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0년전 1989년 11월9일에 독일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어 동독과 서독이 하나가 되는 독일인들에게 최고의 행복한 날이 되었다. 동·서 독의 냉전은 약 40년의 세월속의 동족간의 갈등과 사상적 이념을 달리했지만 독일인들의 지혜로움과 강인한 동족애의 결실이라 보아진다.

독일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것은 독일인들의 행복을 넘어 유럽의 냉전(冷戰)을 종식시키고, 세계평화를 예고하는 거장의 드라마로 세계사에 기록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가치 있는 교훈과 동족애의 사례를 제시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아직도 어둠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최근 북측동향을 보면 미사일 발사를 자행하고 핵시설의 가동을 고집하는가 하며 지난 10일에는 북한경비정 1척이 북방한계선(NLL)을 2.2킬로나 침범하여 우리와의교전(交戰)이 일어나기도 했다. 어찌 보면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고 비운의 동족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반도의 역사에 삼국분단(三國分斷)의 과거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분단은 부족국가의 성격으로 졸속한 한계였을 뿐 오늘날의 분단과는 차별되는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당시의 분단은 이념도 사상도 정리할 수 없고 오로지 영토 확장에 초점을 두는 봉건적 사고에 의한 투쟁의 형태였지만, 오늘날의 한반도 분단은 사상과 이념이 다른 민족 간의 대립이라는 선을 분명히 하고 있는 점이 어렵고 힘든 상황이라 말할 수 있다.

물론 20년전에 동독과 서독의 입장도 이념과 사상이 다르기는 현재의 우리와 다를 바 없었지만 경제적 측면에서 사회주의 경제를 선택한 동독보다 시장경제를 선택한 서독이 월등한 우위에 있었다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회학자들은 경제적 우위로만 베를린 장벽의 붕괴원인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국민은 진정한 평화의 가치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그들은 독일인다운 용기와 미래의 희망을 가졌기에 인류에게 모범을 보였다고 생각된다. 후손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역사라고 평가되고 있다.

우리는 광복 직후 하나가 될 듯 하였지만, 6.25전쟁의 불행한 동족의 상처가 반세기가 넘은 오늘날까지 갈등과 반목(反目)이 이어지고 있음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북측이 남한을 미워할 이유는 무엇인가? 남한이 북측을 미워할 이유는 무엇인가? 어쩌다 북측의 대남방송을 듣다보면 동족 (同族) 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때가 많다.

지난 9월에 황강댐 무단 방류사건만 보더라도 할 짓이 아닌 행동을 저지르고도 그들의 뻔뻔스러운 태도에 우리는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또 남한과 국제사회에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 너무도 많다. 국제적 합의나 조약들을 일방적으로 어기거나 파기하는 사례가 많아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동족이란 생각 때문에 안타깝고 동정이 가기도 한다. 북측의 태도가 조금만 더 신뢰적이고 동족적 애정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여본다. 우리민족도 독일민족에 비해 우수성은 떨어지지 않지만 그 무엇인가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은 미래를 볼 줄 아는 지혜와 용기가 있었으며 진정한 동족애와 평화의 가치를 알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민족이 본받아야 하는 가치가 충분하다. 남과 북이 상호신뢰를 쌓고 상호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동족애를 발휘한다면 한 많은 철의 장막[鐵─帳幕, iron curtain]은 무너지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