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일 이상이나 노조원들이 공장을 점거하고, 파업에 들어간 평택 쌍용자동차 노사분규가 어려운 곡절 끝에 협상을 시작했지만 그것마저도 결렬되고 말았다. 그러기에 쌍용차의 파산 가능성은 높아만 가고, 회생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사람에게 비유하면 큰 사고를 당한 환자가 다행히 목숨은 구제됐지만 치료기간과 요양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이다. 쌍용차 역시 노조원들의 장기간 점거 농성으로 공장내부의 상처가 엉망이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판매망의 시스템은 붕괴되고 브랜드의 이미지가 실추된 탓에 정상화를 장담하기에는 정말 묘연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쌍용차의 진통으로 지역사회와 협력업체의 피해가 누적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계산한다면 천문학적인 수치에 가까운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회사생산부의 말에 의하면 차량이 14,000여대의 생산차질을 빚었고 노사분규동안 영업손실액은 약 1,200여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협력업체의 300여곳의 손해액이 약 900여억원에 이른다하니 노사갈등으로 인한 문제점을 실감 있게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왜 이토록 깊은 골이 생기게 되었을까? 어느 쪽도 칭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과론적으로 노사양측 모두에게 꾸중을 해야 마땅하다. 뿐만 아니라 노조원들과 경찰의 대치상태에서 부상자들의 신체적 아픔과 정신적 고통은 그 누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인가. 치료에 만전을 다하겠지만 정신적 고통은 그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부상자들의 가족이나 평택시민들의 마음은 한사코 무겁기만 할텐데 마땅히 위로할 말도 없다.

노동운동이란 자충수(自充手)를 놓아서는 안된다. 평택쌍용자동자 노사분규는 크게 잘못된 악수(惡手)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와중에 야당과 일부 단체들이 평택공장을 찾아 정부가 나서서 사태를 해결하라고 시위를 벌렸던 사실도 있다. 어찌 보면 정부가 나서야할 사안이 아닌 것이다. 왜냐하면 노조파업으로 부도위기에 놓인 민간기업에 대한 정부지원은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만일 야당측과 일부단체들이 주장한 데로 정부가 개입하여 사태가 수습된다면 바람직한 일이 되겠지만 민간 기업들이 노조파업이 일어날 때 마다 정부의 몫이 되는 사례를 남길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별나게도 노사분규가 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측의 고용조건이 열악(劣惡)해서인지, 노조측의 요구가 과욕이어서인지, 국민의 정부 때부터 노동운동이 연중행사처럼 일어나고 있었으나 단순한 파업이나 시위의 모습에 불과했다 하지만 작금에 일어나고 있는 노동운동은 그 성향이 매우 다른 느낌이 든다. 죽창을 들고 화염병을 던지고 새총을 쏘는 모습들은 동정(同情)의 여지(餘地)를 빼앗게 되는 모습이다.

공권력의 개입이 폭력적 행동을 보였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러한 행동이 계획된 공권력의 행동이라면 법의 심판을 받아 마땅하다. 아무튼 과잉진압도 문제가 아닐 수 없지만, 정도를 넘는 대응방법에도 문제는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역사는 매우 서글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씻지 못할 동족의 전쟁으로 남북이 갈라져 있는 상황이고 보면 그 누구에게도 폭력적 행동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어느 사업장이나 노사간의 갈등이 있기 전에 서로 간에 양보하는 미덕을 보이고, 쌍용차 평택공장처럼 문제가 악화되는 일은 없어야 하겠으며, 앞으로는 폭력이 난무(亂舞)하는 노동운동은 절대로 일어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