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읍에서 광주 도심까지의 거리보다도 훨씬 먼 무려 38km나 떨어져 오지 중의 오지마을 로 불렸던 대덕면 운산리 저심마을.

담양군의 남동쪽에 자리잡아 행정구역상 화순 북면, 곡성 옥과와 경계를 이루며 동네 뒤쪽으로 해발 612m의 수양산과 만덕산이 마치 어머니 품처럼 포근히 마을을 감싸안고 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회기한 듯 세월이 느껴지는 돌담 넘어 오순도순 살아가는 옛 시골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청정한 자연속 40가구가 모여사는 천혜의 산간마을이다.

마을 앞으로 광주시민의 상수원인 동복천이 흐르고 1급수에만 산다는 버들치들이 서식하는가 하면 희귀종인 황금달팽이와 요즘 농촌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반딧불이가 장관을 이룬다.

저심마을은 마을의 뒷산(主山)을 큰등이라 하는데 어미 멧돼지 혈이고 남쪽에 있는 산이 새끼돼지 혈이라 하여 멧돼지 저(猪)자(字)를 사용하여 저심(猪深)이라 불렀으나 한말 닥나무가 많이 생산되고 한지를 제조하면서 언제부턴가 닥나무 저(楮)자(字)를 사용하여 저심(楮深)으로 혼용하여 불리우고 있다.

저심마을은 의(義)에 빛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07년 12월 호남의 의병장 고광순은 이 마을에서 의병 모의를 하고 이곳을 본영삼아 창의의 기치를 높이 올렸다. 하지만 한국전쟁 당시 분단의 비극으로 억울하게 민간인 학살을 당한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또한 저심마을은 예(藝)의 마을이다. 1976년 적벽가로 인간문화재 5호로 지정받은 한승호 (본명 한갑주)명창의 태생지가 바로 이곳 운산리이다. 한 명창은 예인(藝人)의 집안에서 태어나 가족 모두가 명인의 반열에 오른 집안이다.

운산리 저심마을은 전형적인 산촌이다. 이 마을은 지대가 높아 표고차로 근거리인 광주와는 아침 기온이 5~6도C 차이가 날만큼 일교차가 심한지역으로 작물재배에는 더 없이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특히 물빠짐이 좋아 예로부터 콩 재배에 최적의 토양이었다.

친환경 콩을 이용한 메주, 된장, 간장 등의 제품 생산을 목적으로 한 ‘우리콩 영농조합법인’은 일종의 생산자 공동체로 2005년 1월 출범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은 체험관광차 이곳을 방문한 도시민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터넷 주문 등을 통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2000년 초부터 농촌에 뜻을 둔 젊은이들이 귀촌, 귀농하면서 저심마을은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도예인 송정기 도예방, 문인화가 이화자, 그리고 우리콩영농조합법인을 중심으로 한 젊은 귀농인들과 마을주민들이 똘똘뭉쳐 마을가꾸기 사업을 펼쳐 나가고 있으며 2006년부터는 정월대보름제, 7월 백중제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전통문화 체험에 목말라 하는 도시민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작년에는 녹색농촌체험마을에 선정되어 한지체험장이 세워지게 되었고 농협중앙회와 KT노조전남본부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 건립한 전통한옥형 방문자센터는 앞으로 마을주민들의 친목과 마을을 찾는 체험객들의 쉼터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이다.

최근 저심마을은 도시민과 농촌의 교류를 위한 축제의 장인‘2009 농어촌 여름휴가 페스티벌 체험박람회’에 지역 대표로 참가, 도시민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전국 100여 농어촌 체험마을이 참가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서울 양제동 at센터에서 개최된 이 행사에 운산리 저심마을은 담양의 친환경 농산물 등 다양한 먹거리와 솟대만들기, 한지공예, 부채만들기 등의 체험프로그램을 선보여 박람회장을 찾은 수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번 농촌 체험박람회에 참가한 저심마을 윤영민 이장(47)은 “도시민들에게 문화와 자연, 이야기가 있는 우리 저심마을의 진면목을 소개하고 각종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농촌 체험마을로서의 매력을 십분 발휘한데 행사 참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저심마을은 지난 5월 ‘얼이 살아있는 행복마을 운수대통마을’이라는 마을 이름 브랜드로 특허청 상품출원을 완료하고 한단계 업그레이드, 보다 친근한 이미지로 본격적인 녹색농촌체험마을로서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 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