 만들었던 것은 차량용 대나무시트.

당시 이 골목에서는 이름만 거론해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왕성하게 대나무사업을 해오던 엄영조씨, 김쌍일씨, 김병주씨 등이 차량용 대나무시트를 개발, 시판하면서 점차 인기를 끌어갈 무렵이어서 강 장인의 대자리와의 만남은 썩 괜찮은 일거리로 다가왔다고 한다.

원래 처가에서 대자리 사업을 하던 터라 그가 대자리 만드는 일을 하는데는 그리 큰 어려움이 없었다. 3년가량 차량용 2단시트를 주요상품으로 만들던 그는 86년경 본격적으로 대자리에만 매달리게 된다. 올림픽이 열리던 무렵인 88년경에 승일식당 뒤편에 ‘88돗자리공예사’ 라는 이름으로 공방을 내고 본격적인 대자리 제작에 들어간 그는 한때 여름상품으로 날개 돋히듯 잘 나가던 대자리로 인해 경제적 여유도 생겨 지난 2002년에 ‘담양신선돗자리공예사’로 이름을 바꿔 현재의 자리로 공방을 확대, 이전했다.

5×7대자리 주종목으로 제작
대자리 문양개발에 심혈 큰 인기 끌어

5×7자리를 주종목으로 하여 3×6, 6×9, 7×10, 8×11 자리는 물론 주문형 대자리까지 다양하게 만들고 있는 그의 작품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바로 대자리에 수놓는 디자인 이다.
대자리의 가치를 훨씬 품격있는 고급스런 작품으로까지 올려놓은 대자리 디자인은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공을 들이는 제작과정 중의 하나이다.

한때 그가 만드는 대자리는 아름답게 수놓아진 다양한 문양으로 인해 수십만원씩 호가하면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어 돈도 많이 벌기도 했다고 한다. 특히 전통적인 6mm 대조각을 이어붙여 만드는 대자리는 바닥에 깔고 쓸때 내구성이 반영구적 인데다 인테리어 효과도 탁월해 대도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 백화점 등에서 주문이 쇄도하기도 했다.

80년대를 거쳐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담양의 대자리는 가정마다 없어서는 안될 여름철 필수품처럼 여겨지면서 잘 팔려나갔다. 이 무렵에 담양에서 대자리를 만드는 사람이나 판매를 하는 사람 모두 벌 만큼 벌었다고 했다.

그런 좋은 시절도 있었지만, 대자리 기술은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대자리를 만들어 팔 요량으로 담양에서 대자리를 만들던 사람들 중 일부가 기계와 기술을 중국으로 가져갔으나 결국 이로인해 담양대자리 기술의 유출 상황이 벌어지게 되고, 어느 순간부터는 중국산이 담양까지 밀려들면서 대자리 가격이 바닥을 치게된다. 급기야 몇십만원을 호가하던 대자리가 불과 몇만원에 거래되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담양의 대자리는 급격히 사양길에 접어들게 된다.

이로인해 강 장인이 만들던 대자리 역시 큰 타격을 입게된다. 그동안 잘 나가던 그의 대자리도 찾는 이가 뜸해 지면서 결국엔 사업에서 선대부터 내려온 대자리 기술을 전승, 보존하는 전통공예기술 보유자로써의 위치로 자리를 재매김 하게 된다. 그도 그럴것이 현재 강 장인처럼 가내수공업 형태의 전통적 기법으로 대자리를 만들 수 있는 장인들이 불과 손에 꼽을 정도라 하니 대자리가 ‘상품’에서 ‘작품’ 으로 탈바꿈 하게 된 것도 가히 충분한 이해를 할 수 있겠다.

‘대자리’는 나무공예품 중 가장 최고가 현재는 원자재,인력난,기계설비노후로 사양길
담양의 대표적 문화상품으로 승화, 관심과 지원 절실

그는 “아마 대나무로 만드는 것들중에서 값으로 치면 아직까지도 대자리가 가장 최고가를 받을 겁니다. 전통을 잇고 사업성도 괜찮은 분야여서 젊어서부터 지금껏 30년 가까이 이 일에 매달리고 있지만 그만둘 생각도 수백번이나 했던 건 사실이에요. 요즘으로 말하면 바로 3D업종 이라고 할 수 있죠. 이제 대자리 기계는 노후될 대로 노후됐지만 새로 기계를 만들거나 개선하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일할 사람이 없는데다 죽순이 식품사업으로 인기를 끌면서 원자재인 대나무마저 공급이 어려우니 정말 애로사항이 많다” 고 하소연 했다.

그런데도 왜 아직껏 대자리에 매달리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별 수 있습니까? 나라도 맥을 이어 가야죠. 내가 그만두면 진짜 담양대자리 맥이 끊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직까지 그만두지 못하고 하고 있어요. 가족들이 협조해 주지 않으면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대자리 하겠다는 일꾼이 없으니 식구들이 모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는 말로 담양 대자리의 현주소를 설명했다.

과거에 담양에서 대자리 제작에 종사하던 곳은 100여개가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강신홍 장인을 포함해 단 3곳에서만 담양산 대자리를 만들고 있다.
소비자들의 선호도와 수요는 아직 여전하지만 원자재 공급의 어려움과 일할 사람이 없는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유통판매망이 열악해 생산과 공급에 어려움이 많다는 게 지금 대자리를 만드는 장인들의 한결같은 하소연 이다.

그들은 대자리 제작을 위한 기계 자동화시설 지원을 비롯해 성수기인 5-8월경 담양군의 체계적인 판촉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로볼때, 비록 담양군에서 지역의 농특산물 판매전을 자주 열고 대도시 소비촉진에 열심히 나서고는 있지만 담양의 부존자원인 대나무를 소재로 한 가장 선호도 높은 지역특산품이자 문화상품의 하나인 대자리에 보다 많은 관심과 배려, 행정적 지원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 실정으로 보여진다. / 장광호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