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들어 다문화가정의 수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다문화가정은 더 이상 한국사회에서 소수가 아니며 농촌의 다섯가구 중 한 가구에는 외국인 여성이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다문화가정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의 경우 뿐 아니라 세계화의 추세로 글로벌화의 물결이 어느 분야나 어느 곳이나를 가리지 않고 지구촌 곳곳에 밀어 닥치고 있다.

7년전 필리핀에서 시집 온 라이라(31세ㆍ담양읍 천변리)씨가 시부모님을 모시며 남편 박춘우씨(38세)와 일곱 살 난 딸과 세 살난 아들을 두고 알콩달콩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었다.

‘가정살림’, ‘영어강사’, ‘효부(孝婦)’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다는 욕심쟁이. 담양군 관내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영사강사로 활동하며 눈코뜰새 없이 바쁜 일과 속에서도 기꺼이 본지의 취재에 응해준 라이라씨를 담양읍 천변리 소재 레미안 아파트에서 만났다.

“어서 오세요. 커피 드시겠어요?” “아니 괜찮아요. 마시고 왔어요.” “그래도 이렇게 오셨는데.... 뭐라도...” 밝은 성격의 라이라씨는 제법 유창한 우리말을 구사했다.

“이곳에 오시기 전에 특별히 한국에 대한 관심이나 흥미는 가지고 있었나요”
“아니에요. 저는 필리핀에서 컴퓨터를 전공하고 홍콩에 건너가 은행에서 일을 했지요. 한국인 남편을 만나 이곳에 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이 너무도 행복하답니다”

그녀가 한국인 남편 박춘우씨를 만난 사연 또한 각별하다. 해외여성들이 한국에 시집오는 경우는 대개가 전문적인 결혼회사가 다리를 놓는 경우가 많은데 라이라씨는 결혼회사의 소개없이 중매로 이루어 졌다.

마침 한국에는 라이라씨의 고모인 요란다씨가 1996년 담양으로 시집와 살고 있었다.
한국 농촌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며 이곳 생활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요란다씨는 자기의 조카인 라이라를 담양 총각과 짝을 맺어 주고 싶었고 그렇게 해서 한국인 박춘우씨와 필리핀 태생 라이라씨의 사랑이 꽃피게 된 것이다.

편지도 주고받고 국제전화도 했다. 물론 언어소통이 제대로 되지않아 박씨의 처고모인 요란다씨가 모든 편지를 번역해 줬고 전화를 할때도 옆에서 통역을 해줬다한다. 물론 박춘우씨도 라이라씨와의 원할한 의사소통을 위해 영어사전을 끼고 산 것은 당연지사.

그러기를 3년여, 드디어 박춘우씨가 홍콩으로 건너가 정식으로 라이라씨에게 프로포즈를 하게 됐고 마침내 2002년 6월 두사람은 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 7년째가 되는 박춘우, 라이라씨 부부에게는 현재 7살 난 딸과 세 살 난 아들을 두고 있으며 시부모님과 한집에서 살고 있다.

마침 시어머니와 시아버지 박용수씨가 자리를 함께 했다.
시아버지 박용수씨가 며느리 자랑을 한껏 풀어 놓는다. “우리 며느리가 최고지. 아들 내외가 결혼하고 나서 만사형통이야. 음식도 잘하고 예쁜 손주도 낳아주고 참말로 예쁘다”며 더 이상 바랄것이 없단다. 시어머니도 고개를 끄덕인다.

라이라씨의 성공적인 한국생활에는 남편 박씨 가족의 배려가 숨어있다. 자상한 남편은 결혼초기 바쁜 직장생활에도 짬을 내 아내가 한국의 예절, 한국말 등을 쉽게 익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고 그 자신 필리핀 전통음식을 맛보며 그들의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라이라씨와 나이가 동갑인 시누이 박진재씨도 최근 결혼해 분가하기까지 한집에 살면서 올케의 육아와 살림을 도왔다.

한편 지난 여름은 라이라씨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됐다.
그의 친정 아버지와 여동생 로스(26세)가 시아버지 초청으로 한국에 여행을 온 것이다.

이곳에 머무는 3개월동안 그녀의 친정아버지는 한국인 시아버지와 국경을 초월한 교분을 나누며 틈틈이 사돈의 농사일을 도왔다.

그녀의 시아버지인 박용수씨는 금성면에서 상당 규모의 특용작물(블루베리) 농사를 짓고 있는 터였다.

박용수씨가 대쁨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며 기자에게 말을 건넸다.

라이라씨의 여동생이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이곳 청년과 맛선을 봤는데 빠르면 내년 3월쯤 결혼식을 올릴 수 도 있다는 것이다.

성공적인 다문화가정을 꾸린 박춘우씨와 라이라씨. 기자는 이들과 헤어지면서 행복한 가정의 비결을 물었다.

“서로 존중하고 인격적으로 대우해야 합니다. 그리고 시간을 내 같이 공부해야 합니다. 당연히 한국과 한국문화는 물론 아내 나라의 문화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아내는 남편하기 나름입니다” / 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