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둣빛 어린잎들이 나무들의 성장을 이끌며 푸르른 오월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특별히 오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합니다. 온 대지에 푸르름과 더불어 생명의 숨결이 가득하듯이 우리 마음의 고향이요, 쉼터인 각 가정마다 사랑의 숨결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누구나 가정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행복한 가정을 꿈꿉니다. 그러나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관계 속에서 여러 갈등에 직면하게 됩니다. 고부간의 갈등, 부부간의 갈등, 또한 자녀들과의 갈등 속에서 결국은 가정의 불화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아주 사소한 문제 하나가 한 가정을 깨뜨리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노인 고령화 속도가 빠르게 나타나면서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고, 이로 인하여 고부간의 갈등 또한 점차적으로 심화되어 가고 있는 현실입니다.

요즘은 이런 농담이 있습니다. 시댁이 싫으니 “시”자도 싫어 시금치도 안 먹는다고 합니다. 우스갯소리이지만 그만큼 시댁에 대한 편견 내지는 갈등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친정 부모님은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시고, 시부모님은 어서 어서 빨리 돌아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장인장모님은 어서 어서 빨리 돌아가시고, 친가 부모님은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셔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아니 바꿔 놓고 생각하면 다 내 부모요, 내 피붙이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므로 저는 오늘 성경 <룻기>에 나오는 사랑으로 덕을 이룬 한 시어머니와 효성스런 며느리의 이야기를 통하여 오늘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룻은 모압 여인이었지만 이스라엘로부터 모압 땅으로 이주해 온 나오미 가족과 인연을 맺게 됩니다. 하지만 결혼 십년 즈음에 집안의 남자들은 모두 죽고 세 미망인만 남는 처량한 신세가 되고 맙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시어머니인 나오미는 자신은 고향땅 베들레헴으로 돌아가고, 두 며느리는 친정으로 돌려보내기로 결심을 하게 됩니다.

몇 번의 실랑이 끝에 결국 룻의 동서는 시어머니의 권고대로 친정으로 돌아가지만 룻은 시어머니의 강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나오미를 따르기로 굳게 작정을 합니다.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니께서 유숙하시는 곳에서 나도 유숙하겠나이다”(룻기 1:16) 이 같은 룻은 결심은 시어머니에 대한 깊은 사랑과 공경심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룻과 함께 고향땅 베들레헴으로 돌아온 나오미와 룻은 당장 생계부터 해결해야했습니다. 그래서 룻은 아침 일찍부터 하루 종일 땀을 흘리며 베들레헴 들판에 나가서 열심히 이삭을 줍기 시작했고, 그것으로 음식을 만들어 정성껏 시어머니를 부양하였습니다. 이러한 룻의 효성이 얼마나 극진하였으면 그녀가 이스라엘 여인이 아닌 이방 여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베들레헴 사람들 사이에서 칭찬이 자자했겠습니까?

저는 여기에서 첫째로 룻의 효행을 말하고자 합니다. 늙은 시어머니를 따라 가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이 시어머니를 책임져야 할 어려운 상황이 올 것이 예상되었는데도, 룻은 시어머니를 따랐습니다. 그리고 마음을 다하여 시어머니를 공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둘째, 며느리를 며느리로 보지 않고 딸같이 사랑하는 시어머니 나오미의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재산이 많은 것도 아니요, 오히려 모셔야 하는 짐을 져야만 하는 시어머니를 따를 수 있었던 것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시어머니와 함께 산 십년의 세월동안 시어머니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았고, 또한 시어머니의 믿음과 신앙이 어느새 며느리 룻의 마음 깊숙한 곳에 순순하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셋째, 진심으로 존중하고 정성을 다하면 돕는 손길이 반드시 있다는 것입니다. 시어머니에 대한 룻의 행위가 소문이 나면서 이방여인이었던 룻은 인자한 성격을 가진 베들레헴의 부호(富豪) 보아스와 결혼을 하는 축복을 얻게 됩니다. 이방여인으로서 유대 혈통의 대를 잇게 되고 나아가 이스라엘 왕이었던 다윗의 증조모가 되는 큰 영광을 누리게 되며 오래도록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복된 여인이 되었습니다.

"인생의 참 행복은 가정의 행복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행복한 가정생활을 누리는 사람은 갈수록 적어지고 있습니다. 가정은 우리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단체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업 성공을 위해, 아파트 평수를 늘리기 위해, 자녀의 대학 진학과 출세를 위해서는 무수히 투자하면서도, 가족이 하나 되어 살아가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노력도 투자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자녀는 부모에게 그리고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품고 서로를 존중해야 합니다. 그래서 혹여 나오미 가족에게 어려움이 찾아왔던 것처럼 가정에 어려운 위기가 찾아오더라도 가족 모두가 룻과 나오미와 같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고 순종하며 존중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섬길 때 아름다운 가정, 행복한 가정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