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길 웅(본지 논설위원, 서강 전문학교 학장)

요즘 우리사회는 도처에서 좌편우편으로 나뉘어져 싸우는 소리가 요란하다. 저주와 욕설이 난무하고 서로가 자신들의 주장만이 넘치고 있는 형국(形局)이다.

하나의 사례를 보면 MBC PD수첩사건을 놓고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모임’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견해가 상반되고 있고, 정치권의 여야관계는 대치상태를 넘어 전투를 각오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가하면 누가 대한민국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국민의 화합을 호소하는 국민화합실천연대는 정치성향이 있는 일부 종교인이나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매우 우려하기도 한다. 그리고 국회는 지난 5월부터 60여일이 넘도록 휴업(休業)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남과 북은 개성공단문제로 첨예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는 판국이다. 어찌 보면 국내의 편가르기가 국가의 위상이 손상됨은 자명한 일이기도 하지만 국력의 손실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금 북측에서는 남한에서의 분열이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는지 모른다. 아마도 그들이 행하고 있는 작금의 태도로 보아 직간접적으로 분열을 조장하고 좌익세력들의 행동을 동요시키려는 계략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가졌다면 자충수(自充手)일수밖에 없다. 지구촌은 90년대를 기점으로 이데올로기가 종식되고 구소련의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사실을 상기할 때 좌익세력들의 동요문제가 시대의 후진적 사고일수밖에 없다. 지난 6월19일 개성공단 2차 실무회담은 아무런 성과 없이 마무리되고 말았다.

이토록 국내사정과 남북관계가 갈등관계에 있는 상황을 대다수 국민들은 우려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특히나 정치권의 현실이 폭풍전야의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한다.

법치국가에서는 정당과 국회와 국회의원은 정치를 위해 존재한다. 그럼으로 정당이나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본분을 망각하고 국민의 혈세만 축내고 있다면 직무유기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사람들을 직무유기죄로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제도가 없다는 것이 또 하나의 문제점으로 생각된다.

물론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각계각층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갈등과 반목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라 할 수 있지만, 국회의원들이 세비를 받고 장기간 직무유기를 한다면 국민소환(國民召喚)제의 발동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통제되지 않는 갈등이 사회분열을 촉진시키면서 상대방을 굴복시키겠다는 증오가 판을 치게 된다. 지금의 우리 사회의 모습이 이와 비슷한 현상이다. 자신들의 이기적 사고 때문에 이해와 성찰은 찾아볼 수 없고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고만 있는 현실이다.

정치란 갈등을 조정하는 장치이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현실은 갈등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즉 작동불능상태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야당은 국회의 개회를 가로 막고 대화와 타협을 포기하고 정권 퇴진운동을 벌리겠다는 작심을 보이고 있으며 여당은 고집을 일관하고 있다.

모든 국민이 우려하는 만큼 큰 잘못이 있다면 여야의 갈등을 이해하겠지만 그만한 문제가 아니라면 분열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 될 것이다. 바라옵건대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국론(國論)을 논의해주길 바랄뿐이다.