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국악기 가야금,거문고,아쟁 만드는 명장
읍-무정면간 도로옆 작은동산에 둥지 ‘범음국악사’

예로부터 예향과 문향으로 이름 난 우리 담양에는 천년이 흐른 지금에도 이 마을 저 마을 곳곳에 둥지를 틀고 예술 활동에 열심인 다양한 분야의 藝人들이 참 많다.
역사,문화적 전통이 깊고 유구하다보니 천년古都 담양에는 선대의 業과 예술魂, 그리고 면면히 이어온 氣를 이어받아 후대에서도 타지역에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수많은 匠人,名人,名匠,藝人들이 찾아들고 또 정착하면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고장이다.

우리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藝人들 중 보기드문 분야의 전통공예에 예술혼을 불사르고 있는 명장(名匠)이 있어 찾아보았다. 우리 것, 우리의 악기인 국악기(國樂器)를 만드는 전통공예가 허 무(48)氏가 바로 그 사람이다.

국악기 전통공예가 허 무 名匠의 공방은 의외로 사람들과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담양읍에서 무정면으로 나가는 국지도 15호선 도로에서 불과 50여m 떨어진 아담한 동산에 자리잡은 ‘범음국악사’ 가 바로 그곳이다. 이곳에서 허 무 명장은 우리의 전통국악기인 가야금, 거문고, 해금, 아쟁을 비롯한 개량 현악기와 국내 내로라 하는 국악인들이 특별히 요청하는 주문 국악기를 만든다.

그가 만드는 국악기 중 가장 애착이 가고 잘 만드는 악기는 단연 가야금......그의 손에서 다듬어지고, 맺어지고, 조율되는 가야금의 모습과 音色은 그가 왜 ‘名匠’의 칭호를 듣는가 의심하지 않게된다. TV에서 보는 국악한마당 잔치의 ‘가야금병창’이 아니더라도 가끔 우리는 전설의 고향이나 사극 등에서 심금을 울리는 소리를 들어본 기억들을 가지고 있는데 허 무 명장이 만드는 이 가야금과 거문고, 아쟁의 음색이 바로 그 청아한 소리의 원천이 아닌가 싶다.

2001년 금성농공단지에서 ‘범음국악사’ 설립
現오계리로 공방 옮겨 온 후 만사형통 ‘대박’

*사진=그에게 복덩이로 다가온 동반자..직원들

지금 국악기를 만드는 전통공예가로 빛을 발하고 있는 허 무 명장의 藝人 입문은 실로 우연히 이루어 진 것이라고 했다.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던 그에게 당시 광주에서 ‘남도국악사’를 운영하던 매제가 잠시 국악기 제작일을 도와달라며 부탁한 것이 계기가 되어 그곳 남도국악사에서 15년여를 함께 일하다가 매제가 충청북도 문화재로 스카웃되어 가는 바람에 우연치 않게 독립하여 현재의 ‘범음국악사’를 꾸리게 됐다고 한다. 그때가 2001년말 무렵....남도국악사에 일하던 어느해 담양에 들어와 살았던 인연으로 애초에 그가 ‘범음국악사’를 설립하고 운영하던 곳은 금성면 농공단지 부근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곳에서 적지않은 고생을 했다고 한다. 당시엔 지금처럼 ‘국악’을 잘 알아주지도 않았을뿐더러 국악기를 만들어 성공하기는 무척 어려운 시절이었기 때문.

그런데 그에게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됐다. 바로 현재의 장소로 국악사를 옮긴 뒤 부터이다.
이곳으로 옮긴 후 그가 복덩이 처럼 생각하는 좋은 일꾼(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만났고 악기도 잘 나가고 찾아오는 이, 주문하는 유명 국악인도 늘어나면서 순식간에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특히, 대나무골 담양의 전통을 가야금에 접목해 만든 대나무 양각문양 가야금은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고가품인데도 한 해 50개 이상 주문이 들어와 미쳐 만들어 주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악계에서 유명인사로 통하는 가야금병창 박애숙(전주), 김현주(부산), 송화자(남원) 명창 등이 바로 그의 단골 고객들이다.

아무튼 궁합이 맞았던지 담양읍 오계리 현재의 장소로 ‘범음국악사’를 옮긴 뒤 부터는 하는 일마다 잘 되고 성공해서 경제적 여유도 생기게 되고 藝人으로 인정도 받고 명장의 이름값도 나름대로 듣고 있어 무척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게 그의 솔직한 심정이라고 했다.

사람과 땅의 인연, 궁합이라는 게 있기 있나보다. 그는 이곳에서 예술혼이 활활 타오르는 전환점이 됐고 덩달아 유명세도 얻게 되었으니 그에게 있어서 현재의 국악공방은 아주 궁합이 잘 맞는 ‘명당’ 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부친은 꽤 유명한 목수, 손재주 이어받은 듯
전통악기에 큰 애착, 예술혼 불어넣는 악기 만들어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수차례 입상 ‘유명세’

*사진=허무 명장이 가야금,거문고 등 국악기의 쓰임새 등을 설명하고 있다

그에게 뜻하지 않게 찾아온, 그러나 지금은 죽을때 까지 해야하고, 그다음 후손들에게까지 전수해 줘야 할 숙명처럼 천직이 되어버린 국악기 제작기술.... 보기에 따라서는 쉽게 얻은 행운 같기도 하지만 그에게도 숱한 고뇌와 육체적, 정신적 노력의 세월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가 1989년 매제의 권유로 남도국악사에 입사해 가야금 등 전통악기를 만드는 기술을 배우게 되었지만 그는 자신의 새로운 끼와 재주를 이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과거 집 짓는 목수로 유명했던 부친의 타고난 손재주도 아마 한 몫 했으리란 게 그의 생각이지만, 전통악기를 만드는 것을 뛰어넘어 혼이 담긴 音色을 내는 명품 가야금, 명품 거문고와 명품 아쟁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그리 호락호락한 재주만으로는 안되는 일이기에 그의 성품과 적성,그리고 타고난 예술적 감각 등이 혼연일체가 되어 오늘의 그를 ‘명장名匠’ 으로 만들어 놓은 게 아닌가 싶다.

허 무 명장은 지난 2003년 제28회 전승공예대전 장려상, 제29회 전승공예대전 입선(2004년), 제30회 전승공예대전 입선(2005년) 등 내리 3년 연속 대한민국 공예대전에 입상한 바 있으며 난계국악축제에 초청돼 전시회도 열었다. 이외에도 2005년에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민속공예품 인증서를 획득하고 지난 2009년에는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가야금을 교육청에 납품하는 공로 등으로 조달청장상도 수상했다.

그는 2001년에 가야금 현조율기를 고안해 실용신안 등록(제0276933호)을 했으며, 거문고 구조에 관한 발명으로 2004년 특허(제9163호)를 받았다. 이외에도 우리 전통의 악기에 대한 끊임없는 제작기술 연구와 기술개발에 힘써 그가 만드는 전통악기들은 중소기업청 으로부터 ‘민속공예품 인증서’를 발급되고 있다. 그는 전남도립대와 2008년 기술협력을 채결해 전통악기 제작기법과 디자인개발 등에 산학협력 하고 있으며 교육목적의 가야금 제작보급에 힘써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한해 400여개의 가야금을 학교에 보급하고 있다.

방학이용 전통악기 제작체험 가능
‘나만의 가야금’ 만들어보는 행복체험

*사진=허 무 명장이 가야금을 만들 오동나무 원판 건조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이곳 ‘범음국악사’ 에서는 방학을 이용해 가족단위, 모임단위 전통악기 제작체험을 할 수 있다. 가야금,거문고 제작체험이 그것인데 체험과정은 어렵지 않지만 자주 틈을 내서 여러차례에 걸쳐 체험하게 되면 ‘나만의 가야금’ 을 만들어 보는 행복을 느낄 수도 있다.

가야금과 거문고는 주로 오동나무를 주재료로 쓰며 보조재료로 밤나무, 소나무가 쓰인다. 원목상태의 오동나무를 베어 5년 이상 비바람 맞아가며 건조시켜 악기를 만들 모양과 사이즈로 나무판을 쪼개낸 다음, 대패를 이용해 겉과 속을 알맞게 다듬는 작업을 한다. 이후 소리를 잘 내도록 공명틀을 완성하고 판의 앞 뒤를 달군 쇠인두로 지져 자연적인 나무 색깔을 만들어 낸다. 이렇게 해서 악기의 판이 만들어 지면 괘를 붙이고 명주실을 현의 두께에 맞춰 매어준다. 취향에 따라 약간의 악세서리를 악기에 달아주면 훌륭한 전통악기, 가야금과 거문고가 탄생하게 된다.

‘범음(梵音)’ 이 ‘석가의 공덕을 찬미하는 노래’ ‘부처의 음성, 가르침’ 이라는 뜻의 불교적 용어에서 유래한 탓인지, 부처의 보살핌으로 그와 ‘범음국악사’ 가 전통악기 제작으로 경제적 성공과 사회적 지위를 얻게 되고 순조롭게 잘 운영되는 것 같아 무척 좋아 보였다.

그에게 앞으로의 소망을 묻자, “공방을 좀 더 확장하고 우리 국악인들이 마음껏 신명나게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언제든 어느때든 가야금을 연주하고 거문고를 타는 무대를 제공하는 게 훗날의 희망사항” 이라고 답했다.

부디 그의 꿈과 소망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바라면서 오늘도 전통을 지켜가는 지역의 장인들이 보다 나은 여건속에서 우리 것, 우리의 전통을 보존 전승하는데 행정에서도 작은 힘이나마 보탰으면 하는 바람이다. / 장광호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