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나무공예의 역사

대나무공예는 대나무를 잘게 짜개어서 기물을 만드는 공예를 말하며 목공예와 대비하여 죽공예 또는 죽세공예라고 한다.

대나무가 인간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되었던 것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신석기시대로 추정되고 있다. 참빗이나 화살통이 여러 유적에서 상당량이 발굴되고 있는데서 대나무공예의 역사적 전통을 느낄 수가 있다.

그 후 신라시대 때의 천마총에서 발견된 말안장 밑에 까는 장니(章泥)에 죽피편석(竹皮編席)의 심을 이용하였으며, 또 전남 순천 송광사에 소장되어 있는 불경을 말아두는데 쓰던 경질(經帙)도 대나무를 이용한 고려시대의 작품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선시대에 들어오면 경공장(京工匠)에 죽장(竹匠), 죽소장(竹梳匠, 참빗 제작), 염장(簾匠, 발 제작), 잠장(箴匠, 바느질 그릇 제작), 양태장(凉太匠, 갓의 챙 제작), 우산장(雨傘匠, 우산 제작) 등이 있었고, 외공장(外工匠)에도 소장(梳匠, 참빗 제작), 선자장(扇子匠, 부채 제작), 상자장(箱子匠, 바구니 제작) 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나무공예에서는 주로 통대나무를 그대로 이용하여 평상, 탁자, 의자 등의 가구류와 대나무를 매우 정교하게 짜개어서 부엌 살림에 요긴한 바구니, 소쿠리, 용수, 조리, 키 등 생활용구 및 부채, 대베개, 삿갓 등의 장신구를 만든다.

한편 대껍질에 인두로 낙죽을 하거나 오색물감을 들여 부녀자용 가방, 반짇고리 등 화사한 무늬의 치장용구를 만들기도 하며, 이 밖에 담뱃대나 단소, 퉁소 등의 악기를 만들기도 한다.

대나무를 아주 가늘고 얇게 쪼갠 대오리를 가지고 발, 채상, 부채, 갓양태 등 공이 많이 들고 세련된 솜씨를 필요로 하는 대나무 세공품들이 만들어졌는데 이러한 작품들 중에는 우리 나라만이 가진 특유의 것들이 많다.

■우리나라 대나무공예의 변천사

우리 나라의 대나무공예는 담양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담양 일대에 대나무가 많이 자라는 이유는 이 곳이 온대 남부에 속해 연평균 기온이 섭씨 12℃를 유지하며, 연평균 강수량도 1,000mm 내외로 대나무가 자라기에 가장 적합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담양에서 나는 대나무는 그 단단함과 탄력성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양에서 대나무공예가 시작된 것은 조선시대로 담양 향교리의 김씨 부부가 맨 처음 참빗을 만들었다는 추성지의 기록과 삿갓이나 대방석이 조선시대를 전후하여 생산되었고, 그 후 일제시대 말칼퀴를 빗는데 사용하는 호소(胡梳)가 몽고 등지로 수출한 것이 이를 뒷받침 해준다.

대나무공예의 생산체제를 어느 정도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19년 참빗(眞梳)조합이 창설되고, 1926년 산업조합이 생기면서부터이다. 당시의 이 고장 농민들에게는 절대적 생활용구였던 죽제품들이 본격적으로 상품화되기 시작한 것은 1930년대 전후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시기에 주로 만들어진 과일바구니, 담뱃대, 개량참빗, 대발, 고기통, 장구통, 수저통, 채반, 조리, 각종 연모, 바구니 등을 사용한 것으로 보아 일제시대 기계과학의 필요성과 외국의 새로운 학문, 그리고 실학사상을 바탕으로 한 기술적인 도구가 시도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때에 각종 연모가 등장한 것도 본격적인 수공작업이 시작되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1940년대 이후부터는 구미문화의 영향으로 급성장을 보이면서 폭넓은 대나무공업의 길이 열리는 계기를 맞는다.

당시의 대나무제품이 생활가구로 영세농민들의 농외소득을 올리기 위한 상품으로 제작에 활기를 띄면서 1954년 시카고 국제박람회, 1964년에 뉴욕 엑스포에 출품되는 등 5개국에 수출한 바 있다.

그러나 8·15해방과 6·25전쟁으로 인하여 이곳에서 생산되는 원죽이 죽책성과 죽창 등 방어용이나 각종 무기로 사용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대나무공예 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60년대 중반 이후부터이다. 당시 정부의 향토특화산업에 대한 지원과 죽세공업센터가 설립되면서 죽세품 종사자에 대한 교육도 병행되었다. 이때는 주로 화병을 비롯한 승모, 개량바구니, 얼개미, 개량소쿠리, 고구마 저장고, 일반바구니, 가마발 등이 있었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는 담양죽세공예산업진흥 10개년 계획이 체계적으로 수립됨으로써 저변확대를 위한 죽세공예경진대회가 개최되는 등 현대화 양상에 부응하는 새로운 디자인 개발로 예술적 실용품이 등장하고 농가 소득증대에도 크게 기여했던 시기이다.

이때는 주로 각종 장신구, 휴지통, 다목적 진열장, 태극선, 의자, 대자리, 차상, 합죽선, 서류함, 선비상, 장식용 죽도, 침대 등 신발에서부터 모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이 만들어지고 그 외에 생활기구도 차원 높은 공예품으로 각광을 받아 왔다.

한편 1970년대 초반부터 활기를 찾았던 해외 수출이 감소 추세를 보이면서 근간에는 플라스틱 제품의 출현과 외제품 수입으로 생산 실적이 현저하게 침체되고 있어 그 대책이 시급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비교적 정교한 제품을 생산하고, 기계화의 추진으로 인력난을 해소시키고 대나무를 이용한 각종 건강식품 개발 및 약용화 개발에 한창이다.

이와 함께 1981년 설립된 한국대나무박물관에 전통공예품을 비롯하여 근?현대제품과 1982년부터 개최한 전국대나무공예대전 수상작품을 전시, 홍보하는 등 오늘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죽세공예의 자리를 지키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담양의 대나무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

담양을 비롯한 한국의 대나무산업은 영세 규모로 국가 또는 지자체 차원에서의 노력과 지원이 필요한데, 우수한 전통 죽공예기술의 체계적인 보전 및 21세기 대나무산업 발전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전문교육기관이나 직업훈련학교가 절실히 필요하다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역의 관련대학(전남도립대학)에 죽공예과를 설치하여 우수한 죽공예 전통기술의 보전에 노력해야 하며 이와 관련한 부속연구소를 설립, 죽공예 기능인을 양성토록 해야 할 것이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민선5기 담양군의 조직개편에 따라 대나무자원연구소가 신설되면 대나무의 재배, 이용, 병충해 방제 및 기술지도를 행할 수 있는 종합적인 죽재연구시스템의 도입이 요망된다.

이를 통해 한국 고유의 전통 죽공예기술의 보전은 물론 전문기능인 양성으로 국제경쟁력을 갗춘 죽제품을 개발, 지역주민의 소득증대와 함께 죽재 연구의 고도화로 임업기술발전 및 국제교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일본의 우수한 전통 죽공예 기술의 보전을 위해 대나무의 고장인 벳부시에 벳부고등기술전문학교를 설립, 전국 유일의 죽공예과를 설치, 1년간의 과정으로 죽공예의 전문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직업훈련 차원에서 수업료은 무료이며 교재와 작업복 등은 실비로 개인에게 지불한다.
중국 정부는 환경보호차원에서 생장에 장기간을 요하는 목재를 대신하여 단기간에 생장 가능한 대나무로 대체하고 있다. 합판, 마루판, 펄프 등도 대나무를 이용하고 있으며 수년 전부터 국가적인 프로젝트로서 죽재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끝으로 수십년을 키워야 비로소 경제적 가치를 발휘하는 목재, 그리고 목재의 이용을 마치 환경파괴의 주범인양 몰아대는 오늘날과 같은 환경 최우선 시대에 있어서 대나무는 매년 벌죽하더라도 매년 생장이 가능하며 재생산이 매우 빠른 친환경소재이다.

따라서 지역의 죽림농가는 물론 담양군이 적극 나서 귀중한 바이오매스자원으로서 대나무의 가치를 새삼 인식하고 죽림경영의 활성화와 대나무 신용도 개발에 깊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 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