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칼럼 / 자네 어르신은 잘 계시는가
김상민 기자  |  -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09.08.12  16:12:09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서 길 웅(본지 논설위원, 서강 전문학교 학장)

어느 날 갑자기 20년전 제자 K군에게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꼭 상의드릴일이 있어 전화드렸는데 시간 좀 내달라는 것이었다. 약속을 하고 이틀 후 시간에 맞추어 약속된 장소로 나가보았다. K군의 만남은 7-8년의 세월이 흐른 것 같다.

그는 7-8년 전에 어느 중소기업 영업팀장 자리에 있었다. K군은 언제나 옷매무시가 단정하고 얌전한 청년이었다. “갑자기 웬일인가.” “선생님 제가 인생 상담을 좀 하고 싶습니다.” 표정이 쾌 어두워 보였다. “사실은 제 가정문제입니다.

시골에 계신 아버님을 모셔오고부터 제 아내와 의견충돌이 많아 가정불화가 잦아지고 아버님은 아버님대로 우울해 하시는 모습을 보이시고 아무런 말씀이 없으시는데 저는 아내와 아버님 사이에서 오금이 저리고 어찌 할 바를 몰라 선생님께 상담을 드리려고 이렇게 뵙자고 하였습니다.”

“상황을 조금 더 자세히 말해 보게나.” “몇 년전까지만 해도 시골 고향마을에서 양친이 살고 계셨습니다. 명절이나 되어야 겨우 찾아뵙는 정도이고 두 분의 생신날에는 약간의 용돈을 소액환으로 우송하는 것이 전부여서 아들로서 언제나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중, 4년전 어머님께서 갑자기 세상을 떠나시게 되었습니다.

칠순이 넘으신 아버님이 홀로 계시는 것이 마음에 걸려 서울로 모시게 되었는데 아버님이 오신 후로 제 아내와의 불화가 심해지고 아내는 노골적으로 아버님 모시기를 싫어하고 저까지도 보기 싫다하여 친정으로 가서 오질 않고 있으니 아내의 편이 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버님 편에서만 생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보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자네 어르신은 자네가 말한 사실을 알고 계시는가?” “제가 거짓으로 동희 외가에 무슨 일이 생겨 얼마동안 동희 어미가 거기에 가 있게 된다고 하였죠. 그러나 아버님을 속이고 있다는 것이 마음이 무겁고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생각다 못해 선생님께 상담을 드리기 위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참으로 딱한 생각이 드네, 그렇다고 아버님을 다시 고향으로 가시게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요즘은 영국에서 시작되고 있는 새로운 대가족제도가 있는데, 그 방법을 써보면 어떻까 하네.” “어떤 방법인데요?” “부모님을 근거리에 모시고 자주 찾아뵙는 방법이라네,

즉 일상생활은 서로가 자유롭게 하면서 식생활 문제를 도와드리는 방법으로 부모님을 봉양하는 가족제도인데 매우 인기가 있어 서구사회에서는 각광을 받고 있는 가족제도가 되고 있다네.”

“그럼 저는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우선 아무도 모르게 자네 어르신을 자네가 출퇴근하는 길목 근처에 편안한 안식처를 마련해 드리고 자네 집사람에게는 다시 고향으로 내려가시겠다고 하시기에 아버님 뜻대로 하시도록 했다고 하게나, 그리고 얼마동안은 비밀에 부치고 아내를 집으로 돌아오게 하면 어떨가 하는 생각이 드네. 그리고 기회가 있는 데로 동희에게 효의 교육을 자네 아내 앞에서 하는 것이 좋겠네.”

“선생님의 말씀을 충분히 알겠습니다. 당장 실천해 보겠습니다.” 몇 달이 지나도록 제자에게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제자와 그 아내가 찾아왔다. 제자의 얼굴과 그 아내의 얼굴엔 부끄러움이 숨어있는 듯 했다. “자네 어르신은 잘 계시는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궁금하여 다시 물었다. 실버타운에 계신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현실사회의 단면이다. 나는 씁쓸한 생각이 들어 허공을 쳐다볼 뿐이었다.

김상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기자코너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전남 담양군 담양읍 미리산길 28 별해리A 상가동 3층  |  대표전화 : 061)383-2772  |  팩스 : 061)383-9945  |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전남 다 174호(2002.10.25)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 : 김동섭  |  편집국장 : 정용택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용택
Copyright © 2013 담양인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