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국제사회의 뉴스를 듣다보면 지구촌 곳곳에서 기아인구가 늘고 있다는 보도가 자주 나오고 있다. 특히나 북한 주민의 기아현상도 아프리카의 빈민에 못지않게 심각한 상황으로 식량공급이 절대적 필요가치라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국민의 복지정책보다 우선할 이유는 없다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서울에서 열린 (2009년 11월17일)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한 농민들은 잉여(剩餘)쌀 생산에 대한 문제점을 정부의 책임이라 규정짓고, 대북쌀 지원을 통해 쌀대란의 문제점을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모인 농민들은 쌀 한 가마에 21만원대를 보장하라고 주장하면서 정부가 바뀌어도 대북 쌀 지원이 계속 되도록 법제화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였다.

금년도 남한의 쌀 생산량은 작년도에 비해 7만톤 정도가 늘어난 491만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년연속 대풍작으로 쌀값이 하락되고 재고처리에 부담이 커졌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쌀이 남아돈다는 이유로 명분에 맞지 않는 대북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은 오히려 그 메아리가 냉소적 반응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것을 염려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지난 10년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시절에 우리의 인도적 지원을 군사력 보강에 악용한 사실을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동족(同族)간에 인도적 지원은 필요할지 모르지만 받아들이는 그들의 태도가 인도적이지 못하다면 지원의 의미는 더더욱 무의미한 가치가 아닌가 생각된다.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한 농민들이 어떤 생각으로 대북쌀 지원을 법제화하라는 목소리를 냈는지는 모르지만 순수한 인도적 의미이기를 바랄뿐이다.

사실 우리남한의 영세민들도 아침을 먹으면 저녁을 걱정하고 저녁을 먹으면 내일을 걱정하는 빈민들이 적지 않고, 생활고로 가족을 버리고 노숙을 하는 사람들도 수천 명이 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대북지원의 재개와 법제화문제는 보다 신중을 기해야하고, 종합적인 대북정책의 틀에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북한의 입장은 4년전부터 주민들의 식량공급량이 턱없이 부족되고 있다. 이는 북한의 정치세력의 실정 (失政)이며, 정치권의 강경노선으로 국제사회의 원조가 줄어들고 미사일과 핵개발을 진행하면서 지출이 과다했다는 분석이다. 만일 북한의 쌀 지원이 재개되려면 군사용으로 전용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하겠고, 배분(配分) 과정에서 보다 명확한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 주민의 취약계층은 식량배급 4순위인 일반근로자 600만명과 배급대상에서 제외된 농민 800만명 정도가 식량난에 어려움을 격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군사력증강을 위한 재원지출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남한의 입장에서도 국내 살림을 먼저 챙겨야 한다. 쌀이 다소 남아돈다하여 대북지원으로 해법을 찾으려 하는 것보다는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한 정책개발이 밀도 있게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쌀이 아닌 잡곡으로 생산전환이 이루어지도록 정부가 농민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인센티브(incentive)를 주는 방안이라든가, 이웃 일본과 같이 작황이 일정비율이상 좋은 해에는 추가생산량을 가공용과 사료용으로 쓸 수 있게 하는 방법도 연구의 대상일 것이다.

이제는 쌀이 남아 돌때마다 정부재정으로 해결해 줄 단계는 지났다고 본다. 식량안보를 감안해서 일정비율로 재배전환 농가가 나오도록 현장밀착형 시책을 추진하고 이중 곡가정책의 폭을 넓혀 농민들로 하여금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농촌 마을이 행복촌이 될 수 있도록, 농민의 쌀 생산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